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에서 근무하던 디자인 인력과 수원의 연구개발(R&D) 인력 5000명은 ‘삼성 서울 R&D 캠퍼스’로 26일 이사했다. 이곳은 삼성전자의 디자인·소프트웨어와 같은 ‘소프트파워’의 중심지가 될 곳이다. 캠퍼스의 전체 인원 수용규모는 7000명 수준이지만 초기 입주 단계라 약간 여유를 두고 5000여명이 근무를 시작한다. 30일 정식 근무를 시작하게 되지만 삼성전자는 별도의 ‘입주식’과 같은 행사는 열지 않기로 했다.
서울 R&D 센터는 2012년 7월부터 33만㎡(10만평) 규모로 조성된 총 6개동으로 이뤄진 첨단 R&D 센터다. 10층짜리 5개동과 8층 높이의 1개 건물을 세워 병원과 어린이집, 명상실도 갖췄다. 이 캠퍼스는 지역 주민과의 조화에 특히 신경 썼다. 담을 없앤 열린 공간으로 조성해 지역 주민의 쉼터 역할도 하고, 주택가와 인접한 건물은 조망권?일조권을 배려해 층수를 낮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서울 소프트웨어 연구소-수원 모바일·디지털 연구소-화성 반도체 연구소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곳을 삼성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프트파워' 연구의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인근에는 LG전자의 서초 R&D 캠퍼스가 위치해 이미 3000명의 인력이 근무 중이다. 업계에서는 LG에 이어 삼성이 서초에 연구소를 개관하면서 서초·우면동 일대가 대표적인 IT 연구단지로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서초사옥에서만 삼성전자 연구개발·디자인 부문 인력이 2500여 명 빠져나가면서 기존 서초사옥과 수원디지털시티에 남은 빈 공간으로 연쇄 인력 이동이 유력해졌다. 삼성은 지난 2008년 11월 서울 태평로에서 서초사옥으로 삼성전자를 포함한 계열사 근거지를 옮겼다. 총 3개동으로 구성된 서초동 삼성타운은 삼성생명(A동) 삼성물산(B동),삼성전자(C동)가 쓰는 형태였다. 우면동 캠퍼스 입주를 계기로 대규모 공실이 발생하자 삼성은 계열사 사옥 이전 검토에 들어갔다. 또 삼성생명이 태평로 본사건물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상황이어서 매각 여부에 따라 여러 계열사의 집단 이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디자인경영센터와 연구 인력이 빠져나간 삼성전자 서초사옥 공간에는 삼성카드와 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가 입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가 끝나는 내년 1월 입주가 예정돼 있다. 삼성생명도 '태평로 삼성본관'을 제외한 건물을 매물로 내놨다. 삼성물산 역시 옛 제일모직과 합병하면서 사옥 이전 문제를 연동해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미 패션사업부문은 지난 9월 서울 도곡동 군인공제회 건물로 들어갔다.
김지은 기자 bridg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