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에서는 이번 코코본드 발행을 통한 유상증자가 성공할 경우, 1100%대에 육박하는 부채비율이 900%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최근의 저유가 기조에 힘입은 영업 호조와 사실상 한진해운에 대한 마지막 자금지원이라고 평가받는 600억원의 긴급자금 지원을 통해 계열사 리스크 상쇄와 재무구조 개선을 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신용등급 상승 및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회사채 시장 재진입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대한항공, 30일 코코본드 발행
대한항공은 22일 미화 3억달러의 해외 코코본드를 오는 30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만기일은 발행일부터 30년이며, 최초 이자율은 미국채금리 + 가산금리로 책정되지만 공모방법에 의해 추후 결정된다. 이자는 매월 5개월 후급으로 지급된다. 발행일로부터 3년이 지나면 조기상황권이 부여되며, 이 때 상환하지 않으면 5% 포인트의 추가 이자가 붙는다.
코코본드 특성상 대한항공은 3가지를 확약했다. 부채비율 1500% 이하 유지, 담보설정 제한(연결기준 자기자본 400% 미만), 자산양도 제한(회계연도내 2조원 미만)이 그 것. 대한항공 측은 “발행 일정 및 이자율은 시장상황 등에 따라 추후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항공업 호조 등 감안시 부채비율 하락 등 긍정 요소
증권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해외에서 자금 조달을 성공한다면 향후 회사채 시장 재진입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번 코코본드 발행이 성공한다면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900%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1109%다. 지난 2013년부터 최근까지 자금난에 빠진 한진해운에 총 8200억원을 지원하는 등 ‘계열사 리스크’에 시달린 결과다.
그 결과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은 지난 4월 BBB+로 하락하면서 현재 회사채 시장에서 외면을 받고 있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해 대한항공은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매우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해외 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시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최근 회사채 보다 더 많은 담보조건을 제공하는 ABS(자산유동화증권) 시장에서도 A0 신용등급을 보유한 캐피탈사들이 자금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신민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코코본드 발행이 성공한다면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약 930%대로 내려갈 것”이라며 “지난 21일 긴급 이사회에서 결정한 600억원의 자금 지원이 사실상 한진해운에 대한 마지막 지원이라고 보여지는 가운데 대한항공 신용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현재 대한항공은 항공권 매출채권을 담보로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 2분기 159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등 항공업이 호황을 보이고 있고,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는 만큼 이번 코코본드 발행을 시작으로 향후 신용등급 상승을 통한 회사채 시장 재진임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단기적 재무개선 외 효과 없다는 전망도 제기
반면, 부채비율 하락 외 뚜렷한 효과가 없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국내 시장이 아닌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코코본드를 발행한 점, 한진해운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 등을 볼 때 대한항공의 신용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상원 동부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신용도에 재무현황이 포함되긴 하지만 가장 큰 평정 요인은 한진해운 리스크”라며 “이번 600억원 추가자금 지원이 긴급하게 이뤄지는 아직 관련 리스크는 떨쳐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물론 코코본드를 통한 해외자금 조달을 통해 회계상 대한항공의 재무구조는 개선될 것”이라며 “하지만 가장 큰 평정 요인이 상쇄되지 않은 현재 대한항공의 신용도 상승은 요원하다”고 덧붙였다.
신용평가사도 이번 코코본드 발행이 신용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채권인 코코본드는 회계상 자본으로 100% 편입되지만 신용평가에 있어서는 차입과 자본으로 나눠서 평정하게 된다”며 “올해 말 부채비율 하락이 이뤄진다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코코본드가 100% 성공한다고 해도 15조원 이상의 부채를 가진 대한항공의 신용도 변화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