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4대 중간지주 주주가치 성적표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특히 그동안 고배당을 무기로 버텨온 SK디스커버리가 미래 성장 모멘텀을 되찾아 주가 상승 기운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창원닫기
최창원기사 모아보기 부회장이 이끄는 SK디스커버리는 안정적인 LPG(액화석유가스) 사업 기반 높은 배당수익률로 그간 견조한 총주주수익률(TSR)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최근 SK이노베이션·SKC 등 배터리·반도체 중심 다른 중간지주사들이 그룹 차원 리밸런싱과 신사업 기대감으로 반등한 것과 대조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비주력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와 포트폴리오 재조정 속에서 시장을 리드할 확실한 성장 동력을 입증하는 것이 향후 과제로 꼽힌다.
한국금융신문은 기업 데이터 플랫폼 ‘딥서치’를 활용해 SK그룹 중간지주사 TSR를 산출했다. TSR는 일정 기간 주가 변동률과 배당수익률을 합산한 값이다. 주주가 특정 기업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실질적 총수익률을 보여주는 지표다.
분석 기간은 2023년 1월 2일부터 2026년 5월 29일까지 약 3년 5개월간. 2022년 글로벌 금리 인상 여파로 코스피 지수가 급락한 직후 회복기를 맞은 2023년 이후로 기간을 설정했다.
이 시기 SK그룹은 주요 계열사를 흡수 합병하는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를 통해 4대 중간지주 체제로 전환했다. SK스퀘어는 당시 개편으로 탄생했다. SK텔레콤 반도체 계열사 SK하이닉스와 티맵모빌리티 등 비통신 부문을 넘겨받았다.
그 결과, △SK스퀘어(3580.6%) △SK디스커버리(84.8%) △SKC(70.1%) △SK이노베이션(-14.5%) 순으로 나타났다. 지주사인 SK㈜는 270.4%로, SK스퀘어를 제외한 다른 중간지주사보다 높은 수익률을 냈다.
SK스퀘어의 압도적 수익률 배경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붐을 타고 급등한 SK하이닉스 주가 영향 덕분이다. 기관투자자의 경우 단일 종목에 일정 비율 이상으로 투자할 때 제한이 있기 때문에 SK하이닉스 지분 20%를 보유한 SK스퀘어가 대안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들어 달라진 분위기
SK디스커버리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C 등은 최태원닫기
최태원기사 모아보기 SK그룹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SK㈜ 지배를 받는다. 반면 SK디스커버리는 지분 51%를 가진 최창원 부회장 일가가 경영하는 독립적 중간지주사 형태다.최창원 부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최 회장은 SK 2대 회장인 최종현 회장 장남이고, 최 부회장은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 삼남이다. SK디스커버리는 사실상 독립경영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SK㈜ 계열과 협력하며 실리를 챙기는 ‘따로 또 같이’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SK디스커버리 사업 포트폴리오는 에너지, 바이오·백신 등이다. 지난해 연결 매출(내부거래액 포함) 기준으로 가스사업(SK가스) 92%, 화학소재(SK케미칼 그린케미칼 부문) 15%, 바이오(SK바이오사이언스·SK플라즈마) 13% 등이다.
지난 4년여를 놓고 보면 SK디스커버리 성적이 나쁘지 않다. 일부 포트폴리오가 유사한 SK이노베이션이나 SKC 계열보다 더 좋은 수익률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SK디스커버리 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 15%로 주저앉았다. SK이노베이션과 SKC는 각각 18%, 42% 오르며 반등한 것과 정반대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은 수십조 원대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배터리 업황이 ‘바닥을 찍었다’는 전망과 알짜 회사 SK E&S와의 합병 등 그룹 차원 지원이 있었다.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SKC의 경우 반도체 분야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유리기판 사업을 발판으로 최근 유상증자 흥행에 성공하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반면 SK디스커버리는 이 같은 미래 성장을 보여줄 수 있는 사업이 부족하다는 점이 최근 주가 부진 배경으로 꼽힌다. SK케미칼이 재활용 플라스틱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SK바이오사이언스도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뚜렷한 실적이나 시장을 뒤흔들 만한 주도적 모멘텀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투자자들 시선을 끌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SK디스커버리는 여전히 LPG 유통업을 영위하는 SK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코스피 지수가 횡보하는 국면에서는 SK가스 덕을 봤다. 민간 LPG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안정적 현금창출로 인한 고배당 정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SK디스커버리 연도별 TSR는 △2023년 5.6% △2024년 33.9% △2025년 52.4%이다. 이 가운데 주가상승률을 제외한 배당률은 △2023년 4.3% △2024년 4.4% △2025년 3.5%를 기록했다. 누적 주가상승률은 63%이고, 누적 배당수익률은 21.8%에 이른다. 누적 배당수익률은 SK㈜(13.2%), SK이노베이션(6.8%), SKC(2.6%)에 크게 앞선다.
‘리밸런싱 전문가’ 최창원 실력 보일까
최창원 부회장은 신중하고 보수적 경영 스타일로 평가된다. 위기 상황에서 계열사 간 사업을 조율하고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사업 재조정) 과정에서 장점이 드러난다.최 부회장이 지난 2023년 12월 SK이노베이션이 재무 위기에 빠지자 그룹 의사결정 자문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투입된 배경이다.
그렇다면 최 부회장이 가장 관심 갖고 진행하고 있을 SK디스커버리 리밸런싱을 한 번 살펴보자.
우선 부동산 사업 정리에 들어갔다. 지난해 10월 부동산 개발사 SK디앤디 지분 전량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과거 주요 주주였던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은 공정거래법 규제를 피하기 위해 지난 2019년 지분을 정리한 바 있다.
올해 3월에는 풍력, 태양광,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전문사 SK이터닉스 지분 전량을 사모펀드 KKR에 매각했다. 친환경 에너지 사업은 수직계열화가 진행 중인 SK케미칼 폐플라스틱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대규모 투자를 위한 현금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었다. 한국금융신문이 자체 구축한 인공지능(AI) 데이터 플랫폼 ‘더 컴퍼스’에 따르면 SK디스커버리 잉여현금흐름(FCF, 감가상각 포함)은 2022~2025년까지 매년 4500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 그나마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LPG 계약가격이 급등한 올해 흑자로 전환해 숨통이 틀 전망이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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