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한생명은 한화그룹 창립 60주년 기념일인 지난 9일 ‘한화생명’으로 사명을 바꾸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이날 신은철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 및 FP 1000여명이 모여, ‘한화생명 사명 선포식’을 갖고,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보험사’라는 비전을 수립하는 등 새 출발의 각오를 다졌다.
또 한화그룹 내 모든 금융계열사(한화손보·투자증권·자산운용·인베스트먼트·저축은행)가 공동으로 사용할 ‘내일을 향한 금융’이란 브랜드 슬로건을 함께 발표해 그룹 내 금융계열사간 시너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사명 변경을 통해 한화그룹 차원의 통합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명변경 여부를 두고 안팎으로 시끄러웠던 만큼 변경이후 효과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생보사 2위로 자리를 굳건히 해왔던 만큼 오랜 세월 사용해 온 브랜드 이미지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 또한 한화생명 내에서도 사명 변경을 통한 시너지 효과에 대해 큰 기대를 갖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 역시 많이 알려져 있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영업에 큰 지장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명변경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도 없이 원하던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한화생명은 한화그룹 김승현 회장의 구속으로 인해 홍보활동을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이달 1일, 프랑스계 보험사인 카드프생명 역시 ‘BNP파리바카디프생명’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 측은 BNP파리바그룹의 인지도가 ‘카디프’보다 높고 전세계적으로 통합 브랜드를 구축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 크리스토프 다베스 카디프생명 사장은 “이번 사명 변경이 한국 진출 10주년을 맞은 회사의 입지를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판매 채널 및 상품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BNP파리바그룹의 경우 국내에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을뿐더러 변경한 사명이 너무 길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화생명이나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의 경우 브랜드 통합으로 그룹간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사명을 변경한 것으로 짐작된다”며, “그러나 예전에 가진 브랜드 로열티를 새로운 브랜드로 신규 충성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꾸준히 마케팅 부분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며, 이 단계에서 실패한 기업들도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합작사에서 독자법인으로 전환하거나 모그룹간의 연계성 부각을 위해 사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곳도 있다. 하나은행과 HSBC그룹이 공동 설립한 하나HSBC생명의 경우도 하나생명으로 사명변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3월 김태오닫기

그러나 일각에서는 “하나HSBC생명의 사명이 변경될 경우 ‘한화생명’과 발음상 혼동을 일으킬 여지가 있다”며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차티스손해보험 역시 최근 AIG그룹의 회생의 발판이 마련되면서 계열사간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사명변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AIG는 여전히 글로벌 대표 보험사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그룹 계열사의 시너지 효과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그린손해보험과 ING생명 역시 매각 절차를 거쳐 사명이 변경될 것으로 보이며, 우리아비바생명은 아비바그룹의 철수로 ‘우리생명’으로 사명이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명변경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기존 계약자 관리와 소비자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각 보험사마다 추진배경은 조금씩 다르지만 현재 침체되어 있는 보험산업을 그룹간의 시너지나 변화를 통해 타개해 보려는 노력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