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왼쪽부터)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 사장, 디네시 팔리월 하만 CEO, 박종환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장이 지난 21일 손을 잡고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 삼성전자-하만-삼성SDI 뭉치면?
차 부품업계가 삼성전자의 이번 하만 인수로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삼성전자-하만-삼성SDI’로 이어지는 자동차 전장(전기장비)사업 시너지 파괴력이 두려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IoT(사물인터넷 : Internet Of Things), 하만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삼성SDI의 배터리 기술이 결합한다면 삼성그룹내에서 새로운 커넥티드카 OS 시스템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하만의 인수는 삼성그룹이 자동차 전장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과 함께 커넥티드 OS 생산 라인업을 갖췄다는 얘기다.
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하만의 21일 기자간담회 발언 요지는 커넥티드카 OS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것”이라며 “향후 삼성전자의 IoT(사물인터넷) 기술과 하만의 프리미엄 카오디오 등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기술 시너지를 통해 관련 신상품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국내 차부품 업계와 삼성전자-하만이 경쟁할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듯이 시너지를 통해 커넥티드카 OS 시장에 진출한다면 충돌은 피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2020컨셉카 현대차와 전면전 불가피
현대모비스 관계자도 “전장사업에서 커넥티드카 OS 라인업을 구축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 전장사업 특성상 배터리를 통해 시스템을 작동하게 됨으로 삼성전자-하만-삼성SDI가 힘을 합쳐 새로운 커넥티드카 OS를 선보인다면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하만이 완성차 업계와 경쟁하기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오는 2020년 자체 커넥티드카 OS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현대자동차와의 경쟁은 이미 필연적 외길 수순으로 흐를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31일 “오는 2020년까지 자체 커넥티드카 OS인 ‘ccOS(Conn ected Car Operating System)’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현대차 관계자는 “커넥티드카는 통합장비 등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한 차량으로 차량과 각 네트워크 기기간 연결이 필요하다”며 “지난달 커넥티트카 OS 독자 개발 발표는 이 시장선점을 위한 첫 발을 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 전략차에 대한 개발은 꾸준히 진행해왔고 커넥티드카에서도 글로벌 시장 추이를 볼 때 결코 느리지 않다”며 “커넥티드카는 오는 2020년에 최종 콘셉트카를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삼성-하만, ‘스마트카 티어 1’ 야심
차 부품업계의 긴장대로 삼성전자와 하만은 완성차가 아닌 스마트카 공급업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디네시 팔리월 하만 CEO는 지난 21일 열린 ‘삼성전자-하만 M&A’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의 목표는 스마트 자동차 시대에 1차 솔루션 공급업체, 티어(Tier)1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환 삼성전자 전장사업팀 부사장도 “우리 고객사가 완성차 업체인데 고객사가 하는 사업에 삼성이 들어가기 위해 하만을 800억 달러에 인수했을 리는 없지 않으냐”며 “우리가 하만을 인수한 것 자체가 완성차로 가지 않겠다는 뜻을 증명한 것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결국 이같은 선언은 현대모비스·만도를 비롯해 글로벌 차 부품업계까지 겨냥한 선전포고로 풀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커넥티드카 OS에서 날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공략을 우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와는 손을 잡고, 애플 카플레이 등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진출해 커넥티드카 OS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직접적인 경쟁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하만의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OS가 등장해야하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만도 등도 최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개발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오는 2020년경 커넥티드카 상용화가 예고되는 상황에서 차 부품업계와 삼성전자-하만과의 경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