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 회장은 작년 8월에 이어 올해 4월에도 인도 출장 길에 올라 현지 사업을 점검했다. 정 회장이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두 차례나 직접 방문한 것은 인도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을 보여준다. 앞서 정 회장은 2020년 회장 취임 이후 2년간 역대 최대 실적의 기반이 된 미국 출장이 잦았다. 인도 시장을 미국 다음으로 그룹의 성장을 이끌 지역으로 여기고 있다고 해석된다.
현대차·기아에게도 인도는 미국, 한국, 유럽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판매량을 안겨주는 지역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에서 59만5000대를, 기아는 25만5000대를 판매했다. 이는 일본·인도 합작사인 마루티스즈키에 이은 점유율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한때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 판매량 3배에 이른 수치이기도 하다.
최근 기아는 CEO 인베스터데이를 통해 오는 2030년 인도 판매 목표를 40만대로 2년 전 계획보다 20% 늘리기도 했다.

단위:천대
현대차는 지난 1998년 첫 가동한 인도 첸나이공장을 통해 82만4000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GM으로부터 인수한 푸네공장에 약 1조원을 들인 설비 개선 작업이 한창이다. 이 공장은 20만대 생산능력을 갖추며 내년 하반기 가동할 예정이다. GM이 "수익성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인도 시장에서 철수할 때, 현대차는 공격적인 투자로 대응한 셈이다.
향후 인도 자동차 시장 성패는 현지 중앙 정부가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전기차가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인도 전기차 시장은 이륜차가 중심이지만, 경제 성장과 중산층 확대에 따라 일반 전기 승용차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수입차 중심인 전기차 시장도 현지 생산 체제로 개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정부는 최소 5억달러(약 6800억원)와 3년내 현지 투자·생산하는 기업에 수입 전기차 관세를 현 100%에서 15%로 낮춰주는 정책을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전기차 라이벌'은 미국 테슬라다. 테슬라는 수년전부터 인도 정부와 현지 공장 건립을 논의했다. 지난달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인도를 방문해 신공장 건설 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돌연 일정을 연기했다. 머스크 CEO는 "테슬라의 무거운 의무"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판매량 부진을 이유로 투자 시기를 미룬 것으로 추측된다.
중국 BYD(비야디)는 인도 공장 설립에 적극적이지만 중국과 인도 정부의 외교 갈등으로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BYD는 현재 관세를 감수하고 인도에서 전기차를 팔고 있다. FADA(인도자동차판매협회)에 따르면 1~3월 BYD 판매량은 300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