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좌측부터) 최근 가격을 인상한 롯데칠성음료 ‘칠성사이다’, BBQ ‘황금올리브치킨’, 삼양식품 ‘삼양라면’. 각사 제공
롯데칠성음료는 8일 △칠성사이다 △펩시콜라 △밀키스 △레쓰비 등 7개 제품의 판매가격을 평균 7.5% 인상했다. 인상폭은 최소 50원에서 최대 500원이다. CU·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부터 인상된 가격으로 제품이 판매되며 대형마트와 할인점에는 인상 도입 여부를 검토중이다.
이번 롯데칠성음료의 가격 인상은 2015년 1월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그동안 원가를 절감하는 등 자체적인 노력으로 가격 인상을 미뤄왔으나 설탕·캔·페트 등 원부자재와 인건비, 유류비, 물류비 상승으로 부득이하게 제품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롯데칠성음료는 설명했다.
앞서 경쟁사인 코카콜라는 지난해 11월 코카콜라와 환타 등 일부 음료제품의 가격을 평균 5% 인상한 바 있다. 이에 한 업체가 가격을 인상하면 나머지 업체가 따라서 가격을 올리는 ‘도미노 인상’ 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라면업계에서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라면값을 5.5% 인상한 농심에 이어 삼양식품은 지난 1일부터 삼양라면을 비롯한 12개 라면 제품의 소비자가격을 평균 5.4% 인상했다. 삼양식품의 가격인상은 지난 2012년 이후 4년 9개월 만이다.
이번 인상으로 삼양라면, 불닭볶음면, 맛있는라면, 나가사끼짬뽕 등 주요 제품 가격은 50원 오르게 됐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인건비, 물류비, 스프 재료비 등 원가 상승 압박으로 불가피 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설명했지만 농심의 가격인상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소비자단체협의회는 농심과 코카콜라는 해당 시장에서 각각 약 55%와 46%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어, 제품 가격 인상시 해당 시장 전반의 도미노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치킨프랜차이즈 업계 1위(매장수 기준) BBQ의 가격 인상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BBQ는 지난 1일부터 인건비·임차료 상승을 이유로 치킨값을 최대 12.5% 인상했다. 이번 BBQ의 가격 인상은 8년 만이며, 대표메뉴인 황금올리브치킨은 1만 6000원에서 1만 8000원으로 가장 크게 올랐다.
앞선 3월 BBQ는 조류인플루엔자(AI)로 닭의 산지 시세가 인상됐다는 이유를 들어 가격을 올리려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세무조사 등 강도높은 압박에 닷새만에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인건비와 임대료 인상 등이 배경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유연한 입장을 내놨다.
만일 업계 2·3위인 교촌치킨과 bhc가 BBQ와 같은 이유로 가격을 인상한다면 막을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교촌치킨은 앞서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 임차료와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치킨 가격을 7~8% 가량 인상한 바 있다. 현재 교촌치킨은 내부적으로 가격인상을 논의 중이며, bhc는 2009년 이후 후라이드치킨 가격을 1만 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맥주 출고가를 각각 평균 6.0%, 6.33% 올렸으며 올 초에는 맥도날드와 버거킹이 일부 햄버거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서민들이 즐겨찾는 대중적인 식품군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서 ‘경제고통지수’는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를 기록했다. 여기에 실업률(4.3%)을 더한 경제고통지수는 6.4로 5년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경제고통지수가 사상 최고치였던 때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으로 ‘14.5(물가상승률 7.5+실업률7.0)’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0일 주요 농식품 수급 점검회의를 열고 주요 축산물 및 가공식품의 가격관리 대책에 나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라면, 치킨 등 최근 관련 업계의 가격인상으로 소비자부담 증가가 우려된다” 며 “업계와 소통을 강화하고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합리적인 가격을 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