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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가치ʼ 무신사, 시장은 왜 고개를 가로젓나

박슬기 기자

seulgi@

기사입력 : 2025-12-29 05:00 최종수정 : 2025-12-29 07:41

IPO 기업가치 목표, 실현 가능성 논란
CEO 조직재정비·글로벌 확장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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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가치ʼ 무신사, 시장은 왜 고개를 가로젓나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무신사가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가치 10조 원’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상장 전 몸값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시장은 무신사의 기업가치를 두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위기다. 패션 플랫폼 시장의 성장성 한계와 해외 사업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10조 원 밸류에이션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느냐는 의문의 시각이 나오면서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이달 초 상장 주관사 선정 절차를 마무리했다. 국내 한국투자증권·KB증권과 외국계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JP모간이 주관사단으로 선정됐다.

국내 증권사에선 한국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사로, KB증권이 공동 주관사로 참여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상장 예비심사 청구 등 관련 절차가 순차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10조 밸류, 고개 갸웃하는 이유는
무신사는 10조 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목표로 한다. 다만 주관사 제안 과정에서는 7조~9조 원대 수준의 밸류에이션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가 기대하는 기업가치와 시장이 바라보는 눈높이 사이에 온도 차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무신사의 순이익은 689억 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기업가치 10조 원을 인정받으려면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143배에 달한다.

이는 유통업계에서 쿠팡(41.68배)은 물론 F&F(5.8배), 한섬(7.8배), 신세계인터내셔날(11배)보다 훨씬 높다. 글로벌 기준으로 봐도 이례적이다. 글로벌 명품 기업인 LVMH나 패스트패션 기업 인디텍스(자라)도 20~30배 수준이며, 고성장기 글로벌 IT기업 아마존조차도 80~100배 수준이었다.

무신사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시각이 나오는 배경에는 여러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유는 패션시장의 성장성이다. 올해 1분기 국내 패션시장은 0.6% 역성장하며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업계에서는 ‘패션시장에서 더 가져올 파이가 남아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온다. 무신사는 과거 주력 타깃이었던 1030 남성 패션시장에선 이미 높은 점유율을 확보한 상태다.

플랫폼 사업 특성상 점유율이 임계치에 도달하면 마케팅 비용은 급증하고 성장률은 둔화되는 까닭에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여성 패션시장 확장 역시 쉽지 않은 과제다. 무신사는 29CM를 통해 여성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W컨셉과 지그재그 그리고 에이블리 등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무신사가 공을 들이고 있는 PB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와 오프라인 출점 역시 여러 가지 측면을 가진다. ‘무신사 스탠다드’를 앞세워 오프라인 매장 출점을 확대하는 건 매출 덩치를 키우는데 효과적이나 상장 추진 과정에서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낳는다.

일각에서는 플랫폼 기업 특성상 자본 투입이 적고 확장성이 뛰어난 ‘에셋 라이트(Asset-light)’ 구조를 유지할 때 높은 멀티플(배수)을 인정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무신사가 직접 제품을 기획·생산하고 대형 매장을 내는 ‘에셋 헤비(Asset-heavy)’ 모델인 SPA(제조·유통 일괄형) 사업을 병행은 또 다른 약점이 될 수도 있을 거란 우려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어느 쪽이 기업가치에 긍정적이라기보단 에셋 헤비가 선택지가 많다.

단순 플랫폼을 대상으로 비교할 수도 있고 브랜드를 비교대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이유로 무신사가 여러 형태로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기존 투자자들 입장 생각해서 밸류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조 유통업은 플랫폼에 비해 재고 관리 리스크가 크고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높다”며 “매출 덩치는 커질지 몰라도, 투입 자본 대비 수익성을 나타내는 자본 효율성이 떨어지면 플랫폼 기업 특유의 높은 PER(주가수익비율)을 적용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무신사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342억 원에서 올해 3분기 4625억 원으로 38.4% 증가했다. 판매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재고가 누적됐거나, 오프라인 매장 확대를 대비한 선제적 물량 확보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플랫폼 기업이 재고 관리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할 경우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수익성 관리가 향후 과제로 지목된다.

글로벌 사업 역시 아직은 판단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다. 일본과 중국 진출이 시작 단계인 만큼, 10조 원의 기업가치를 정당화하려면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매출 비중은 아직 유의미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잘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는 높은 기업가치를 설득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상장 앞두고 C-레벨 책임제 도입·中 진출 첫발
무신사가 상장을 앞두고 조직과 사업 전략을 동시에 손질한 배경에는 기업가치 10조 원을 방어하기 위한 계산이 깔려 있다. 패션 플랫폼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배구조 정비와 해외 확장이라는 두 축을 통해 성장 스토리를 다시 쓰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무신사는 연말을 기점으로 경영진 개편에 나섰다. 29CM와 무신사를 이끌던 박준모 대표가 물러나고 쿠팡 출신의 조남성 대표가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이와 함께 C-레벨 책임제도 도입하며 의사결정 구조를 재정비했다. 빠른 사세 확장에 맞춰 사업 실행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상장을 앞두고 의사결정 구조를 명확히 하겠다는 의도다.

2026년 1월부터 적용되는 무신사의 C-레벨 책임제에서 사업 부문은 조만호 의장 아래 ▲최재영 CCO(최고커머스책임자) ▲최운식 CBO(최고브랜드책임자) ▲박준영 CGO(최고글로벌책임자) ▲전준희 CTO(최고기술책임자) ▲조만호 CDeO(최고디테일책임자)가 맡는다. 사업 지원 부문은 조남성 신임 대표를 필두로 ▲최영준 CFO(최고재무책임자) ▲이재환 CLO(최고법무책임자) ▲이승진 CPRO(최고홍보책임자) ▲조남성 CHRO(최고인사책임자) 체제로 운영된다.

C-레벨에는 쿠팡, 네이버, SSG닷컴, 이랜드리테일 등 이커머스·패션 기업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했다.

무신사가 추진 전략 중 눈에 띄는 것은 중국 사업을 포함한 글로벌 확장이다. 국내 패션 플랫폼 시장의 성장 한계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10조 원 밸류에이션을 설득하려면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 경로 제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무신사는 지난 8월 중국 최대 글로벌 스포츠웨어 기업 안타 스포츠(Anta Sports)와 손잡고 합작법인 ‘무신사 차이나(MUSINSA China)’를 설립했다. 내년 1월에는 첫 해외 오프라인 편집숍인 ‘무신사 스토어 상하이 안푸루’를 오픈할 예정이다. 단순한 온라인 진출을 넘어 오프라인 거점을 확보하며 브랜드 인지도 확산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최운식 CBO의 역할은 10조 밸류 방어의 핵심 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 CBO는 이랜드리테일 CEO 재임 시절 한·중 패션 사업을 총괄하며 양국 조직을 일부 통합하는 효율화 작업을 주도했다. SPA 브랜드 스파오의 중국 현지 매장 출점을 통해 성과를 낸 경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사업의 성패는 결국 현지 실행력에 달려 있고, 그 실행력을 책임질 인물로 최 CBO가 전면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해 중국 패션시장은 약 665조 원 규모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한다. 중국의 패스트 패션시장은 2025년부터 2033년까지 연평균 10.19%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무신사가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무신사는 내년 상하이 오프라인 매장 출점을 통해 아시아 대표 디자이너 패션 편집숍으로 입지를 강화하는 한편, 파트너 브랜드가 현지 인지도를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무신사는 중국 로컬 문화와 공존하는 현지화 방식을 통해 중국의 주요 도시에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와 현지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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