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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박쥐가 되어 가는 기분(?)

정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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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1-11 00:15 최종수정 : 2016-01-1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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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박쥐가 되어 가는 기분(?)
[한국금융신문 정수남 기자] 요즘 박쥐가 되어가는 기분이다. 옛날 새들과 쥐들 간에 전쟁이 벌어지자 박쥐는 낮에는 새 편에, 밤에는 쥐 편에 서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일상에서 ‘이편을 들었다’ ‘저편을 들었다’, 줏대가 없거나 작은 이익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사람을 흔히 박쥐에 비유하곤 한다.

요즘 기자가 그렇다. 이익을 좇아 그렇다기 보다는 여기 가서는 이 편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고, 저기 가서는 저 편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금호가(家)의 다툼 때문이다.

2000년대 후반 세계 금융위기 당시 금호가는 고(故) 박인천 회장의 삼남 삼구 씨와 사남 찬구 씨의 경영권 분쟁으로 박삼구닫기박삼구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박찬구닫기박찬구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양분됐다. 이들의 다툼은 법적 판단으로 일단락됐으나,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아직도 그룹 간 앙금이 남아 있어서다. 각 그룹의 관계자들을 만날 때면 중립적인 기자 신분 상 각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금호시아시아나그룹에서는 금호아시아나 편을, 금호석유화학그룹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을. 기자가 전형적인 박쥐가 된 셈이다. 두 그룹은 지난해부터 선친의 추모식을 따로따로 갖고 있으며, 4월 창립 70주년 공동 행사 계획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선친 고 이병철닫기이병철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기일까지 따로 챙기는 기업이 국내 1위 기업인 삼성가다. 장남 고 이맹희 CJ제일제당 명예회장과 삼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상속재산 다툼으로 삼성가와 CJ가는 이병철 회장의 기일에 모두 각각 제사상을 올리고 있다.

재벌가의 경영권이나 재산 다툼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대한민국 재벌가를 뜨겁게 달군 롯데 신격호닫기신격호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장남 동주 씨와 차남 동빈 씨. 재벌 2세인 효성 조석래닫기조석래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장남 현준 씨와 차남 현문 씨. 세월을 더 거슬러 1990년대 후반, 소판 돈을 들고 월남해 현대가를 일군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차남 몽구 씨와 오남 몽헌 씨의 경영권 쟁탈전 등도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판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이 다툼으로 결국 굴지의 현대는 정몽구 회장의 현대자동차그룹과 정몽헌 회장의 현대그룹으로 나뉘어졌다. 이후 현대중공업과 현대전자가 잇따라 그룹에서 분리됐고 현대건설, 현대상사가 경영난으로 채권단에 넘어가면서 당시 현대그룹은 규모가 대폭 축소되면서 재벌의 명성에 금이 갔다.

불가에서는 모든 화의 근원을 ‘욕(慾)’으로 보고 있다. 끝없는 인간의 욕망이 모든 불화의 근원이라는 얘기다. 백번 천번 맞는 말이다. 이들 재벌가의 2, 3세들이 慾을 버렸다면 이 같은 다툼이 일어났을까? 아니라고 본다. 최근 장기화된 경기침체기라 이들 기업이 ‘하나’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더 크다. 이들이 똘똘 뭉칠 경우 우리나라 경제가 더 경쟁력을 갖추거나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실제 국내 대기업 가운데 세계 1등 제품이 몇 개나 될까? 구체적으로 헤아려 보지는 않았지만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현재 우리 기업들은 강하게 밀고 올라오는 중국 업체와의 기술 격차가 큰 폭으로 줄고 있고, 상대적으로 선진국과의 격차는 좀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재벌가의 불화를 꼽는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고대 중국의 유학자 순자(荀子)는 성악설(性惡說)을 주창했다. 인간은 본시 악한 존재로 태어났지만 수양과 교육을 통해 선한 사람으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국내 재벌 2, 3세의 수양 수준이 유아기에 멈춘 듯하다. 앞서 언급한 재벌 2, 3세들도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을 일군 선친의 슬하에서 한때는 돈독한 우애를 쌓으면서 자랐으리라 생각하면 더욱 씁쓸하다. 재벌가의 다툼을 볼 때면 선친의 기일이나 설과 추석 명절에 형제자매가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서민, 박쥐로 태어난 게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정수남 기자 perec@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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