預保 공자금銀 관리방식 변화 불가피
서울은행의 운명이 하나은행과의 합병으로 사실상 결정되면서 금융권이 또다시 술렁거리고 있다. 서울은행의 매각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마지막 구조조정인 동시에 은행간 자발적 합병의 신호탄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갖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지난해까지 ‘후발은행’ ‘작지만 건실한 은행’이라는 수식어가 붙던 하나은행이 은행권 서열 3위로 급부상하면서 다른 은행들의 독자생존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의 김정태닫기

현재 국내 금융권에서 1, 2위인 두 은행의 이러한 태도는 결국 은행의 생존과 경쟁력은 추가 합병을 통해서만이 유지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왔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하나은행의 김승유 행장은 서울은행과의 합병에 이어 추가 합병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밝힘에 따라 벌써부터 금융계에서는 추가 합병에 대한 논의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빅뱅’ 언제 어디서 촉발될까
은행권에 또 다시 합병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IMF 이후 진행된 합병이 부실은행의 구조조정을 위한 방편으로 이뤄진 반면 앞으로 추진될 합병은 철저하게 은행의 자발적 동의에 의해 이뤄져 빠른 속도로 진행될 예정이다.
대부분 은행들이 구체적인 카운터파트를 선정해 놓고 합병에 따른 경영 전략변화와 이해득실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우리은행은 올해초부터 하나은행과의 합병을 준비해 온 것으로 확인됐고 신한은행 내에서는 한미은행과의 합병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도 추가 합병을 염두해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추진될 합병은 철저하게 이해가 맞는 은행간에 이뤄지는 합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피력하는 추가 합병의 필요성은 다른 국내 은행이 처한 상황을 극명하게 대변하고 있다. 당장에는 국내 2위권을 굳히고 있지만 현재의 위상에 만족하다 보면 결국은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 한 임원은 “현재의 규모를 감안한다면 우리은행은 국민은행 다음이지만 추가 합병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은행 스스로 상당 수준의 자산 규모를 키울 수 있지만 합병을 통하지 않고서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은행으로 성장할 수 없을 것”이라며 추가 합병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여기에 제일은행의 경우 내년이면 뉴브릿지캐피탈이 대주주로서의 의무 권한 행사 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서울은행과 같은 합병 내지 매각 작업을 거칠 수 있다.
■ 합병 시너지 효과 발휘할까
서울은행과 하나은행의 합병이 갖는 또 다른 중요성은 합병은행이 외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냐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방식은 다르지만 충청, 보람은행과의 합병 경험을 갖고 있다. 충청은행의 경우 자산부채인수(P&A) 방식을 통해 임직원 1400명중 350명, 점포는 112개중 65개만을 골라 인수했다. 인수한 인력과 조직이 적었던 만큼 조직간 마찰도 적었다.
보람은행의 경우도 외형상 대등 합병이었지만 내용면에서는 흡수합병이었다. 무엇보다 보람직원의 반발과 갈등을 무마하기 위해 노조위원장을 각 행이 한번씩 담당하기로 하는 등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서울은행의 조직과 직원, 그리고 노조는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지적이다. 서울은행 임직원은 6월말 현재 3851명으로 하나은행의 3811명보다 많다.
물론 객관적으로는 서울은행은 현재의 인력과 조직을 크게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론스타도 서울은행을 인수하면 일정 부분 조직을 감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결국 두개의 온전한 조직이 합쳐지는 과정에서 어느 한쪽은 반토막이 나고 이를 다시 원상복구시키는데 시간과 정열을 모두 허비해야 하는 합병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 합병 과정 곳곳 ‘지뢰밭’
서울은행 노조는 금융권 내에서도 강성이라는 평가로, 하나은행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기 이전부터 합병 반대 운동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준비해 왔다.
이에 대해 금융계 일부에서는 상대적으로 피해의식이 강한 조직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극단적인 행동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두 은행의 합병과정과 합병이 이뤄진 이후의 판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금융계 중론이다.
왜냐하면 서울은행 노조의 합병 반대 움직임은 철저한 준비와 이론적 근거로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서울은행 노조 양병민 위원장은 “무작정 합병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합병 과정과 합병 이후에 서울은행과 직원들이 올바른 평가와 대접을 받기 위한 행동”이라며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것이 결국 합병을 진행하는 데도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벌써부터 금융계와 언론에서는 선정 과정에서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정부가 적시에 분명한 대답을 제시하지 못하면 더 큰 의혹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 預保 어정쩡한 대주주로 전락
서울은행의 매각방식이 주식인수로 결정되면서 예보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매각을 통해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예보는 통합은행의 대주주로 남아야 하는데 다른 공적자금 투입은행과의 형평성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전망된다.
즉 예보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에 대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취지로 대주주로서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그리고 경영에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해 해당 은행의 강한 불만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 하나은행의 통합 은행에 대해서도 다른 은행과 같은 위상과 권한을 갖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예보 관계자도 “이른바 공자금 투입은행과 우량은행간에 대등합병이 이뤄진 것은 처음이라 예보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난감하다”며 “새로운 은행 형태인 만큼 새로운 형태의 관리체제를 구축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