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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회사채 ‘기관’ 외면 속 ‘개미’ 몰려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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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4-25 00:35 최종수정 : 2016-04-25 14:51

기관 “신용등급 하락…평가손실 고려 기피”
개인 “4%대 금리 매력적”…위험요인 잠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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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회사채 ‘기관’ 외면 속 ‘개미’ 몰려
[한국금융신문 김지은 기자] 대한항공 회사채에 대해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가 극과 극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대한항공이 발행한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는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수요예측에서 극히 소량만이 매각, 기관투자자들에게 외면 받았으나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수요예측 결과 매각된 금액은 전체 물량의 2.3%인 70억원으로, 미매각된 물량의 대부분은 증권사들이 인수해 리테일 부문에서 소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신용등급인 BBB+가 기관투자자들에게는 리스크 부담으로, 개인투자자들에게는 금리 매력으로 다가왔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도 기관투자 수요 120억원만을 확보했다. 1380억원 물량은 회사채 발행을 맡은 주관사들의 몫이었다. 기관투자자가 외면한 다수의 물량을 개인투자자가 소화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과거 동양증권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기관투자자 대한항공 회사채 인수 기피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의 화사채가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한 이유로 대한항공의 신용등급 하락을 지적한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달 30일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BBB+로 하향조정하면서 대규모 미매각 사태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수요가 확대되고 저유가가 지속되는 등 우호적인 사업 환경에 놓여 있으나 안고 있는 문제가 많다. 대한항공의 계열사인 한진해운은 컨테이너 시황 부진에 따른 수익성 저하로 유동성 위험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한진해운에 조건부 자율협약, 법정관리 수순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자금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

계열사 지원 리스크와 더불어 자체적인 재무구조도 좋지 않다. 항공기 도입과 관련된 투자 부담이 클 뿐만 아니라 작년 기준 부채비율만 해도 867%에 달한다. 3대 신용평가사 중 유일하게 A등급을 유지했던 한신평마저 대한항공에 B등급을 부여한 까닭이다.

대한항공에 부여된 트리플B등급은 투자적격등급에 속하지만 사실상 투자부적격인 투기등급의 성격을 지닌다는 것이 시장의 인식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엄격하게 따지면 트리플B까지를 투자등급으로 보는 것이 많지만 기관들은 내부지침상 싱글A등급 이상을 편입하도록 되어 있는 경우가 보통”이라며 “투자할 수 있는 등급에 제한이 있는 기관은 투자하고 싶어도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등급전망이 ‘부정적’이라는 점도 기관투자자들의 발걸음을 돌리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채권의 신용등급이 하락하게 되면 금리가 오르게 된다. 보유하고 있던 채권의 신용등급하락은 기관에 평가손실을 안겨준다. 평가손실은 취득했을 때의 금액보다 시가, 즉 재산을 재평가한 금액이 적어서 생기는 손실을 뜻한다.

이훈호 동부증권 선임연구원은 “신용등급 전망에서 보듯 대한항공은 1년 내에 등급이 하락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평가손실을 부담하면서까지 기관이 투자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개인투자자 대한항공 회사채 몰리는 이유는

기관투자자들의 대한항공 회사채 기피현상은 리테일 시장으로 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12일 회사채가 발행된 이후 일주일이 지난 현재 각 증권사들은 거의 전 물량을 리테일에서 소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행된 2500억원어치의 대한항공 회사채는 500억원을 한국산업은행에서 인수하고 수요예측에서 매각된 70억원을 제외한 후, 나머지 금액을 인수단으로 참여한 증권사들에 인수비율대로 배분했다. 키움증권 387억원, 동부·현대·한국투자증권 각각 290억원, 대우증권 193억 원, NH투자·유안타·한화투자·KTB투자·SK증권 각각 96억원을 인수받았다.

20일 기준 현재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리테일 부문에서 판매를 하고 있지 않은 동부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을 제외한 8곳의 증권사에서 대한항공 회사채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유안타증권이 인수받은 물량 전량을 모두 소화했고, 키움증권, 현대증권, 대우증권도 거의 모든 채권을 판매했다. 지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KTB투자증권과 SK증권의 경우도 판매 속도에서 차이가 있을 뿐 고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대한항공 회사채가 이처럼 개인투자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4%대의 높은 금리가 주효했다. 발행금리가 4.9%, 판매금리는 4.5~4.6% 수준으로 은행 금리가 1.5%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이만큼 매력적인 조건도 드물다.

NH투자증권은 배분받은 인수 물량을 리테일 판매 개시 하루 만에 전량 소화할 만큼 개인고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현장에서 고객들을 상담하다 보면 만기가 2년으로 기간이 짧은 데에 비해 금리가 높아 수익률 측면에서 매력을 느낀 경우가 많았다”며 “신용등급이 낮은 만큼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세일즈를 할 수 없음에도 개인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렸다”고 말했다.

또 신용등급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는 개인투자자들의 성향도 대한항공 회사채 리테일 부문의 판매 흥행을 견인했다. 김선주 NH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대한항공이라는 회사가 2년 안에 채무불이행 사태까지 갈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개인들이 리테일에 몰렸다"며 "만기까지 채무불이행 사태가 나지 않는다면 수익률이 보장되기 때문에 개인의 경우 기관에 비해 신용등급 강등에 덜 민감한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지은 기자 bridg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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