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도입에는 금융권 CEO들이 책임은 지지 않고 장기집권하려는 사적인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 은행에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지주사 회장은 은행장을 자르면 그만이다.” (이동걸닫기

“금융지주회사 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 지주사 발전을 위해 규제완화에 드라이브를 거는 정책은 무모하다.” (임수강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26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기식닫기

수익성 측면에서 애초에 노렸던 겸업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는 미미하고 지배구조 부분에선 낙하산 논란,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간 갈등 등으로 논란만 일으켰다는 것이다. 성낙조 국민은행노조 위원장은 이날 “타임머신이 있다면 지주사체제 도입 전으로 되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오후에는 KB금융 임영록 회장과 국민은행 이건호 행장을 비롯한 금융권 200여명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려 토론회에서 오간 금융지주사 체제에 대한 비판이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 지주사-자회사 역할분담 불분명
한국금융연구원 이시연 연구위원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00년 금융지주회사 체제가 도입된 이후 지난해 기준 총 13개의 금융지주회사가 설립됐으며 여기에 속한 자회사 수는 287개다. 국내 금융산업의 37.2%에 달하는 규모로 지주사 체제가 외형적인 대형화 측면에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지주사들의 수익성에 대해 이 위원은 “글로벌 위기 이전 수준보다 낮게 머무르며 하락하는 추세”라며 “애초 기대한 지주사 체제의 시너지 효과 창출도 다소 미흡한 수준”이라 분석했다.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지 못하는 원인으로는 업종별 분업주의를 꼽았다. 이로 인해 그룹차원의 리스크관리 역시 통합적으로 이뤄지지 못한다고 이 위원은 지적했다.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도 지주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명시적·제도적 절차가 부재해 혼란과 갈등이 증폭되는 것도 문제 중 하나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 역시 “지주회사와 자회사간 역할분담이 명확하지 않다”며 “금융지주회사와 임원이 자회사 경영관리와 부당한 영향력 행사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법적으로 명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금융지주사가 자회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나 그에 상응하는 책임은 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주사가 자회사를 편입하거나 자회사 주식을 추가 취득할 때 승인에 대한 규정 △지주사 대주주나 임원진의 적격성 심사 부재 △이들이 부당하게 얻은 이익에 대한 환수 조항이 없어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하는 점 등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서 개선돼야할 부분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 금융지주사 체제 근본적 고민 필요
1980년대 중반 이후 금융기관의 대형화·겸업화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을 비롯한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그러나 금융경제연구소 임수강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지주사 도입 이후 규제완화도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나 성과에 대해선 의문”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화나 겸업화 면에서 금융지주사가 발전하기 힘든 구조적인 제약이 있어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다고 봐야하는데 이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 주장했다.
한편 강 위원은 금융그룹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대형화·겸업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융배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금융그룹에 자원을 몰아주는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금융사 직원이나 금융소비자 등 특정 계층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발표에 이어진 토론회에 참석한 이동걸 동국대 교수는 “지주사 무용론이 나오지만 분명 비교우위가 있는 체제인데 우리나라에선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금융지주사체제 도입 초기부터 정치적 목적 등으로 취지가 왜곡되고 인센티브 역시 그랬다”고 말했다.
금융지주사 체제의 궁극적인 개선방안으로는 결국 “경영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금융지주사를 제대로 운영하는 것”을 꼽았다. 금융을 모르는 사람들이 경영을 맡고 있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금감원 금융지주팀 이재용닫기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