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금융위 정례회의가 이같이 판단하자 줄곧 분사추진 반대를 외쳐 온 외환은행과 금융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서 갈등과 마찰은 이제부터 본격화 될 전망이다.
하나금융지주가 론스타펀드 지분을 매입, 외환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은행 독립경영을 5년 동안 보장하기로 노사정 합의를 거쳤던 것이 이같은 사업부문 조정에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금융계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은행 핵심사업부문인 카드를 떼어내 궁극에는 하나금융의 또 다른 자회사인 하나SK카드와 통합할 것이 유력한 상황인 가운데 금융위가 분사방안을 승인하면서 은행 노조와 금융지주 및 은행경영진과의 갈등에서 노조와 당국과의 갈등으로 이어질 소지 또한 내재된 시점으로 보인다.
◇ 중대한 전제조건 인정했지만 예비인 허가
금융위는 21일 제9차 정례회의에서 외환은행의 신용카드부문 분할 및 (가칭)외환카드의 신용카드업 영위를 각각 예비 인·허가했다. 다만 금융위는 본인가를 위해서는 반드시 고객정보가 보관된 전산시스템을 물리적으로 분리할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전산시스템의 완벽한 분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외환카드 분사 시 외환은행의 고객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과 카드의 전산시스템의 완전한 분리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작업이 완료되면 은행고객과 카드고객의 정보가 완벽히 분리돼 고객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총 25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한 분리작업을 통해 이전의 카드사 분할 사례보다 더욱 완벽한 전산시스템 분리 및 고객정보 보호 시스템을 갖출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산시스템 분리작업은 6월말 완료될 예정이다. 이후 금융당국에 본인가 및 본허가를 신청하면 인·허가요건 및 부대조건 충족여부 심사 후 인·허가 여부가 결정된다.
◇ 노조는 분사에 왜 반발하나
반면 외환은행 노조와 금융노조는 금융위의 결정에 반대했던 입장 그대로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계획이다. 노조는 금융위 정례회의 하루 전인 지난 20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환카드 분사 및 하나지주의 카드통합 작업에 대한 승인절차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또한 같은 날 저녁엔 금융위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외환카드 분할은 특정지주사를 위한 특혜성 조치”라며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취임 당시 론스타 매각승인 후 5년간 외환은행 독립경영을 보장하는 내용의 2·17 노사정 합의서를 이행겠다고 약속한 것을 지키라”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이 통합은 외환은행에 대한 하나지주의 일방적인 자산강탈”이라며 “외환카드의 모든 자산과 향후 수익까지 다 챙겨 가면서 하나지주가 내는 돈은 한 푼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하나-외환 통합전인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하나SK카드는 연평균 143억원의 적자를 낸 반면 같은 기간 외환카드는 연평균 1403억원의 흑자를 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단 분사한 뒤 하나SK카드와 통합이 추진되면 이 문제에 대해 집요하게 문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해당 금융사 공식집계로는 지난해 하나SK카드는 35억, 외환은행 카드사업부문은 6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현재 외환카드는 자본금 6400억원에 자산은 2조6000억원, 시장점유율은 3.1%다. 하나SK카드는 자본금 5900억원에 자산은 3조2000억원이며 시장점유율은 4.8% 정도다. 외환카드와 통합 시 점유율은 8%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업계 6위로 올라선다.
◇ 분사는 시작에 불과 갈등 지속 불보듯
외환은행 측은 6월말까지 전산시스템의 물리적 분리를 완료하고 외환카드 분사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망분리 외에도 최근 은행의 내·외부간 정보보호 업무를 총괄하는 고객정보본부 및 내부통제점검 TFT를 신설하는 등 고객정보 유출 및 관련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노력 중이다.
그러나 은행과 노조 간의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외환카드 분사가 하나SK카드와의 통합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의 외환카드 예비인·허가 후 노조 측은 “예비승인을 절대 인정하지 않으며 카드통합 저지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