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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에 관한 단상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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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3-03-04 06:53

조관일 창의경영연구소 대표, 경제학 박사

어느 행정기관에 강의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주제는 친절 서비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강의를 이틀 앞두고 교육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선생님, 우리 공무원들에게 너무 친절을 강조하지 마세요”라고. 아니? 친절 강의에 친절을 강조하지 말라니?

사정은 이랬습니다. 최근, 민원창구에는 악질적인 주민이 가끔 나타나 공무원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라는 겁니다. 사정이 그런데 지나치게 친절을 강조하다보면 거부반응이 심각할 것이라는 유려 때문에 그런 부탁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공무원과 민원인 사이에 오고간 전화내용을 녹음한 음성 파일을 메일로 보내줬습니다. 그 메일을 들어보니 정말 한심했습니다. 주민이라는 사람은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끝없이 퍼부었고, 전화를 받은 공무원은 전전긍긍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사원들을 보호하라

요즘 전화폭력 때문에 서비스업계가 애를 먹습니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다고, 또한 고객을 잘 모셔야 한다는 서비스업계의 약점을 이용하여 전화로 온갖 ‘나쁜 짓’을 하는 ‘고객이라는 이름의 악질’들이 많습니다.

전화 응대라면 얼른 떠오르는 부서가 바로 ‘콜센터’. 웬만한 기업이라면 빠짐없이 운영하는 그 콜센터의 상담원은 2명 중 1명이 병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며칠 전,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서비스 산업의 감정노동연구’ 결과를 보면 경악스러울 정도입니다.

콜센터 상담원들은 하루 평균 125건의 통화를 하고 통화시간만 무려 5시간에 이른다고 합니다. 제가 강의를 하는 사람이라서 잘 아는데 5시간의 전화 통화라면 그 시간동안 강의를 하는 것 이상으로 격무라고 생각됩니다. 강의는 그래도 일방적인 것이고, 때로는 환호를 받기에 스트레스가 풀리는 경우도 있지만 낯선 고객과의 전화통화란 고역 그 자체일 것입니다. 더구나 통화의 내용 대부분이 귀찮은 민원성 실랑이에 해당될 것임을 고려하면 병이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콜센터 상담원(여성) 2명 중 1명꼴로 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이번 연구는 밝혔습니다. 상담원의 43.7%는 서비스업의 6대 질환이라는 우울증, 하지정맥류, 근골격계 질환, 소화장애, 생리불순, 성대결절 등으로 의사의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 중의 25%는 우울증 의심으로 분류됐고, 40%는 사회심리적 건강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일반 여성근로자(고위험군 비중 27%)에 비해 정신건강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일자체가 격무인 것도 그렇지만 스트레스 받기에 딱 알맞은 업무의 내용이 더 큰 문제입니다. 지난해 7∼8월 2개월 동안 조사한 것만 봐도 상담원들은 평균 1.13회 성희롱을 당했고, 2.72회 폭언 및 욕설을 겪었으며, 고객으로부터 인격을 무시당한 경험은 3.65회, 그리고 막무가내식 무리한 요구를 당한 것도 3.93회에 달합니다. 사정이 이러니 병이 나지 않는 게 오히려 비정상적일지 모릅니다. 콜센터뿐만이 아닙니다. 요즘 다른 서비스업계도 악질적인 고객들 때문에 골치 아픕니다.

KBS2 TV의 인기프로그램 ‘개그콘서트’. 그 중에 ‘정여사’라는 코너를 잘 알 것입니다. “안돼, 바꿔줘!” “너? 나, 무시해”라며 막무가내로 멀쩡한 물건을 바꿔달라는 정여사. 그러다가 일이 잘 안 풀리면 강아지 브라우니까지 동원하여 “브라우니! 물어! 물어!”를 외치는 무개념 부잣집 아줌마 정여사. 이를테면 블랙컨슈머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것을 보면 대상기업 83.4%가 블랙컨슈머로부터 악성 민원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피해기업 10곳 중 7곳은 기업이미지 훼손 등의 우려로 부당한 요구를 그대로 받아주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블랙컨슈머가 매년 20%가량 늘고 있다니 “정말 못해먹을 노릇”이라는 푸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블랙컨슈머를 직접 상대해야 하는 일선 접점의 종업원의 심정은 썩어 문드러진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현장에 답이 있다

자, 이쯤에서 각 기업은 고객을 상대하는 사원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머리를 써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유심히 관찰해 보면 ‘윗분’들이 과연 일선 접점 직원들의 애로를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데 직접 현장에서 체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추운 엄동설한에 건물 입구에 사람을 세워놓고 출입하는 차량마다 허리를 굽혀 인사하게 하는 것이 과연 서비스인지 인권침해인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조사대상 기업의 46.1%가 “성희롱을 당해도 전화를 끊지 말아야 한다”는 방침이 있다는데 이것 역시 심각한 인권침해임을 아십니까? 당신의 귀한 아들 딸들이라면 그렇게 놔두겠습니까?

경영자라면 한번쯤 회사의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상담을 해보세요. 일방적인 회사의 업무안내 멘트에서부터, 기계적인 말투. “아! ~~해달라는 말씀이십니까?”식의 군더더기 말의 반복, “아~! 얼마나 불편하시고 힘드셨습니까?”라는 마음에도 없는 위로의 언사 등, 정말 쓸데없고 현장감 없는 매뉴얼로 인하여 사원들은 힘이 들고 바쁜 고객들은 짜증이 난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지면관계로 줄입니다. 아이디어를 짜내세요. 집념을 갖고 머리를 쓰면 좋은 방법이 나옵니다. 어떻게 하면 사원들을 보호하고 고객들이 즐거워할 서비스를 할 수 있는지 말입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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