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은 여전히 100위 권 안에서 순위를 소폭 끌어 올릴 수 있겠지만 우리금융 자회사 분할 매각 후 은행체제로 전환한 우리은행의 순위 하락, 우리투자증권 계열 인수에도 불구하고 기본자본 인정 규모 축소에 따른 농협금융의 100위 진입은 턱걸이에 그칠 가능성을 내다본 바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즈 자회사인 ‘더뱅커’지가 발표한 글로벌 1000대 은행 순위는 큰 방향에서 이같은 전망과 일치했다. 단지 정책금융공사와 통합하면서 산은금융지주를 흡수한 산업은행이 62위로 랭크되는 뜻밖의 일만 아니었다면 100위 진입 은행권 금융사에 대한 방향은 적중한 셈이다.
아울러 객관적 위상 추락을 피하기 어렵다고 봤던 시각 또한 들어 맞는 모습이다. 100위권 안에 드는 은행 숫자가 늘고 전반적으로 순위가 상승한 모습을 띄고 있으니 일면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내실 면에서 글로벌 초강자들과 비교하기는 여전히 부끄럽게 미미한 비주류 신세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올해 랭킹 발표는 ‘뱅커’지 답지 않은 혼선이 여럿 노출되면서 정확한 면모를 파악하기 어렵게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실정이다.
◇ 2006년 발표 당당 51위, 아~ 옛날이여
올해 발표를 통해 확실해 진 것은, 국내 은행권이 경쟁력 저하 혹평에서 벗어나는 일은 이변이 없는 한, 5년 안에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국내 은행 사상 최고 순위를 기록한 것은 2005년 말 기준 실적을 바탕으로 발표된 2006년이다. 그 해 국민은행이 당당 51위에 올랐고 이듬해 60위권으로 처졌지만 2007년 실적 기준 2008년 발표에서 다시 56위에 오르는 안간힘을 쓴 바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 바닥에서 큰 흐름은 국내은행 경쟁력 퇴조세가 짙었다.
국민은행이 대표 금융사로서 위상이 퇴색되면서 뒤늦게 지주사로 전환했어도 비은행 부문 취약성을 안고 있었던 사이 우리금융(이하 발표 기준, 2011년) 산은금융지주(2012년) 등이 대신 국내 1등을 했지만 순위는 70위권이었다. 국민은행 법통을 이은 KB금융이 다시 2013년과 지난해 발표 때 국내 1위로 다시 올라섰지만 연거푸 68위에 그쳤고 경영실적 면에서 가장 선전했던 신한지주가 올해 발표에서 60위권에 든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 100대 은행 허리 걸치는 것조차 지난한 일
금융계 뜻 있는 관계자들은 두 가지 이유를 들면서 국내은행 50위권 재진입은 현재로선 지난한 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국내 의존도가 9할이 넘는 틀을 과감하게 벗어나지 못하는 한 자체 성장만으로는 50위권 오르기란 굉장히 어렵다.
올해 발표에서 50위권에 걸친 토론토 도미니언 뱅크(캐나다) Tier1 규모는 319억 1401만 달러다.
정책금융기관으로 전환해 평가대상에서 제외됐어야 할 산업은행을 빼면 여전히 국내 1위인 KB금융이 220억 6000만달러 수준에 그친 것은 50위권 강자들과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케 한다.
적어도 한 차례 도달한 적이 있었던 51위에 다시 오르기 위해 KB금융 자본력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규모의 절반 조금 못미치는 45%에 해당하는 만큼 자본력을 키워야 한다는 셈이다.
국내영업에 따른 성과가 9할보다 훨씬 적은 7~8할로 낮출 만큼 해외사업 비중을 늘리거나 비슷한 덩치의 외국 은행을 인수합병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타개책이 없다. 여기다 산업은행의 경우 랭킹에 계속 잔존하더라도 순위 상승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전망도 보태야 할 처지다. 구조조정 기업 정상화가 더디기만 하고 정책금융기관으로서 마진은 적고 위험은 큰 기업금융과 투자은행 업무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당기 순익이 견조하게 창출되기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한 관계자는 12일 한국금융신문과 통화에서 “민영화 방안이 서 있을 때는 기업공개 또한 추진하는 상황이어서 글로벌 랭킹 평가대상일 수 있었겠지만 이젠 IPO추진 계획이 없고 통합 정책금융기관으로 새 출발한 터여서 평가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다시 요청해야 할 입장”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뱅커지는 평가대상 선정과정에서 불철저한 과정을 거친 것 아니냐는 원성을 국내 은행권 일각으로부터 듣고 있다.
산은을 평가대상에 포함시킨 것에 더해 다른 곳은 모두 은행지주 기준으로 평가했으면서 JB금융 만은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을 떼어서 평가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심지어 비슷한 시기 다른 지방은행계 지주사인 BNK금융은 경남은행 지표를 통합한 기준으로 순위를 매김으로써 2014년 292위에서 2015년 220위로 급상승할 수 있었다.
◇ 혼선 원인 걷어 내고 보면 더욱 험로
만약 광주은행과 전북은행 가치를 다 반영한 JB금융으로 평가했다면 500위권 안쪽으로 들었을 것으로 은행권 일각에서는 보고 있다.
정책금융재편의 결과 Tier1이 커지면서 우연히 국내 1위로 다시 복귀한 산은이 빠지고 JB금융 성과로 평가를 받게 되면 1000대 은행에 더 이상 올라갈 금융사도 없다. 게다가 국내 선두권 금융사를 월등히 앞서는 초강자들의 경영성과와 성장세는 훨씬 더 강력한 실정이다.
10년 전인 2005년 기준 글로벌 톱 25개 은행 Tier1은 1조 431억 달러였던 것이 지난해 말 기준 약 2조 8251억원에 이르렀다.
이에 비해 국내 7대은행 Tier1 합계치는 470억 6000만 달러에서 1218억 5000만 달러로 약 2.6배 가까이 늘었다. 성장비율마저 글로벌 톱 25개 은행이2.70배로 더 크게 나타나면서 글로벌 초강자와의 격차는 더욱 멀어지고만 있다.
정부는 금융산업정책 큰 판 차원에서, 개별 금융그룹 또는 대형은행들은 개별 금융그룹 차원에서, 특단의 비전과 전략을 세워 놓고 비상한 각오로 뛰지 않는다면 국제적 위상은 더욱 위축될 개연성이 짙어 보인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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