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위권과 줄어들던 격차 다시금 확대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107조 685억원으로 이중 삼성생명이 17조4000억원을 보유해 전체 시장의 16.3%를 차지,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2013년 10조원 벽을 깬 후 1년 반 만에 보유액이 7조원 이상이 늘었으며, 2위인 신한은행과 줄어들던 시장점유율 격차도 다시금 확대되는 모습이다.
그간 삼성생명은 수년간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2위인 신한은행과의 격차가 줄면서, 퇴직연금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은행에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과거 30% 수준이던 점유율은 2010년 3월 19.7%, 2013년 9월에는 최저점인 13.8%로 떨어지며 과거의 절반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2위인 신한은행과의 격차도 2010년 3월 10.9%p(8.8%) 이상 벌어졌던 것에서 2013년 9월에는 4.2%p 로 줄며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3년 12월말에는 14.5%로 소폭 올랐으나 2014년 3월 14.3%, 6월·9월 14.0%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다 12월말 기준 16.3%로 2.3%p높아지며 2011년 3월말 이후 3년만에 시장점유율 15%의 벽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9.9%(3월·6월), 9.8%(9월)로 낮아지다 12월말 9.3%로 전분기 대비 0.5%p 하락하며, 10%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격차는 4%p대에서 다시 7%p로 벌어졌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대부분 기업회계결산이 끝나는 12월에 몰리기 때문에 지난해 12월 적립금이 크게 늘었다”며, “지난해의 경우 특별한 이슈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계열사를 포함한 기존 물건들의 볼륨이 커진데다 새로운 계약도 늘어 전체적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 30%대 수준에서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왔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말 한국전력이 퇴직연금을 도입하면서 7400억원 정도 규모의 신규계약이 있었는데 삼성생명이 255억원, 신한은행이 1170억원 정도를 확보해 은행권 점유율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 결과는 달랐다”며, “경기악화로 중소기업들의 경영악화가 커짐에 따라 은행권의 퇴직연금 확대가 더딘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연말 특수 일시적 효과? “IRP가 관건”
그러나 퇴직연금이 1년마다 새로 계약을 체결하는데다, 올해 세제혜택 확대로 은행, 증권 쪽에서 IRP(개인형 퇴직연금계좌) 확대를 위한 적극적은 공세를 보이고 있어 다시금 격차가 줄어들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퇴직연금 시장 1위인 것은 맞지만 2위와의 격차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데다 이미 굵직한 사업자들은 거의 퇴직연금에 가입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큰 시장변동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올해 퇴직연금 세제혜택 확대로 은행권에서 IRP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강해 IRP시장에서의 선점이 향후 시장점유율 차이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연말정산 충격과 낮은 금리로 딱히 돈을 투자할 곳이 없다보니 절세가 곧 투자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어서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권에서도 올해 들어 IRP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은행이나 증권에 비해 사실상 접점이 낮다”며, “구체화 되지는 않았지만 퇴직연금 판매가 가능한 설계사조직을 통해 연계하는 형식으로 IRP확대 방안을 모색 중이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보험권 전체의 시장점유율은 2013년 12월 32.0%에서 32.9%로 0.9%p 높아졌으며, 반면 은행권의 경우 같은 기간 50.9%에서 49.5%로 1.4%p 낮아졌다.
전체 시장의 과반을 차지하는 나머지 상위 6개사(삼성생명, 신한은행 포함) 역시 큰 변동은 없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말 적립금액은 9조1000억원으로 점유율 8.5%를 기록했으며, 우리은행 7조9000억원, 기업은행 7조2000억원, HMC증권 6조3000억원으로 각각 7.4%, 6.8%, 5.9%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운영을 위한 고정비가 꽤 많이 들기 때문에 일정규모 이상이 되지 않는 곳들의 경우 오히려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손해라 떨어져 나올 수밖에 없다”며, “보험권 전체의 퇴직연금 시장 변동은 삼성생명이 주도하고 있어 이후 격차를 계속 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