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저축은행 후순위채에서 일부 운 좋은 투자자들은 7~8%대의 짭짤한 수익을 향유하고 있다. 오는 7월 만기가 돌아오는 SBI저축은행과 현대저축은행, 내년 초 도래하는 스마트저축은행과 동부저축은행의 투자자들은 원금에 이자까지 온전히 챙길 수 있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저축은행이 지난 2010년 6월에 발행한 후순위채 101억원의 만기가 올 7월에 돌아온다. SBI저축은행(400억원)도 같은 달에 만기가 도래하며 스마트저축은행(70억원)은 내년 1월, 동부저축은행(300억원)은 2월에 만료된다.
현대저축은행의 경우, 대주주인 현대증권과 함께 매각과정을 밟고 있으나 후순위채에는 영향이 없다. M&A(인수합병) 방식으로 매각되면 기존 채무를 모두 안고 가야하기 때문이다. 후순위채는 파산시 변제를 나중에 받는 대신 좀 더 높은 금리가 주어지는 채권이다. 만기가 5년 이상이면 자본으로 인정되는 특징이 있어 지난 2010년 저축은행에 BIS비율이 적용되자 발행물량이 쏟아졌다.
그 당시 발행된 후순위채 금리는 대부분 7~8%대에서 형성됐다. 가장 최근(2014년 9월)에 후순위채를 발행한 웰컴저축은행의 금리가 2.7%임을 감안하면 SBI·동부·현대·스마트저축은행 투자자들은 흔치 않은 기회를 쥔 행운아인 셈이다. 매월 이자가 지급되는 이표채라 복리효과는 없지만 최저투자금액(500만원)으로 계산하면 월마다 2~3만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때도 저축은행의 후순위채는 잘 받아야 BBB+등급이라 금리는 대략 7% 후반에서 8% 언저리에 많이 발행됐다”며 “2010년에도 기준금리가 2.25~2.5%에 머무는 수준이라 저축은행 후순위채는 눈길을 끌만한 투자처였다”고 밝혔다.
당시 발행된 저축은행 후순위채는 정기예금(4%대)을 상회하는 고금리로 인기를 끌었다. 심한 곳은 청약경쟁률이 거의 4대 1에 이를 정도였다.
이런 장세에 힘입어 발행량도 급증했는데 2010년에는 대영(120억원), 솔로몬(450억원), 토마토(200억원), 프라임(250억원), 현대스위스(200억원), W(150억원), 제일(150억원), 동부(300억원), 경기(300억원), 서울(200억원), 스마트(70억원) 등 2500억여원 이상이 나왔다.
하지만 이 가운데 대영(現 현대), 현대스위스(現 SBI), 스마트, 동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P&A(자산·부채이전) 방식으로 처리되면서 후순위채 피해를 양산하게 됐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부실로 넘어온 저축은행 33개는 모두 P&A로 처분했다”며 “예금보호 대상이 아닌 부채는 걸러내고 우량자산만 가교저축은행으로 이전시켜 매각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P&A는 매물을 좀 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영업정지 없이 처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후순위채 투자자들은 원금을 고스란히 날려야했다. 저축은행들이 후순위채를 창구에서 팔다보니 개인투자자가 대다수였던 점도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
생존한 곳 역시 저축은행이 대거 파산하던 시기에는 투자자의 우려 섞인 문의가 쇄도했다. 일부 저축은행은 아예 전용매뉴얼을 만들어 응대할 정도로 정신없던 시기였다. 이 덕분인지 투자자의 큰 변동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 때 후순위채 고객들이 다소 동요하는 부분이 있어 당행의 사정과 구조조정 및 고객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한 응대 매뉴얼을 통해 고객동요를 막는데 주력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순위채 양도를 원하는 고객이 있으면 전 영업점 네트워크를 통해 매수자가 있을 경우, 서로 연결시켜주는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