
네이버웹툰 화면 캡처. / 사진=네이버웹툰

19일 한국저작권보호원 ‘2024 해외 한류 콘텐츠 침해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총 4억1400만개 불법 콘텐츠를 분석한 결과 71.6%가 불법 웹툰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8.4%는 영화, 드라마, 예능 등을 포함한 영상 콘텐츠로 집계됐다.
애석한 점은 영화·방송 등 영상 한류 콘텐츠 불법유통 비중은 2002년 39.9%에서 지난해 28.4%로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웹툰 불법유통은 60.1%에서 71.6%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 등 업계가 불법 콘텐츠와 전쟁을 선언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네이버웹툰은 서비스 초기부터 콘텐츠 보호를 위한 디지털권리관리(DRM) 솔루션으로 불법 복제를 제한하고 있다. 또 자체 개발 기술인 ‘툰레이더’ 서비스를 적용해 모니터링, 신고, 법적 조치로 사전·사후 대응을 하고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툰레이더 기술로 보호한 가치는 2023년 기준 연간 약 2억달러 이상이다.
네이버웹툰은 지난 3월 글로벌 저작권 보호 전문 조직 ‘에이스’에 한국 최초로 가입하기도 했다. 에이스는 미국영화협회(MPA) 산하 저작권 보호 전문 조직으로 불법 콘텐츠 유통 대응과 관련해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 중 하나다. 아마존, 애플 TV+, 넷플릭스, 파라마운트 글로벌, 소니 픽처스, 유니버설 스튜디오,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등 50개 이상의 주요 글로벌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불법유통대응팀 ‘피콕’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 인력을 활용한 자체적 기술로 불법 사이트 운영자 신원을 특정하는 기술로 웹툰 불법유통에 대응 중이다. 카카오엔터는 피콕으로 미국, 인도, 크로아티아에 거주하는 운영자 3명의 신원을 특정해 불법 사이트 운영 종료를 이끌어낸 바 있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피콕은 체계적인 불법 사이트 대응 프로세스를 구축해 불법 사이트부터 폐쇄형 SNS까지 대응 가능하다”며 “저작권 침해에 대한 불법 공유, 법적 대응까지 아우르는 대응 프로세스도 갖췄다”고 설명했다.

불법 웹툰 유통 사이트 어른아이닷컴 화면. / 사진=인터넷커뮤니티 캡처
웹툰 불법유통은 콘텐츠 플랫폼 기업 매출 감소와도 직결된다. 나아가 불법 경로임은 인지하고 있지만, 무료라는 이유로 생기는 지속적 수요는 곧장 유료 구독으로 수익을 얻는 창작자 수익 저하로 이어진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4 웹툰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불법 웹툰으로 인한 피해액은 가장 최근 데이터인 2023년 기준 4465억원으로, 전체 산업 규모 20.4%에 이른다. 이는 밝혀진 수치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피해 규모가 수십조원에 이를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실제 2023년 불법 영상과 웹툰을 제공하던 ‘누누티비’에 대한 지적 기사를 작성한 기자 A씨는 “요즘 물가에 돈 주고(안 본다)”, “지도 무료로 보여준다고 하면 좋다고 볼 거면서”라는 등의 반응을 얻기도 했다.
어렵게 피의자를 적발해도 피해 규모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최근 불법 웹툰 사이트 '오케이툰'과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를 운영해 온 B씨가 국제 공조 끝에 붙잡혔지만, 지난달 1심에서 징역 3년, 추징금 7억원을 선고받았다. 앞서 4월에는 국내 최대 불법 웹툰 사이트 '아지툰'을 운영해 온 B씨가 2심에서 징역 2년, 7149만원 추징을 선고받았다.
한 웹툰업계 관계자는 “K-콘텐츠 전방위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했음에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것은 플랫폼사와 창작자가 입은 피해에 비해 터무니없는 형량”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웹툰업계는 국가 차원의 산업 보호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이재명 정부는 2030년 K-컬처 산업 300조원, 문화 수출 5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내세웠다. 이에 업계는 정부가 웹툰 산업을 단순한 문화 진흥 차원을 넘어 국가의 핵심 성장 기반이자 전략적 인프라로 본다는 점에 주목한다.
업계 관계자는 “웹툰이 단순 소비재가 아닌 수출 유망 콘텐츠로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는다면, 저작권 보호 측면에서도 산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보호장치가 나올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