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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부국의 조건

전하경 기자

ceciplus7@fntimes.com

기사입력 : 2016-04-25 00:12

핀테크 부국의 조건
[한국금융신문 전하경 기자] 부국의 조건은 자원도, 지리적 요건도, 인종도 아니다. 제도다.

대런 애쓰모글루 MIT 경제학과 교수와 제임스 A. 로빈슨 하버드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그들의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15년간 세계 각국의 탄생과 부흥, 실패를 추적했고 부국의 조건을 ‘제도’라고 결론내렸다.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정치, 자유로운 사고방식이 허용되는 환경을 만드는 제도가 부국을 만든다는 것이다. IT기술의 발달은 창의적인 생각만으로도 누구나 수익창출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었다. 제도적으로도 창의적 생각을 허용하고 있다.

기술과 금융이 합한 ‘핀테크’도 그 성과 중 하나다. 은행 뿐 아니라 P2P 등의 ‘핀테크’ 성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진입장벽이 없더라도 제도가 핀테크 성장을 장려하는 제도인지는 의문이다. P2P(P2P: Peer to Peer) 대출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개인 간에 필요 자금을 지원하고 대출하는 서비스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핀테크 흐름에 맞춰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P2P 대출의 장점은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제1,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대출을 원하는 사람에게 약속한 기간 동안 이자를 받는 ‘크라우드 펀딩’ 형식이기 때문이다. 3월 상영영화에서 한국영화 중 유일하게 상위권을 차지한 ‘귀향’은 자금부족으로 무산될뻔 했으나 온라인 상 크라우드 펀딩으로 상영에 성공했다. P2P 등의 핀테크가 다양한 기회를 보장, ‘성장교두보’ 역할을 하고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P2P의 성장·발전 기회를 제한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P2P업체를 대부업법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P2P대출 투자액은 P2P플랫폼 상위 업체 6개 합산 기준 약700억에 달하고 있다. 특히 P2P대출은 기존 부동산 담보 대출 뿐 아니라 명품, 저작권을 담보로 한 대출로까지 영역이 넓혀지고 있다. 연체율이 거의 없어 건전성도 좋다. 하지만 P2P업체는 대부업법 적용을 받는 대부업이다. 영업 또한 대부업 혹은 저축은행과 연계해야만 한다. P2P대출 투자로 얻은 수익은 이자소득세율 15.4%보다 높은 대부업법상 소득세율 27.5%가 적용된다. 투자자를 모으기에 걸림돌이 된다는 뜻이다. 많은 업체들이 제도 개선을 요구했지만 금융당국은 시장규모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입법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투자자 보호도 법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플랫폼사업자와의 계약은 민법 외에는 보호장치가 없어 사업자가 부도가 나면 투자자는 손실을 보전받지 못한다. ‘먹튀’가 발생해도 투자자는 당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P2P 관련 법 제정 비용,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입법을 미루고 있다. P2P플랫폼업체 8곳이 한국P2P금융플랫폼협회를 만들어 자체적으로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위 8곳 업체는 투자자 보호 여력이 있지만 우후죽순 생겨나는 P2P업체들을 모두 관리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부실사태처럼 P2P도 조만간 크게 터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돌발상황에 대비해 끊임없이 개선해야하는게 제도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KB국민·BC카드 좀비PC 결제사기사건은 제도의 허점을 파고든 금융사고였다. 컴퓨터에 저장된 결제정보로 보안제도인 공인인증서를 쉽게 뚫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카드사는 공인인증서 인증 방식을 중지하고 좀비PC를 이용한 원격조종 금융사고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2년 전 전국민을 혼란에 빠뜨린 KB국민·농협·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건도 제도는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했다.

지금부터 제도를 만들어놓지 않으면 P2P도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제2의 P2P 사태’로 번질지 모른다. 금융권의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는 금융당국이 P2P에는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의문이다.



전하경 기자 ceciplus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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