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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고흐 같은 자화상 그리는 게 꿈”

김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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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4-12-21 21:13 최종수정 : 2014-12-21 23:42

산업은행 IT본부 최철호 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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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고흐 같은 자화상 그리는 게 꿈”
최근 며칠간 산업은행 본점 1층에선 특별전시회가 오가는 사람들을 맞이했다.

올해 벌써 18번째 열리는 산업은행 사내 동호회인 미술부의 전시다. 통합산은을 앞두고 이번엔 정책금융공사의 동호회원도 함께했다.

전시 작품의 상당수가 유화인데, 유화가 뿜어내는 특유의 거칠고 강한 분위기 사이에서 설악산과 지리산 풍경을 파스텔로 신비롭게 표현한 그림이 눈에 띈다. 어물전에 쌓여있는 조기가 생동감 있게 묘사된 작품도 나란히 걸려 있다. 그림의 제목은 <풍요>, 작가는 최철호 IT기획부 부부장이다.

“그림을 시작한지는 4년 됐어요. 고교시절 미술선생님께서 인사동에 그림을 보고 오면 점수를 더 주겠다고 하셨는데 이를 시작으로 미술 전시회는 35년간 꾸준히 다녔네요. 산업은행 입사 후 미술부에도 기웃거리긴 했는데 직접 그림 그릴 엄두를 못 냈어요. 시간 뺏기고 집안일이나 회사일에 소홀할까봐.”

그러나 막상 시작하고 보니 그렇지도 않다는 후문이다. “주말에 3~4시간 정도 집중해서 작업하고 주중 1회 미술부원들과 레슨을 받아요. 아이들이 어렸을 땐 시간내기가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는데 이제는 제 시간이 생기네요.”

특별히 파스텔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선 이렇게 말한다. “다들 유화를 하길래 남들이 하지 않는 걸 찾다가 파스텔을 발견했어요. 배색이 쉬운 장점도 있고 제가 주로 노랗거나 불그스름한 배경을 사용하는데 몽환적인 표현도 잘 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해요(웃음). 유화 물감은 하나에 오천원씩이나 한다니까요.”

그의 작품에 대해 주변에선 몽환적이고 꿈결 같은 느낌이 난다고 평한다. 이 말을 듣고 보니 그의 작품 속 설악산 공룡능선과 지리산 주능선의 풍광이 더욱 다르게 느껴진다.

수십 년을 망설이다 그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평생을 가져갈 취미가 생겼다는 것이다.

“60세에 은퇴한다고 해도 20년은 더 살아야하는데 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취미가 생겼다는 게 참 좋네요. 특별한 소일거리 없이 보내는 것보단 그림을 계속 그리면서 작품 활동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번 전시회에 은퇴하신 선배들의 작품도 있는데 저도 나중에 이렇게 제 작품을 전시하고 싶어요.”

취미활동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노후 준비에 대한 주제로 흘렀다. 급속한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연금, 창업, 재취업 등 밥벌이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은퇴 후 여가생활 등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은 아직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기업들도 은퇴를 앞둔 직원들의 창업이나 재취업을 위한 트레이닝 프로그램 등을 마련한 곳도 있긴 하지만 더 나아가 삶의 질 제고에 대한 논의는 전무한 실정이다.

“은퇴 후에 대해선 스스로 길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각자 삶의 방향이 다르다보니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깊은 논의가 어렵긴 하지만 요즘엔 외부 커뮤니티가 활성화 돼서 정보를 공유하기도 좋아졌고요.”

최 부부장은 은퇴 후의 삶을 나름대로 착실히 만들어가고 있었다. 40대부터는 마라톤을 시작했고 50대에 들어선 그림을 배우고 있다. 지금은 귀촌을 준비 중이다. 주말마다 밭을 가꾸는데 들깨, 콩, 팥, 여주, 옥수수, 고추 등 종류도 많고 수확량도 상당하다. 단순한 텃밭 수준이 아니다. 마라톤도 100~300km를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이라니, 뭐든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타입이다.

마라톤과 그림을 시작하면서 회사생활 중 생기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데도 큰 도움이 됐다. 전산학을 전공한 최 부부장은 1990년 산업은행에 입행했다. 지점 근무 3년을 제외하면 IT 한우물을 팠다. 지금은 내년 1월 1일 통합산은 출범을 앞두고 전산통합 작업에 매진 중이다.

“전산통합 이후에는 차세대시스템을 도입합니다. 현재 컨설팅 중인데 시스템 오픈까지 3년 정도 예상하고 있어요. 전산전문가들은 은행 업무를 깊이 있게 알지 못하니 현업을 담당하는 직원들과의 협력이 더 중요해질 겁니다.”

최 부부장은 가장 좋아하는 미술가로 반 고흐를 꼽는다. 언젠가는 고흐와 같은 자화상을 그리는 것이 목표다.

“마라톤 동호회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고 초상화를 부탁하기도 하는데 인물화는 굉장한 습작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하면서는 여건이 안 되죠. 고흐는 자화상을 수십 편씩 그리잖아요. 저도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거울을 보면서 제 자화상을 그리고 있을지도 모르죠.”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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