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채권이 하반기 은행들에게 적잖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진로의 대규모 채권이 환매됨에 따라 일부 은행들은 환매에 따른 손실 규모가 상반기의 2~3배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진로의 채권이 7월 모두 은행으로 환매됐다. 진로에 대한 화의절차가 중단되고 법정관리 대상으로 결정되면서 환매사유가 성립됐기 때문이다. 은행권이 다시 떠안은 진로 채권은 총 1750억원으로 전체 2조3000억원의 8%에 해당하는 규모다.
은행별로는 조흥 540억원, 한미 314억원, 경남과 제주은행 각각 290억원, 부산 200억원, 대구은행 116억원 등 총 1750억원으로 7월중 환매가 완료됐다.
물론 대다수 은행들이 이미 금감원이 요구하는 수준 이상으로 대손충당금을 적립했기 때문에 환매에 따른 손실은 적다는 지적이지만 하반기 실적에 환매손실이 반영되는 은행도 적지 않다.
부산은행의 경우 하반기 중 예정된 환매채권의 규모는 495억원으로 상반기의 138억원보다 3배가 많다. 환매채권에 대한 충당금은 상반기 38억원에 불과했지만 하반기에는 290억원을 적립해야 한다. 이에 따라 부산은행은 하반기 진로 채권을 포함해 340여억원의 환매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 부산은행의 당기순익 목표가 15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환매에 따른 부담이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편 공사와 금융계 일부에서는 은행들이 진로의 환매 채권을 다시 공사에 확정매입 형태로 되팔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실현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공사는 이미 은행으로부터 매입한 진로 채권 등 법정관리, 화의기업의 채권을 묶어 ABS(자산담보부’증권)를 발행, 유동화시켰기 때문에 다시 매입할 경우 무담보 채권을 분류돼 가격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이와 관련 조흥은행 관계자는 “과거처럼 부실채권을 헐값으로 급하게 공사에 넘길 이유가 없다”며 “충당금도 충분히 적립해 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은행 자체적으로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