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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최태원, 20% 자사주 소각 결단 '상법개정 정면돌파' [자사주 리포트]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3-11 15:15

SK 최태원, 20% 자사주 소각 결단 '상법개정 정면돌파' [자사주 리포트]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최태원닫기최태원기사 모아보기 SK그룹 회장(사진)이 경영권 방어의 핵심 보루였던 자기주식을 전격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지배구조 방어막을 스스로 걷어내고, 기업 가치 증대를 통해 시장 신뢰를 얻겠다는 승부수로 풀이된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는 10일 이사회를 열고 기취득 자기주식을 소각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소각 대상은 보유 중인 자기주식 1798만2,486주(우선주 포함) 가운데 1,469만4,388주다. 전체 발행주식 대비 자기주식 비율은 기존 24.6%에서 20.1%를 소각해 4.5%로 줄어든다. 20.1%는 역대 지주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소각이다. 잔여 자기주식은 임직원 보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소각 예정인 자기주식 20.1%는 9일 종가 기준으로 4조8,343억원어치에 해당한다. 소각 공시 이후 급등한 11일 오전 현재 주가(보통주 기준 36만7,000원)로 계산하면 5조4,000억원어치에 이른다. 회사는 내년 1월 4일 소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자사주 의무소각' 상법개정 정면돌파 의지

이번 대규모 자기주식 소각 결정은 지난 6일 전격 시행된 '3차 상법개정'에 따른 것이다. 3차 상법개정은 기업이 보유한 자기주식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존 보유한 자기주식은 오는 2027년 9월 이내 소각하고, 새롭게 취득하는 물량은 취득일로부터 1년 내 소각하도록 한다.

일부 기업들은 상법 개정을 앞두고 자기주식 기반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하는 등 정책 취지에 반하는 행동에 나섰다가 주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SK㈜는 3차 상법개정 시행시 상대적으로 낮은 최태원 SK 회장의 지분율로 인한 그룹 지배구조 이슈 등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주주가치 제고 목적에 맞게 자기주식을 처리하자는 최 회장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SK㈜는 "투명하고 주주친화적인 경영을 지속하고 국내 자본시장에 모범적인 선례를 남기겠다는 이사회의 확고한 의지가 담긴 결단"이라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 신뢰를 강화하고 주주를 최우선에 둔 경영 기조를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소버린 트라우마' 내려놓는다

자기주식은 그 자체로 의결권이 없다. 다만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다면 우호세력에 넘겨 의결권을 부활시킬 수 있다. 대량의 자기주식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경영권을 방어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다.

SK㈜가 대규모 자기주식을 쌓았던 배경에는 2003~2005년 '소버린 사태'가 결정적인 것으로 꼽힌다. 당시 외국계 소버린자산운용은 SK㈜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집해 최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자 SK는 자사주 교환, 지분스왑, 재계 안팎의 도움 등으로 힘겹게 경영권을 지켜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안정적인 경영권 방어에 대한 필요성을 실감한 것으로 보인다.

SK㈜는 2011~2014년까지 매년 주가 안정을 이유로 자기주식 비율을 10% 이상이 될때까지 꾸준히 매수했다. 그리고 2015년 SK C&C와 합병 과정에서 해당 회사가 보유한 SK㈜ 주식 1101만817주가 자기주식으로 전환되며 20%대를 넘겼다. 이어 2015년 대규모 자기주식 매입을 다시 한번 진행하며 25%대까지 뛰었다. 2023년

2023년부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시가총액 1% 규모의 자기주식 소각 프로그램이 가동됐으나, 새롭게 매입하는 자기주식을 소각 대상으로 삼고 기존 보유 물량에 대해선 별도의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었다.

SK 최태원, 20% 자사주 소각 결단 '상법개정 정면돌파' [자사주 리포트]이미지 확대보기

주주 신뢰가 곧 경영권

SK그룹 지배구조에는 당장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최 회장과 그의 가족 지분율은 25.2%다. 소각 이후 지분율은 발행주식 감소로 31.6%가 될 것으로 계산된다. 의결권이 있는 주식만 놓고 보면 31.9%다. 정관변경, 이사 해임, 합병 등 특별결의를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의결권(33%)에 못 미치는 것은 똑같다. 오히려 지분 영향력이나 배당이 확대될 때 이익은 늘었다고 볼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전략적 무기'를 스스로 폐기시켰다는 점이다. 2대 주주 국민연금(소각 이후 9.4%)과 절반이 넘는 다른 소액주주의 이익과 부합하는 의사결정이 필수적이다. 향후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에 둔 행보가 전망된다.

SK 주요 주주 지분율

SK 주요 주주 지분율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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