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고자 임대분양을 택했던 ‘한남더힐’의 잔상이 떠오른다. 문제는 이런 기류가 재건축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럴 경우 자금력이 있는 시공사만 수주할 수 있다. 또한 분양가를 안정적으로 유도하여 주택시장의 가격안정을 기하려는 정부 정책과도 배치된다.
분양가와 시세는 주택가격을 서로 상승 견인하는 작용이 있다.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악순환의 반복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당첨을 받은 청약자는 ‘로또’라는 별칭까지 얻고 있다.
정부가 8.2 대책에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의 유예기간 종료를 확정했다. 따라서 시장은 최대한 사업 일정을 서둘러 올 12월 말까지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서를 제출하려는 모양새다. 신탁사나 시공사와 공동시행 방식을 택하는 잰걸음 행보다. 물리적인 시간상 이를 피하기 어려운 단지는 난처한 상황이다.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위헌신청을 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면 돌파하려는 단지에서는 제도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즉, 공사비를 높게 책정해 고품격 아파트로서의 가치를 높일 뿐 아니라, 사업비용이 느는 만큼 재건축 부담금이 준다는 계산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아파트는 조합설립 이후 조합원의 지위 양도를 금지하고 있다. 물론 매매나 증여를 할 수 있지만, 조합원으로서 아파트를 배정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되므로, 사실상 매매금지와 같다.
시장에서는 재건축 단지가 조합설립까지 가지 않고 추진위원회 단계에 머무르려 한다. 조합이 설립되는 즉시 매매가 제한되길 원치 않는다. 이렇게 되면 자연적으로 사업 진행이 지체된다. 결국 사업이 순차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시장에서는 주택공급의 공백기가 생길 수 있다.
서울의 주택공급은 재건축과 재개발이 주로 담당하는 체계다. 이런 정비사업은 조합이 시행자인 민간사업이다. 정부가 언제 얼마 만큼의 물량이 공급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신도시처럼 공급물량을 계산해서 주도적으로 계획을 세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수도권2기 신도시와 보금자리주택지구의 입주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5년 후에는 서울 주변의 물량이 줄어든다. 궁극적으로 재건축사업 초기 단지의 사업속도를 높여야 한다. 주택시장이 안정되려면 주택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