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8개 증권사들은 전년보다 순이익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금을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해 배당 성향을 높인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높은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으로 배당성향이 무려 450% 수준으로 전년과 비교해 380% 가량이 늘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11월 자기자본 확충을 위한 현금배당이었던 만큼 실제 배당성향은 높지 않은 편이다. 4조원 초대형 IB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대신증권은 당기순이익이 964억원에서 306억원으로 줄었지만, 배당성향은 상승했다. 2015년 27% 수준에서 56%로 2배 가량 증가했다. 대신증권의 경우엔 19년 연속 현금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은행금융지주 산하 증권사인 하나금융투자 역시 배당성향이 큰 폭으로 늘었다. 하나금융투자도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음에도 배당성향은 57%로 상승했다. 같은 은행지주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가 순이익 감소로 인해 배당성향을 절반 가까이 줄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NH투자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엔 각각 57%, 36%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NH투자증권의 경우엔 순이익이 늘었음에도 배당 성향은 1.8% 정도 소폭 감소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보통주 1주당 65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삼성증권도 순이익이 줄었지만 배당성향은 소폭 증가했다.
매각이 진행중인 이베스트투자증권의 경우엔 이익이 절반가량 감소했지만 배당금은 전년과 동일한 185억원으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배당성향은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수익이 줄었다고 해서 배당금을 줄이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당금을 줄이게 되면 기업경영이 안 좋아질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돼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라며 “이밖에도 기업소득환류세제로 인한 배당 문제도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기업소득환류세제란 기업의 한 해 이익 가운데 80% 이상을 투자, 임금 증가, 배당에 쓰지 않을 경우 미달금액의 10%를 과세하는 제도를 말한다. 설비 투자 부분과 관련이 적은 금융사의 경우 임금을 늘리거나 배당을 유지하는 것외엔 뾰족한 대응책이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임직원 감소세에 있는 증권사들이 임금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업황 문제나 경쟁 과열로 인해 고용 부분 확대도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최근의 스튜어드십 코드 등이 이슈가 되며 주주친화정책이 각광받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배당을 적게할 경우 주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 전언이다.
하지만 이같은 고액 배당 정책에는 지분을 많이 들고 있는 오너 일가의 주머니를 채워준다는 비판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고영훈 기자 gy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