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아비바생명은 지난 8일 2주일에 걸친 희망퇴직을 마무리했다. 330여명의 임직원 가운데 105명이 신청해 30%가 넘는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는데, 당초 사측이 목표했던 바를 이룬 셈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희망퇴직 신청기간이 4일에서 8일로 늘어나고, 별도의 영업팀이 구성돼 80명 가량의 직원들이 원격지 발령이 이루어지면서 일명 ‘찍퇴(찍어서 퇴직)’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노조의 대응이 전무했던 것으로 알려져 직무태만 의혹이 일고 있는 것.
뒤늦게 희망퇴직 신청 마지막 날인 지난 8일 우리아비바생명 노조를 비롯해 상급단체인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생명보험업종본부 임원들이 충정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강제퇴직을 종용한다고 규탄하며 거세게 반발했지만 너무 늦은 대응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무금융노조 생명보험업종본부 이월락 본부장은 “(기자회견 이후) 경영진과 만나 부서장들이 직원들과 개별면담을 통해 퇴직을 종용하고, 기간 내 원하는 만큼의 희망퇴직 신청이 되지 않자 기간을 늘리고 별도의 영업팀을 만들어 원격지 발령을 낸 것은 분명한 강제퇴직의 증거로 인사발령을 취소하라고 주장했다”며,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해당지부(우리아비바생명 노조)가 전혀 대응을 하지 않아 본부에서 직접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측이 기간연장과 인사발령 등을 지부와 협의를 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막기 위한 조치가 없었고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사측과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하며, “지부장(우리아비바생명 노조위원장)이 퇴직신청이 마무리 된 뒤 이를 다시 확인해 반려시키거나 원격지로 발령난 사람들의 생존권을 지키겠다고 하는데 이는 말도 안 되는 대응전략으로 내부의 치부를 들추는 것이지만 노조가 조합원의 생존권을 지키는데 목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행동해야할 노조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지원해 줄 본부와의 다리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노조의 대처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아비바생명 박재완 노조위원장은 “노사협의 찬반투표 자리에서 조합원들에게 충분히 이야기를 했고, “희망퇴직을 받는 단계에서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투쟁을 한다고 하면 해당자 이외에는 참여를 하지 않고 인사권도 회사에 있으니 결과가 나온 뒤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사측에 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위원장은 실익을 판단해야 하고 조직을 위해 어떤 것을 우선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일부 상급단체나 내부에서 과민반응이 있는데 희망퇴직에 대한 찬성은 이미 했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고 난 뒤 처리해야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강압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일 경우 복직을 주장할 것이지만 (운영위원회 개최 후)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한 결과 신청철회 의사가 거의 없어 강제퇴직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원격지 발령난 사람 가운데 희망퇴직신청을 하지 않은 26명을 살리기 위해서 이들과 면담 후 본격적인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아비바생명 사측은 개별면담을 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강제여부를 떠나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이 개인의 결정이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사실상 복직 등의 철회절차는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