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정규 SK스퀘어 사장
‘황제주’ 등극
SK스퀘어 주가는 지난 6일 장중 114만9000원까지 치솟아 주당 100만 원을 돌파했다. 코스피 10번째 ‘황제주’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주가는 연초 대비 약 2.7배(170%↑) 상승했고, 시가총액도 150조 원대로 불어나 코스피 4위를 기록했다.이번 랠리의 직접적 동력은 SK하이닉스 호실적이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 지분법 이익(2025년 8조7974억 원 예상) 확대와 배당 증가(약 7100억 원 예상)에 대한 기대가 SK스퀘어 실적과 밸류에이션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지주사 저평가를 뜻하는 순자산가치(NAV) 할인율이 축소될 수 있다는 기대가 더해지면서 시장은 SK스퀘어를 단순한 지주사가 아닌 재평가 대상 자산으로 보기 시작했다.
NAV 할인율은 지주사가 보유한 포트폴리오 지분가치 대비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될수록 높아지는 지표로, 할인율 축소는 SK스퀘어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의미한다. 지난 3월 말 SK스퀘어 NAV 할인율은 46.4%로, 2024년 말 65.7% 대비 대폭 개선됐다. 이는 2027년까지 50% 이하를 목표로 했는데, 이를 조기에 달성했다.
증권가에서는 지주사 할인율이 35%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보고 목표주가를 100만~120만 원대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SK스퀘어 지난해 잉여현금흐름(FCF)은 8조1000억 원으로, 전년(3조5000억 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세후순영업이익(NOPAT) 역시 약 8조2000억 원 수준으로 FCF와 거의 일치해 회계이익과 실제 현금흐름 간 괴리가 크지 않다는 점도 재평가 요인으로 평가된다.
6조 ‘회계 매직’ 주주환원 강화
SK스퀘어 성장 핵심 트리거는 올해 3월 이사회를 통과한 5조8900억 원 규모 자본준비금의 이익잉여금 전입 결정이다. 이 조치는 회사 재무 유연성을 근본적으로 바꾼 ‘회계 매직’으로 평가된다.자본준비금은 주주로부터 받은 납입자본 중 법적으로 배당이 제한되는 적립금이다. 즉, 아무리 현금이 많아도 주주에게 배당하거나 자사주를 소각하는 재원으로 쓰는 데는 법적 제약이 따르는데, 이익잉여금은 영업으로 쌓은 이익 중 배당이나 재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
회사 지난해 말 별도 기준 재무상태표를 보면 자본총계 약 6조3000억 원 중 기타불입자본(주식발행초과금)이 약 5조9000억 원, 이익잉여금은 약 3500억 원에 불과했다. 이번 전입은 기타불입자본을 이익잉여금으로 내부 이동시켜 배당 여력을 약 17배 확대한 셈이다. SK스퀘어는 이 거대한 자금을 언제든 주주환원에 투입하거나 신규 투자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회사의 3년 주주환원 로드맵이 구체화됐다. SK스퀘어는 2026~2028년 경상 배당수입의 30% 이상과 투자성과 일부를 자사주 매입·소각 또는 현금배당 방식으로 주주에게 환원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내년 초까지 총 3100억 원을 우선 집행하며, 이는 지난해 2000억 원 자사주 매입보다 확대된 규모다. 구체적인 시점과 방식은 향후 이사회 의결로 확정된다.
IB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지주사의 고질적 저평가 요인인 NAV 할인율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라고 해석한다. 실제 SK스퀘어는 확보된 재원을 바탕으로 올해 2100억 원 규모 자사주 소각과 2000억 원의 현금 배당을 예고했다.
김정규 사장은 “확보한 자본을 바탕으로 2028년까지 NAV 할인율을 30% 이하로 축소하겠다”며 자본 효율성 극대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투자자가 단순히 주가 상승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 성과를 즉각적으로 공유받을 수 있는 구조적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운 오리’ 자회사들 변신
이처럼 재무적 여력이 마련된 가운데 SK스퀘어 두 번째 성장 동력을 꼽자면 SK하이닉스 외에 자회사들 턴어라운드라고 할 수 있다.그간 11번가, 티맵모빌리티, 원스토어 등 자회사들은 사실 SK스퀘어의 아픈 손가락들이었다. 외형 성장은 가팔랐지만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해 본체 현금흐름을 갉아먹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부터 반전이 시작됐다. 주요 자회사 7개사 합산 영업손실이 114억 원 적자로 전년 동기 대비 70% 개선됐다. 전체 연간 합산 영업손실도 474억 원으로 62% 축소되며 손익분기점(BEP)에 근접했다.
특히 주목할 회사가 티맵모빌리티다.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 안착하며 순이익이 1000억 원 이상 급증했고 그 결과 지난해 당기순이익 233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자회사들 수익성 개선은 SK스퀘어에 두 가지 ‘자유’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SK하이닉스 배당금에만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 현금 창출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는 점이다. 둘째, 내실이 다져진 자회사들 기업공개(IPO)나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자 회수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이다.
실제 SK스퀘어는 최근 그룹 내 사업 효율화를 목적으로 한 ‘계열사 간 지분 재편’을 통해 발빠른 리밸런싱 성과를 거두고 있다. 11번가 지분을 SK플래닛에 양도하고, 인크로스 경영권을 SK네트웍스에 매각하는 행보가 대표적이다.
이는 단순한 자산 매각을 넘어 그룹 시너지를 고려한 자산 재배치 성격이 강한데, 어쨌든 확보한 유동성을 글로벌 AI 강소기업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AI·반도체 밸류체인 공략
자본시장은 이제 김정규 사장이 그리는 ‘AI 중심 투자 지도’의 구체적 윤곽에 주목하고 있다.김정규 사장은 취임 이후 “단순한 재무 수치 개선을 넘어 투자 구조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겠다”고 공언했다.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라는 단일 품목을 넘어 AI 산업 전후방 밸류체인 전체를 SK스퀘어 영향력 아래 두겠다는 포석이다.
SK스퀘어는 지난해를 ‘AI·반도체 투자 전문회사 전환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실질적 성과를 냈다. 차세대 AI 연산 핵심인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디매트릭스’와 ‘테트라멤’을 포함해 글로벌 AI 인프라 강소기업 5곳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싱가포르에 공동투자법인 ‘TGC스퀘어’를 설립해 글로벌 자본과의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며 해외 딜 소싱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특히 미국과 일본 AI·반도체 성장기업 7곳에 집행한 300억 원 규모 공동 투자는 일부 포트폴리오에서 최대 7배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정규 사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AI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사업을 혁신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단순 투자를 넘어 AI 진화의 병목 현상을 해소하고, 반도체 밸류체인 전 영역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갖춘 신규 투자 기회를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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