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금융은 오는 24일(금) 오후 4시에 3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다. 증권사와 분석업체들의 실적 컨센서스상으로는 3분기에만 1조원의 연결 순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등 순익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날로 커지고 있는 상태다. 내년 3월로 임기만료를 앞둔 임종룡 회장의 연임에도 청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80조 규모의 생산적금융 전략 이행에 따른 자본비율 부담 및 건전성 관리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을 전망이다.
반면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9170억원에서 1조49억원으로 전년대비 9.5%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금융은 직전분기 9346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최근 1450원대를 넘기며 불안정해진 환율변동으로 인한 비화폐성 외화환산 손실과 우리자산신탁의 책임준공형 신탁사업 충당금 등 여파로 대손비용이 오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상반기 대손비용으로 이미 9440억원을 집행한 바 있다. 올해 반기 기준 우리금융그룹의 대손비용률은 0.49%로 직전해 말 대비 0.04%p 올랐다.
반대로 3분기 중에는 동양·ABL생명의 인수 관련 시세차익이 약 4000억원 이상 반영될 수 있어 이 부분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보험사들의 순이익이 그룹 전체 순이익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그간 약점으로 지목되던 비은행 부문의 가시적인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
대표적으로 동양생명의 최근 5년 평균 순이익은 약 22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들의 실적이 반영되면 비은행기여도가 약 15%대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험사 인수 효과로 3분기 순이익이 컨센서스를 25%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금융 한 관계자는 “그간 우리금융은 은행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있어 소위 ‘한 팔로만 싸우는’ 느낌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다른 지주들과의 경쟁에서 크게 밀리지 않아왔다”며 “보험사 인수 후에는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도 강해져서 한 단계 높은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구성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3분기 금융지주들의 실적은 시중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NIM은 전 분기 수준을 유지하며 우수한 성과를 시현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신용카드 관련 수수료 부진에도 불구하고 증시 호황에 따른 증권자회사의 브로커리지 수수료 및 투자은행(IB) 관련 수수료 성장이 예상되며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3분기 우리금융의 CET1비율 역시 대다수의 신용평가사 및 증권사들은 전분기보다도 높아진 12.8%대를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CET1 비율에 여유가 생기면서 우리금융은 이를 활용해 다른 금융지주보다 빨리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략 변화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CET1 비율이 지나치게 빠르게 높아지는 경우에도 자본이 비효율적으로 쌓여있다는 해석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금융이 당분간 CET1 비율 상승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우리금융은 향후 5년간 총 80조원을 투입해 생산적 금융 전환과 포용금융 확대에 나선다는 구체적 계획을 금융지주 중 가장 발빠르게 밝혔다.
우리금융은 ‘우리금융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에 따라 2030년까지 5년간 총 80조원을 △생산적 금융(73조원), △포용금융(7조원)으로 구분해 실행하기로 했다.
이 중 생산적 금융 73조원은 △국민성장펀드 참여 10조원을 비롯해 △그룹자체투자 7조원 △융자 56조원으로 구성됐다. 그룹 자체투자 7조원은 △그룹 공동투자펀드 1조원 △증권 중심 모험자본 투자 1조원 △자산운용 계열사의 생산적 금융 펀드 5조원 등 3가지 방안으로 추진된다.
기업대출 비중을 현재 50%에서 60%까지 확대하고 가계대출, 주담대 중심의 영업구조를 첨단전략산업 중심의 기업금융으로 과감히 전환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포용금융 역시 지난 5년간 5조 수준이었으나 향후 7조원, 약 40%를 늘리는 파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다만 당국 기조에 발맞추기 위해서긴 하지만, 이 같은 생산적금융 확대가 그룹 전체의 자산건전성 및 이익변동성 관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우리금융그룹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작년 말 0.57%에서 올해 2분기 말 0.71%로 상승했다. 대출 연체율 역시 은행 기준 0.30%에서 0.40%로 올랐다.
통상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는 약 35~50% 수준인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기업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75~100% 이상이다. 특히 이번 생산적금융 전환의 핵심축인 기술기반 스타트업 등은 담보가 부족하고 경기변동에 민감해 그 실적 불안성이 더 큰 편이다.
하지만 투자가 계획대로 성과를 낼 수 있다면, 기존 가계대출 중심의 성장 한계를 고려할 때 오히려 중장기적으로는 자산 포트폴리오의 질적 다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섣부른 평가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반기 우리금융의 위험가중자산(RWA)은 지난해 188조6320억원 규모에서 올해 186조7870억원 규모로 소폭 줄었다. 임종룡 회장의 위험관리에 중점을 둔 경영방침이 점진적인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우리금융지주는 4대 금융지주 중 처음으로 비과세배당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자본준비금 3조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비과세 배당 재원으로 활용한다. 비과세 배당을 받으면 개인주주는 배당소득세 15.4%가 면제돼 배당금액 전체를 수령할 수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우리금융은 올해 4분기 결산배당부터 비과세 배당을 적용할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금융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여전히 약 0.4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과 CET1 안정화가 가시화되면,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해소를 통한 재평가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