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편 기존 삼성카드와 롯데카드에 이어 우리카드와 신한카드 등 일부 카드사가 기업구매전용카드 시장공략에 적극 나서면서 향후 이 시장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돼 이를 둘러싼 카드사 간의 경쟁도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 B2B 별도 산정 효과로 8년만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
지난해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계열사 간 거래를 자사 카드로 결제한 물품대금을 포함한 기업 간 거래(B2B)를 기업구매전용카드 실적에 포함시키도록 하면서 이 시장이 지난 2006년 이후 8년만에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우리카드, HN농협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신한카드, KB국민카드, 롯데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외환은행, 씨티은행 등 전업 및 은행 겸영 카드사 12곳의 지난해 기업구매전용카드 취급실적은 48조2014억원으로 전년 26조7924억원 보다 무려 80%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신용카드 이용실적(신용판매+현금서비스: 558조1498억원)의 8.6%에 불과했지만 이는 전년 4.8%에 비해 3.8%p 성장한 것이다. <표 참조>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삼성카드는 지난해 구매전용카드 실적이 12조6078억원으로 신용카드 이용실적(83조4720억원)의 15.1%를 차지했다. 롯데카드도 11조4324억원으로, 자사신용카드 이용실적(50조9562억원)의 22.4%나 됐다. 국내 카드업계 가운데 기업구매전용카드 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이밖에 신한카드(4조5426억원·4.0%), 현대카드(3조5025억원·5.1%), 우리카드(9055억원· 2.6%) 순으로 집계됐다. 여신금융협회 최현 카드부장은 “삼성카드 등 일부 카드사가 과거 기업 간 거래를 자사 카드로 결제한 물품대금 실적 중 대기업 부문을 법인카드 실적에 산정해왔었지만, 지난해부터 법 개정으로 다시 기업카드구매 취급액으로 분류하면서 실적이 급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카드사가 협력업체에 물품이나 용역대금을 결제할 때 현금결제나 기업구매전용카드 사용을 확대하도록 금융당국이 지도한 것 역시 실적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사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카드사들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협력업체에 지급하는 대금을 자사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높은 가맹점 수수료를 받아왔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협력업체 15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비씨카드, 하나SK카드 등 우리카드를 뺀 7개 전업카드사 모두 자사 카드로 대금을 결제해 가맹점 수수료를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금액 기준으로는 물품과 용역대금 총 1074억원 중 자사 카드결제가 51.4%인 552억원이었다. 업체 기준으로는 155개사 중 129개사가 카드결제를 받고 있었다. 수수료율도 카드배송업체나 공카드 납품업체 등 중소형 업체들이 일반 가맹점 평균인 2.14% 보다 높은 최대 2.53%까지 부담하고 있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결제방식을 개선시키고자, 지난해 카드사 자체 감사조직에서 점검토록 했으며, 아울러 협력업체가 기업구매전용카드를 사용하면 적정 수준의 수수료를 받도록 지도해 왔었다.
◇ 삼성· 롯데카드 등 기업계 카드사가 시장 주도
한때 기업구매전용카드도 현금화가 쉽다는 이유로 인기가 높았다. 기업들이 이 카드를 이용하면 법인세ㆍ소득세 등의 세액공제 혜택도 주어졌다. 최현 카드부장은 “지난 2007년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구매전용카드나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등 어음대체 결제수단으로 하도급대금을 지급할 때 결제기한이 법정기일(60일)을 넘기면 7%의 수수료를 주도록 고시하는 등 기업구매전용카드 활성화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상반기까지 취급실적이 하향세를 보였던 것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일부 은행계 카드사가 수익이 별로 나지 않는 기업구매전용카드 사업에 적극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KB국민카드와 하나SK카드의 경우 지난해 기업구매전용카드 취급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프 참조>
또한 겸영 카드사도 기업구매전용카드 상품이 카드사에서 운영할 성격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취급액을 점차 줄였다. 겸영 카드사 한 관계자는 “기업구매자금대출 등 기업구매전용카드와 비슷한 성격의 상품이 나와 그쪽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기업구매자금대출’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해당상품의 금리가 연 5.92%로 중소기업대출(5.81%) 전체 평균보다 0.11%포인트 높아 논란이 된 상품이다.
게다가 일부 기업계 카드사의 경우엔 계열사 간 거래를 자사 카드로 결제하는 취급실적을 법인카드 실적에 포함해 산정하면서 시장점유율 확대의 도구로 활용해왔다. 가령 B2B 실적이 많았던 삼성카드, 롯데카드 등 기업계 카드사는 법인카드 실적으로 잡아 카드시장 점유율 산정기준에 포함시킨 반면 기업 간 거래가 적은 은행계 카드사들은 이를 배제해 이를 둘러싼 양측 간의 신경전은 해묵은 얘깃거리가 된 지 오래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점유율과 관련한 공식발표 수치가 없어 카드사별로 자사의 구미에 맞게 기업구매전용카드 실적 등 각자 자기 유리한 기준에 맞춰 카드시장 점유율을 산정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다가 지난 9월부터 ‘법인신용판매’ 실적에 포함됐던 B2B 실적이 기업구매전용카드 실적으로 분리되면서 그 동안 비합리적이던 시장점유율 산정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게 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B2B는 법인카드 거래와 달리 기업구매전용카드의 성격이 강하다”면서 “법인카드 내 혼재된 부분을 기업구매전용카드로 발라내면서 실적 산정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 구매전용카드시장 다시 활성화될까
한편 기업계 카드사가 주도했던 기업구매전용카드 시장에 신한카드, 우리카드 등 일부 은행계 카드사가 법인카드 영업을 한층 강화하고 나서면서 향후 이 시장도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법인카드 시장은 개인카드 부문에 비해 리스크는 적고 시장점유율은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구매전용카드시장도 자연스럽게 커질 것이라는 것.
이와 관련 삼성카드 한 관계자는 “사실 기업구매전용카드 시장은 그룹 계열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업계 카드사가 강세를 보여 왔지만 올 들어 신한카드 등 일부 은행계 카드사가 이 시장에 관심을 보이면서 향후 시장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업구매전용카드 시장을 놓고 삼성카드, 롯데카드와 신한카드, 우리카드 간의 신구 대결 양상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 기업구매전용카드 이용실적 및 비중 추이 〉
(단위 : 억원, %)
주1) 신용카드 이용실적 : 일시불+할부+현금서비스
주2) 2010년부터 하나SK카드, 2011년부터 KB국민카드 포함
* 자료 : 금융감독원(금융통계정보시스템)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