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당국은 전일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모회사 이사회에 구체적인 주주충실의무를 부과하고, 상장 시 한국거래소의 심사 강화가 주요 골자다.
전자의 핵심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주주동의가 원칙이다. 모회사 최대주주(지배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해 일반주주 보호를 강화했다. 다만, 일반주주 과반동의(MoM, Majority of Minority)는 법무부가 주주평등원칙에 반하는 측면이 있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MoM은 지배주주를 제외한 일반주주만 과반수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3%룰’과 MoM을 둘러싼 논쟁은 지속되고 있지만 이번 발표 내용이 일반주주 보호 차원 진일보한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발표 후 주목을 받은 곳은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이다. HD현대로보틱스, SK에코플랜트, CJ올리브영 등이 대표적이며 이들은 원점에서 IPO를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움직이기 시작한 구조화금융 시장
한국금융신문이 자체 구축한 인공지능(AI) 데이터 플랫폼 ‘더 컴퍼스(THE COMPASS)’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중복상장 비율은 평균 16.2% 수준(중위값 13.6%)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높다. 대부분 주요 그룹 계열사로 규모도 상당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국내 시장에서 중복상장 관련 논란은 LG에너지솔루션에서 본격 시작됐다. 모회사인 LG화학은 중복상장 비율 62.8%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본업과 자회사 모두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하락한 가운데 ‘쪼개기 상장’이 이러한 상황을 부추겼다는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중복상장은 모회사가 자회사 상장을 통해 성장을 위한 자금마련을 목적으로 추진됐다. 현재 중복상장이 사실상 불가능 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들의 자금조달 고심은 깊어진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IB업계와 회계법인, 법무법인 등은 IPO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으로 구조화금융을 주목해왔다.
구조화금융은 기초자산, 현금흐름, 파생상품 등을 조합해 만들어진다. 대표적인 구조화금융이 유동화증권(ABS)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며 이밖에도 메자닌(mezzanine) 등 셀 수 없이 다양하다.
구조화금융은 자본시장에서 ‘비주류’로 통한다. 중복상장 규제로 구조화금융의 주류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를 포함한 자문시장 전반에 새 먹거리가 되는 셈이다.
크레딧 시장 변화…부동산에서 금융자산 ‘머니무브’ 기대
기업의 전통적인 자금조달 수단 중 하나인 회사채는 시장 금리 상승으로 발행규모가 줄고 있다. 조달비용 부담으로 기업들이 다양한 수단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복상장 규제로 IPO 시장까지 침체되면서 주식과 채권 등 발행시장 전반이 위축됐다.이러한 분위기는 점진적으로 진행됐고 주가수익스와프(PRS) 등이 등장한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업별 자금조달 목적과 펀더멘탈이 상이하다는 점에서 좀 더 구체적인 맞춤형 금융이 필요하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사례를 예로 들면,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을 하지 않고 목적에 맞게 구조화금융 형태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을 각각 별도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LG화학은 자회사 성장에 대한 부담을 지지 않기 때문에 신용등급을 유지할 수 있다. ‘순수 채권’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리스크가 적은 ‘코어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등급 대비 조달금리가 낮아질 수 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 대비 신용등급이 낮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순 회사채 발행보다는 목적(배터리 생산력)을 중심에 둔 담보, 우선순위, 파생계약이 결합된 구조화금융이 자금조달에 유리하다. 이 구조가 매력적이라면 다수의 사모대출펀드 등으로부터 오히려 러브콜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리스크 분석 패러다임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구조화금융이 발행사 자체 혹은 자산유동화 중심이었다면 목적 중심 설계 영역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새로운 구조화금융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단연 투자처의 다양성도 확보하게 된다. 중장기적으로는 부동산에 몰린 국내 자금시장이 새로운 자산군으로 이동하는 분산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이전부터 IB업계는 현 시장 변화에 대응해 구조화금융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왔다”며 “구조화금융 자체가 복잡하기 때문에 다양한 자문을 통해 수행해야 하는 만큼 회계 및 법무법인 등에서도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서 구조화금융은 전통자산 대비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반면,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수 있어 금융업계 새 먹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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