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보험 설계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판촉물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무형의 상품을 판매해야 하는 특성상 다른 분야에 비해 판촉물을 많이 사용하는 보험 영업에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담긴 판촉물이 늘어나고 있다.
◇ 생필품에서 웰빙제품으로
생활이 여유롭지 못했던 70년대에는 생필품이 주를 이뤘다.
당시 인기 있는 선물은 설탕, 빨래비누, 식용유 등으로 3KG짜리 미군 설탕을 들고 가면 냉랭하던 주부들 목소리까지 달라진다는 얘기가 생보업계에 나돌 정도. 조금씩 여유가 생기던 80년대에는 남성에게는 고급 만년필, 여성 고객들에겐 레이스 달린 속옷과 스타킹이 인기 판촉물로 부상했다.
자녀를 둔 고객에게는 ‘과자종합선물세트’가 최고 인기상품이었다.
76년부터 FC 활동을 한 삼성생명 울산지역단 박원자 FC는 “그 당시에도 VIP 고객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며 “회사에서 시상품으로 받은 소형 가전제품 같은 것을 내가 쓰지 않고 또 다른 고객을 잡기 위한 판촉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90년대 들어 외자계 보험사들이 들어오면서부터 판촉물 경쟁은 더욱 심해졌다.
특히 택배 시스템이 일반화되면서 VIP 고객에게는 송이버섯이나 더덕 같은 고가의 물품이 택배로 전달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웰빙’이 화두로 떠올라 유기농 채소와 과일, 누룽지, 선식 등 건강식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참신한 아이디어가 가미된 판촉물도 눈에 띠게 늘어났다.
감자를 선물하는 경우 채칼을, 비누를 선물할 때는 때수건을 함께 넣는 이른바 ‘세트 구성’이다.
삼성생명 신갈지점 백승예 FC는 “세트 구성은 관련 물품을 추가로 사야 하는 수고를 덜어줄 수 있고, 고객을 한번 더 생각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 FC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짐을 느낀다”고 말했다.
계절에 맞춘 구성도 필수적인데, 요즘같은 여름에는 아이스박스 안에 튜브와 물안경, 모기퇴치패드, 썬크림 등을 세트로 구성한다. 또 겨울에는 휴대용 손난로를 건네기도 하고, 직화구이 냄비에 군고구마를 넣어 보내기도 한다.
◇ 판촉물에 담겨 있는 정성에 더 감동
상품이 아니더라도 주식, 펀드, 대출관련 정보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책자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FC도 많다.
게다가 출출함을 느낄만한 오후 4~5시쯤 고객들에게 방문해 집에서 직접 쪄온 계란을 나눠주며 정을 나누는 FC도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판촉물은 초기 어색함을 줄여주는 훌륭한 영업도구이지만 자칫 고객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고 기대만 키울 수도 있다”며 “판촉물도 중요하겠지만 대다수 고객들은 그 안에 담긴 FC의 정성에 더 많은 감동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ha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