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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취임 6개월, HD현대 정기선의 홀로서기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4-13 05:00

지난해 10월 회장 오른 후 반년
권오갑 물러나며 본격 시험대 올라
KDDX·마스가 프로젝트 실력 보여야

▲ 정기선 HD현대 회장

▲ 정기선 HD현대 회장

[한국금융신문 신혜주 기자] 지난달 31일 경기도 분당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HD현대 정기주주총회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자리였다. 지난 2019년부터 HD현대그룹을 이끌어온 권오갑닫기권오갑기사 모아보기 명예회장이 이날 이사회 의장 자리를 내놓으며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이는 HD현대가 지난 37년간 이어온 전문경영인 시대를 끝내고 정기선닫기정기선기사 모아보기(43) 회장 중심 오너 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공식화한 날이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17일 회장 승진 인사 이후 그룹 총수 6개월차 정기선 회장 홀로서기가 본격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정기선 시대’ 개막

HD현대는 1988년 정몽준 전 회장이 물러난 이후 37년간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갔다. 김형닫기김형기사 모아보기벽, 민계식, 이재성, 최길선, 권오갑 전 회장 등 전문경영인들 주도로 그룹 위기 극복과 사업 재편이 이뤄졌다.

특히 2019년 11월 회장직에 오른 권오갑 명예회장은 조선업 불황기 속에서 구조조정과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성공시키며 지금의 HD현대를 일군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는다.

전문경영인들이 전면에서 그룹을 성장시키는 가운데 오너 3세 정기선 회장은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았다.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로 입사한 정 회장은 크레디트스위스 인턴과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등 외부 경험을 거치며 경영 감각을 쌓았다.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선박영업부 수석부장으로 복귀했고, 이어 2014년 상무, 2015년 전무, 2017년 부사장, 2021년 사장, 2023년 부회장, 2024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을 이어갔다.

그는 2025년 10월 17일 그룹 회장직에 오르며 본격적인 ‘오너 3세 경영’ 막을 올렸다. 현재 지주사 HD현대와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 대표를 맡고 있으며, 올해부터 HD현대사이트솔루션 공동대표도 겸임하고 있다.

최연소 MZ 총수

정기선 회장은 전통적 조선업 틀을 깨는 데 주력하고 있다. 팔란티어와 함께 그룹 전반에 AI(인공지능) 기반 의사결정 체계를 도입하며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달 HD한국조선해양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사업 목적에 ‘디지털 엔지니어링·매뉴팩처링 플랫폼 개발 및 공급업’을 추가했다. 단순히 배를 건조하는 제조사를 넘어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화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도약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에너지 분야에선 빌 게이츠가 창업한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 상용화에 착수했다. 소형모듈원전(SMR)을 차세대 선박 추진 동력으로 활용해 에너지 패러다임을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해양방산 영역에서는 미 해군 지휘부와 잇따라 만나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협력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논의하며 미 방산 시장 진출 물꼬를 텄다.

이같은 외연 확장에는 HD현대 탄탄한 연구개발(R&D) 역량이 뒷받침됐다. 그룹 핵심 거점인 글로벌 R&D센터(GRC) 연구 인력은 2023년 1월 1900명에서 2026년 3월 2700명으로 약 1.4배 늘었다. R&D 투자 규모 역시 2023년 5,597억 원에서 2024년 6,652억 원, 2025년 7,303억 원으로 매년 증액해 신사업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정기선 회장 글로벌 행보도 눈에 띈다.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 장관을 만나 2026년 완전 가동을 앞둔 IMI 조선소와 엔진공장에 대한 실질적 협력을 논의했다.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 초청으로 뉴델리를 방문해 '마리타임 암릿 칼 비전(Maritime Amrit Kaal Vision) 2047'에 발맞춘 현지 거점 다변화 전략을 확정했다.

최근에는 필리핀과 베트남을 돌며 안전과 공정을 직접 점검했으며, 베트남 HD현대에코비나를 친환경 전략 거점으로 육성하는 등 생산 최적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정기선 회장은 글로벌 산업 환경 변화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조선·건설기계·에너지·미래 신사업 전반에서 성장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1982년생으로 국내 10대 그룹 총수 중 가장 젊은 정기선 회장은 조선사 특유의 보수적이고 수직적 기업문화를 유연하게 탈바꿈시키는 데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HD현대중공업 인재교육원에서 열린 ‘하이파이브 데이’에서 정기선 회장 소통 철학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울산 사업장 현장을 찾은 그는 4시간 동안 이어진 간담회에서 실무진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2026년 시무식으로 진행한 ‘오프닝 2026’에서도 임원이 단상에 올라 경직된 경영 목표를 하달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직원이 주인공이 돼 직접 참여하는 행사로 간소화했다.

사활을 건 경쟁

하지만 정기선 회장 앞날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재계 절친으로 알려진 김동관닫기김동관기사 모아보기 한화그룹 부회장과 한판 대결이 불가피하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7조8,000억 원 규모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 수주를 두고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마스가’ 사업 주도권을 두고도 경계를 늦출 수 없다. 최근 미국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설계 사업 입찰에서 국내 조선 3사 중 HD현대중공업만 고배를 마셨다.

NGLS는 미 해군 핵심 전략인 ‘분산해양작전’ 실행력을 높이는 핵심 자산으로, 높은 기동성과 표적 맞춤형 운용 역량을 갖춘 소형 함정이다. 향후 13척 이상 건조가 예상되는 전략 프로젝트다. 한화와 삼성중공업은 이번 수주 성공으로 2027년 3월까지 NGLS 프로젝트 개념 설계를 지원한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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