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현대기아차사옥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의 동급, 비동급 모델은 차량 외장만 다소 다를 뿐, 엔진 등 플랫폼이 동일하다. 이로 인해 브랜드만의 특성이 없고, 현대차와 기아차로 브랜드와 차명만 달리하고 있을 뿐이다. 이 같은 전략은 2004년 하반기 기아차의 소형 세단 쎄라토에 현대차 아반떼의 플랫폼이 실리면서 시작됐다. 당시에는 이 같은 전략이 현대기아차의 합병 시너지로 해석되면서 긍정적인 견해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다 2010년대 들어 수입차가 내수 시장에서 강세를 지속하자, 현대기아차의 이 같은 전략이 속도를 냈다.현재 현대기아차는 모든 차급에서 엔진과 플랫폼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실제 2011년 하반기 나온 유럽 전략모델 현대차 i40의 1,7 디젤 엔진은 스포츠유틸리차량(SUV)인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차 스포티지에도 실린다.
새로운 엔진 개발에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비용 절감 측면에서는 탁월한 전략이 셈. 지난해 말 선보인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차인 EQ900도 종전 에쿠스와 제네시스(BH)에 사용되는 엔진들이다. 현대차가 진정 제네시스를 자사의 고급 특화브랜드로 육성할 의지였다면 새로운 엔진으로 제네시스 첫차를 내야하는 게 맞다. 이를 감안할 경우 EQ900은 현대기아차가 보유한 기술을 한곳에 모아 논 종합선물세트일 따름이다.
현대기아차의 기술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일례로 현대차의 인기 차량 소형 아반떼는 1.6엔진으로 최고 시속 180㎞를 낸다. 독일 BMW그룹의 미니 쿠퍼S 쿠페 1.6은 최고 시속이 235㎞다. 속도가 오를수록 아반떼의 핸들링이 불안정한 반면, 쿠퍼S 쿠페는 최고 속도에서 안정적인 핸들링과 코너링을 보인다.
현대차의 대형차도 아반떼와 큰 차이가 없다. 현대기아차는 2014년 2.2 디젤 엔진을 개발해 기아차 카니발(3월)과 쏘렌토(8월), 현대차 그랜저 디젤(6월)을 각각 선보였다. 이중 그랜저 디젤의 경우 시속 200㎞가 넘어가면 스티어링휠과 차체가 떨린다. 세계 유수의 업체와 현대차의 기술력의 차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모두 3조6959억원을 R&D 비용으로 지출했다. 이는 현대기아차의 같은 해 매출(141조4802억원) 가운데 2.6%에 해당한다.
국내 재계 1위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200조6535억원) 가운데 6.8%(13조7100억원)를 같은 비용으로 사용했으며, 독일 국민차 브랜드 폭스바겐의 2014년 R&D 비용은 15조1801억원으로 현대차보다 4배 이상 많았다.
김필수 교수(대림대학교 자동차 학과)는 “차량은 하드웨어적인 엔진 등 플랫폼과 소프트웨어적인 내외장 장치 등이 궁합이 맞아야 한다”면서 “현대기아차의 플팻폼 공유는 비용절감 차원에서는 효과적이지만, 브랜드만의 색깔을 정립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현대차는 이미 대중브랜드로서는 위상을 정립했다”면서 정 부회장의 브랜드 고급화를 지지했다.
한편, 현대기아차가 같은 엔진으로 다양한 차급을 선보이자, 일각에서는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긍적적인 의견도 내고있다.
정수남 기자 perec@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