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고의 금융기관으로의 꿈을 품고 한국증권으로 새롭게 출범한지 벌써 한 달이 넘어서고 있지만 노사관계는 합병 전이나 이후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이다.
최근엔 회사 내부에서는 물론이고 업계 전반적으로 노사 모두를 겨냥한 양비론이 제기되면서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펼치기도 했지만 결국 그 뜻을 좁히지는 못했다.
더욱이 비슷한 시기에 합병한 우리투자증권이나 대투증권은 이제 어느 정도 합병증권사로서의 틀을 갖춰가고 있는 반면 한국증권의 경우 잦은 인력 이탈로 현재 제대로 된 업무수행 조차 버거운 상태다.
이런 와중에 한투증권 노동조합은 지난 4일 또 한번의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3월 29일 이후 4번째다.
한국증권 노동조합에 따르면 이제까지 협의과정에서 회사측은 “고용안정 부분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안을 가급적 전면 수용할 용의가 있으며 금전문제는 어느 정도 절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하고 있지만 행동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현재 노조가 주장하고 있는 것은 파업에 따른 무노동무임금원칙 철회와 인수위로금 선지급에 관한 문제”라며 “무노동무임금원칙의 경우 노동조합법에도 나와있는 명백한 법률인데도 이를 철회하라는 것은 원칙을 무시하라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인수위로금에 대해서도 “현재 파업으로 인해 회사 수탁고가 감소하고 있는 만큼 향후 회복단계별로 지급키로 하는 것을 협상중”이라면서 “빠른 시일내 협상이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사간 오해의 골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작은 것이라도 관련 소문이 들리기만 해도 그 진원을 찾으려하기 보다는 서로를 의심하기 바쁜 모습인 것.
실제로 최근 업계에서는 한국증권이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지리한 노사갈등의 끝이 보이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갖게 했었다. 하지만 정작 한국증권에서는 그 소문의 사실여부를 떠나 노조는 “사측이 종국에는 구조조정을 실시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 회사는 “노동조합이 조금이라도 돈을 더 받기 위해 일부러 낸 소문이 아니냐”며 서로를 의심하고 나섰다.
결국 이 소문은 근거 없는 유언비어로 끝났지만 노사 모두에게는 씁쓸한 기억만을 남겼을 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같은 갈등의 장기화로 영업력이 큰 손실을 입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인력이 수시로 들락거리다 보니 시스템적인 통합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업무 진행조차 원활하지 못한 상황.
특히 자신이 한 만큼 벌어 가는 영업직원들의 경우 내 일 뿐만 아니라 파업에 참가한 옆 직원의 업무까지 함께 병행해야 하다보니 그 불만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한국증권의 한 관계자는 “벌써 합병한지 한 달이 넘었지만 업무의 진행속도는 여전히 제자리”라며 “이대로 가다가는 9월경 나오게 될 상반기 실적이 어떠할 지는 뻔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말부터 노사가 협상을 위한 노력에 적극 나서고는 있지만 아직 계약직 정규직전환문제, 무연고지로의 원거리 배치전환, 구조조정에 수반되는 명예퇴직금 기준, 임금인상, 우리사주 손실보전 등 여러 현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며 “약간만 생각을 바꾸면 적정한 수준에서 타협할 수 있지만 불필요한 명분 논쟁으로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파업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손해를 보는 것은 노사 모두일 것”이라며 “지금의 이 에너지를 하루라도 빨리 합병 시너지로 전환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정 기자 minj78@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