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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석의 단상] 공개매수·가상자산·재정준칙, 여당의 3대 입법 과제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7-10 05:00

국회 정무·재경위 쥔 민주당, 경제 입법권 장악
발동 기준부터 준비자산까지, 제도 설계가 관건
입법 속도보다 결국 시장이 보는 건 내구성뿐

[김의석의 단상] 공개매수·가상자산·재정준칙, 여당의 3대 입법 과제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규제 한 줄이 수조 원의 자금을 움직인다. 세율의 작은 조정 하나가 기업의 투자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금융과 재정을 동시에 쥔다는 것은 시장의 규칙과 국가 재정의 방향, 이 둘을 함께 설계할 권한을 갖는다는 뜻이다.

국회 하반기 원 구성에서 정무위원회와 재정경제기획위원회(재경위) 위원장 자리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모두 가져갔다. 야당인 국민의힘 윤한홍·임이자 의원이 맡았던 자리에, 여당 3선인 유동수·조승래 의원이 앉았다. 의제 설정부터 법안 발의, 심사, 본회의 상정까지. 경제 입법의 주도권이 사실상 여당 손에 들어갔다.

더는 야당을 이유로 입법 지연을 설명하기 어렵다. 권한이 커진 만큼 책임도 무거워졌다. 그 책임이 얼마나 엄격하게 물어질지는, 지난 상반기가 이미 보여줬다.

상반기 국회는 경제 법안보다 정치적 대립이 앞섰다. 주요 법안은 번번이 멈춰 섰고, 규제와 조세·재정 정책의 방향은 흔들렸다. 기업은 투자를 미뤘고, 시장은 그 불확실성의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이번 원 구성은 갑작스러운 결과가 아니었다. 지난 3월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 입법 속도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정청래 의원은 상임위원장을 사실상 모두 가져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과 필리버스터 등 소수당 견제 장치에 대한 국회법 개정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수개월간 이어진 기조가 그대로 현실이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상반기 정무위원회의 법안 통과율이 17.6%에 그쳤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원회의 입법 역량이 부족해 경제·민생 법안 처리가 지연됐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이 근거는 곧 반론에 부딪혔다. 국민의힘 상임위 평균 통과율이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상임위보다 높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통과율 논리 자체가 검증대에 올랐다. 이제 시장이 보는 건 통과율이 아니다. 입법의 완성도다.

▲유동수 정무위원장(왼쪽)과 조승래 재정경제기획위원장. 이들 앞에 놓인 세 가지 과제는 의무공개매수제도, 가상자산 2단계 입법, 재정준칙이다.

▲유동수 정무위원장(왼쪽)과 조승래 재정경제기획위원장. 이들 앞에 놓인 세 가지 과제는 의무공개매수제도, 가상자산 2단계 입법, 재정준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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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주목하는 세 가지 과제는 분명하다. 의무공개매수제도, 가상자산 2단계 입법, 재정준칙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예측 가능하고 오래 작동하는 규칙을 만드는 일이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단순한 주주 보호 장치가 아니다. 경영권 이전 과정에서 대주주만 프리미엄을 독점하는 구조를 바꾸기 위한 제도다. 그 필요성은 정무위 첫 회의에서도 확인됐다.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대주주만 프리미엄을 챙기고 부담은 회사와 시장에 남기는 구조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의무공개매수제도가 겨냥하는 것도 결국 이 지점, 대주주 프리미엄 독점이다.

이런 구조를 손보는 건 한국만의 고민이 아니다. 해외에서도 일정 지분 이상을 취득하면 잔여 주주에게 동일한 매도 기회를 보장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국내 논의도 발동 기준과 매수 대상, 예외 규정을 놓고 이어지고 있다. 다만 투자 유인을 과도하게 제약하면 M&A 시장이 위축되고 기업가치 할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성패는 디테일이 좌우한다.

가상자산 2단계 입법 역시 투자자 보호를 넘어 미래 금융 인프라를 설계하는 문제다. 발행 주체를 누구에게 허용할지, 준비자산을 어떻게 쌓게 할지를 놓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중요한 건 누가 발행하느냐가 아니다.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담보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다. 거래소와 커스터디 운영 기준, 법인 투자 허용 범위도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변수다. 국내 입법이 늦어지거나 혼선을 빚으면 경쟁력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과도한 규제는 단기 안정엔 도움이 되겠지만, 혁신과 산업 경쟁력을 위축시키지 않는 균형이 필요하다.

재정준칙은 세대 간 부담과 국가 신뢰가 걸린 문제다. 의무지출이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재정준칙은 정책을 제약하는 장치가 아니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현재 논의의 핵심은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는 기준이다. 이 기준을 법률에 못 박지 않으면, '유연한 재정'이라는 말은 언제든 부담을 미래로 미루는 핑계가 될 수 있다. 재정준칙이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의 차이는, 위기가 닥쳤을 때 비로소 드러난다.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은 법안을 통과시켰느냐가 아니다. 얼마나 오래 버티는 제도를 만들었느냐다. 입법의 성과는 처리 건수가 아니라 제도의 지속 가능성으로 평가된다. 설계가 허술한 법안은 빠르게 통과될수록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남긴다.

선례도 있다. 2020년 21대 국회 전반기, 다수 의석을 앞세운 속도전 입법은 시행 이후 잇따른 보완 입법과 재개정으로 이어졌다. 입법을 서두른 대가를 결국 다시 입법으로 치른 셈이다. 속도가 완성도를 대신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미 경험으로 확인됐다.

정책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조문 하나하나에서 판가름 난다. 의무공개매수의 발동 기준과 예외, 스테이블코인의 담보 구조, 재정준칙의 유연성 조항과 시행 메커니즘. 정치적 구호 뒤에 가려지기 쉬운 기술적 요소지만, 제도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이다. 투자자는 구호보다 예측 가능한 규칙에 프리미엄을 부여한다.

국민의힘 등 야당도 협치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상임위 운영과 법안 심사에서의 정치적 선택은 결국 공동의 성적표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권한의 무게는 같지 않다. 경제 양대 상임위원회를 모두 쥔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이 훨씬 크다. 투자자와 시장이 가장 먼저, 가장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대상도 여당이다.

야당 탓을 반복할 시간은 끝났다. 권한을 독점했다면 책임도 홀로 감당해야 한다. 금융시장은 의도를 믿지 않는다. 끝내 작동한 제도만 가격에 반영한다. 이제 더불어민주당은 말이 아니라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김의석 한국금융신문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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