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체어맨, 국산차 최초 의전 차량
20년 전인 지난 1997년. 쌍용차는 체어맨을 선보였다. 쌍용차는 지난 1992년 종합 자동차 메이커 도약을 위해 승용차 개발에 착수, 지난 1993년 2월부터 독일 벤츠사와 함께 기술 제휴를 맺고 체어맨 개발에 돌입했다. 개발 돌입 4년 만에 체어맨을 선보였다.
쌍용차는 체어맨의 개발 초점을 ‘안정성 확보’라고 회고했다. 벤츠 기술의 가장 큰 특성인 안전성 확보 극대화를 개발 목표로 설정 했다는 얘기다. 초기 개발 관련자에서부터 완성차의 홍보·광고·판촉 및 A/S를 담당하는 부서에 이르기까지 테스트에 참여시켜 냉정하게 성능을 판단했다.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각종 새로운 개념과 기법들도 개발 과정에서 도입했다. 독일에서의 풍동 테스트와 오염도 테스트, 도하 능력 테스트를 실시한 것을 비롯해 스웨덴에서의 혹한기 테스트, 스페인에서의 고속시험, 독일-스페인을 왕복한 혹서기 테스트, 사우디에서 독일에 이르기까지 9개국을 거친 트로피칼 테스트 등 ‘체어맨’은 다양한 시험을 통과했다.
그 결과, 체어맨은 지난 1999년 4월. 국산 의전 차량 1호로 선정됐다. 당시 방한한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2세에게 제공된 ‘체어맨’은 건국 이래 해외 정상을 모신 국산차가 됐다. 안전도에 초점을 맞춘 것이 ‘에쿠스’, ‘캐딜락’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비결이라고 쌍용차는 설명했다. 이후 쌍용차는 지난 2003년 9월에는 2세대 체어맨을 선보였으며, 지난 2007년 6월에는 3세대 모델을 출시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벤츠 S-클래스’, ‘BMW7 시리즈’, ‘아우디 A8’ 등 세계적인 명차와 경쟁하겠다는 콘셉으로 ‘체어맨W’를 내놨다.
여기에 기존 체어맨을 ‘체어맨H’로 분리, 2개의 모델로 고객들을 찾아갔다.
체어맨W은 출시 당시 대형 세단의 트렌드와 쌍용차의 아이덴티티를 조화롭게 구현한 디자인, 세계 최고의 안정성 확보, 5000cc 엔진(XGi 5000 엔진)과 7단 자동 변속기 탑재, 전·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 적용 등을 탑재했다. 지난 2011년 7월에는 ‘뉴 체어맨W’를 선보였으며, 체어맨H는 2014년 12월 단종된 것과 달리 현재까지 고객들을 찾아가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체어맨이 국산 의전 차량 1호에 선정된 것은 안정성 부분에서 국제적인 인증을 받은 사례”라며 “2008년 선보인 체어맨W는 ‘대한민국 CEO를 위한 최고의 명차’라는 타이틀로 벤츠 S-클래스’, ‘BMW7 시리즈’, ‘아우디 A8’ 등 세계적인 명차들과 경쟁하겠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고 말했다.
◇ 출시 초반 달리, 올해 724대 판매 그쳐
체어맨은 지난 1997년 출시 이후 약 9년간 판매량에서도 승승장구를 달렸다. 1997년 출시 당시 외환위기라는 특수상황에서도 출시 두 달 만에 1000대 가까운 판매실적을 올렸다.1998년에는 국내외에 3000대를 팔았다. 1999년에는 연간 판매고가 5000대에 육박했고, 2002년에는 ‘뉴 체어맨’이 주목받으며 연간 1만대 판매를 처음으로 넘겼다. 지난 2005년에는 1만5466대를 판매고로 쌍용차의 대표 세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의 위상은 매우 초라하다. 경쟁사들의 신차 공세와 다양한 수입 대형 세단의 등장으로 인해 ‘대한민국 CEO 국산 의전 차량’이라는 타이틀은 이미 ‘에쿠스’와 ‘제네시스’에게 내줬다는 평가다.
판매고도 연간 1만5000대가 넘었던 지난 2005년에 비해 1/10 수준에도 못 미친다. 작년 체어맨의 누적 판매량은 1290대(체어맨W 1290대, 체어맨H 1대)에 그쳤다. 올해도 3분기까지 누적 판매량이 724대로 연 판매량 1000대를 돌파할지 미지수다. 월 판매량도 작년까지 겨우 100대(108대) 수준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80대로 하락했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고급차 대표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월 5000~6000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초라한 행보다.
체어맨이 경쟁사 동급 모델과 경쟁이 밀리자 일각에서는 단종설이 제기됐다. 쌍용차가 작년에 선보인 티볼리(2015년 1월 출시)의 성공을 바탕으로 ‘SUV 명가’로 거듭나기 위해 ‘체어맨W’ 생산을 중단한다는 전망이었다.
◇ 최종식 사장, ‘LIV-2’ 체어맨 출시 시사
그러나 쌍용차는 단종 대신 부활과 변신을 선택했다. 최종식 쌍용차 사장은 최근 체어맨의 단종은 없다고 확언했다. 그 대신 세단이 아닌 다른 차종, SUV로 출시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최 사장은 ‘2016 파리모터쇼’에서 “체어맨 브랜드는 향후에도 지속 유지할 계획”이라며 “현재 대형 세단이라는 성격에서 벗어난 다른 성격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으로 인해 파리모터쇼에서 공개된 ‘LIV-2’가 내년 초에 체어맨 브랜드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종식 사장은 렉스턴W의 후속 모델로 알려졌던 Y400의 최종 콘셉트카인 LIV-2가 렉스턴이 아닌 다른 차명을 출시되며, 체어맨을 사용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현재 쌍용차에서 티볼리는 생산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LIV-2는 수익성을 개선시키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며 “LIV-2는 렉스턴이 아닌 다른 차명을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렉스턴의 생산을 그대로 유지한채 LIV-2를 최고급 대형 SUV로 포지셔닝할 것”이라며 “LIV-2 콘셉트에 체어맨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도 검토하는 방안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