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생명·손해보험협회의 상반기 연금저축 공시를 분석한 결과, 현재 판매 중인 상품 가운데 수익률이 낮을수록 수수료율이 높고 유지건수도 많은 것으로 나왔다. 유지건수가 많다는 것은 많이 팔렸다는 의미기도 하다.
메리츠화재가 현재 팔고 있는 ‘연금저축노후생활지킴이보험(1404)’과 ‘(무)메리츠케어프리보험 M-Basket1404_연금저축 은퇴케어프리’, ‘(무)연금저축 메리츠 연금보험 웰에이징(1404)’은 모두 지난 4월 같은 시기에 나왔다. 이 가운데 유지건수가 가장 많은 상품은 ‘연금저축노후생활지킴이보험(1404)’인데 아이러니하게도 판매이후연평균수익률(-43.24%)은 3개 상품 중 가장 낮았다.
LIG손보의 ‘연금저축LIG멀티플러스연금보험(1404)’과 동부화재의 ‘연금저축스마트연금보험(1404)’, 롯데손보의 ‘연금저축롯데명품연금보험(1404)’도 비슷한 형국이다.
이같은 패턴은 생보업계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화생명이 팔고 있는 연금저축 중 판매이후연평균수익률이 가장 안 좋은 것은 ‘하이드림연금보험1304(-7.3%)’인데 이 상품의 유지건수는 1만6464건으로 가장 많이 팔렸다. 삼성생명 역시 비슷한데 유지건수가 가장 많은 ‘연금저축골드연금보험1404(1.5 일반용)’이 판매이후연평균수익률도 -42.53%로 가장 저조했다. 농협생명의 ‘세테크NH연금저축보험’과 신한생명의 ‘VIP참연금저축보험’도 마찬가지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연금저축골드연금보험은 올해 출시된 것이라 지난해 나온 상품과 수익률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초창기에는 사업비 공제로 인해 저조하게 나온다”며 “3분기에는 상당히 개선됐으며 내년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률 개선세가 뚜렷해지는게 연금상품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현대해상의 ‘연금저축 행복한노후보험’은 수익률 측면에선 가장 나았으나 유지건수는 오히려 가장 적었다. 신한생명의 ‘신한알찬연금저축보험’도 수익률이 다른 상품에 비해 상당히 좋은 편이지만 유지건수는 6건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했다. 소비자에게 안 좋은 상품이 더 팔리고 좋은 상품은 사장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잘 팔리는 이유는 수수료 때문
이 현상의 궁극적인 원인은 판매수수료다. 유지건수가 많은 연금저축들은 수수료율 또한 높은 편인데 그런 상품일수록 수익률이 저조했다. 아무래도 판매자 입장에선 수수료 높은 상품에 영업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메리츠화재 상품 중 가장 유지건수가 많은 ‘연금저축노후생활지킴이보험(1404)’은 원금대비 1년차 수수료율이 7.79%로 가장 높다. 한화생명의 ‘연금저축하이드림연금보험’도 7.21%로 가장 높은데 유지건수는 가장 많은 반면 판매이후연평균수익률은 가장 낮았다.
보험사 관계자는 “가입자의 보험료에서 판매자의 수수료가 나가기 때문에 초기수익률은 낮게 나온다”며 “만약 10만원을 납입했다면 이 중 판매수수료 등 사업비를 제하고 남은 돈이 적립되는데 원금대비로 보면 마이너스 수익률로 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금저축은 장기상품이라 차후에 적립금이 높아지기는 하나 원금회복까지 걸리는 시간도 그만큼 길다. 수수료율이 높을수록 조기수익률이 안 좋고 원금도달에 걸리는 시간도 길어진다. 연금저축은 보통 환급률 100%(원금도달) 시점을 7년으로 설정하지만 수수료율이 높은 상품은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 좋은 상품 찾기 어려운 이유
이는 보험시장의 특성이자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제조자(보험사), 판매자(모집채널), 소비자로 이어지는 시장구조상 판매자 위주로 돌아가면서 소비자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인 것.
이런 문제를 타파하고자 금융당국은 보험사-소비자를 직접 거래하는 직판(다이렉트)채널을 키우려 노력하지만 결과가 여의치 않다.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지난 4월에 선보인 3개의 연금저축 가운데 다이렉트상품인 ‘미래에셋생명 다이렉트 연금저축보험 무배당’이 가장 판매가 저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푸쉬형 상품인 보험은 직판채널이 가장 저렴해도 정작 판매실적은 미미하다”며 “판매자들은 아무래도 자기들에게 유리한 상품을 중점으로 팔게 되니 시장에서는 소비자에게 유리한 상품이 오히려 사장되기 쉽다”고 토로했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