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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장기전세주택, 퇴거 원칙도 지켜져야

조범형 기자

chobh06@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9-07 00:00

임대주택 ‘시프트ʼ 20년 만기 도래
계약 원칙과 주거 지원 병행돼야

▲ 조범형 기자

▲ 조범형 기자

[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안 그런 적이 있었나 싶지만 요즘처럼 집을 바라보는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때도 드물다.

일반주택이 개인의 자산이자 거주 공간이라면 공공임대주택은 한정된 주택을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하는 성격이 강하다. 그만큼 공공임대는 정해진 기준과 계약 원칙에 따라 운영될 필요가 있다.

최근 서울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을 둘러싼 논란도 이 문제와 맞닿아 있다. 2007년 도입된 장기전세주택은 최장 20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초기 입주 물량이 내년부터 차례로 만기를 맞으면서 일부 입주민 사이에서 계속 거주하거나 분양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20년 동안 한곳에서 살아온 입주민에게 계약 만료에 따른 퇴거가 가벼운 문제일 수는 없다. 생활권이 자리 잡은 데다 그동안 주변 집값과 전셋값도 크게 올라 새로운 거처를 마련해야 하는 부담도 커졌다.

하지만 장기전세주택은 처음부터 최장 20년 거주를 전제로 공급됐고 분양전환을 목적으로 한 주택도 아니다. 장기간 거주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 종료 이후까지 거주를 보장하기는 어렵다.

공공임대 입주를 기다리는 무주택 가구와의 형평성도 따져봐야 한다. 한정된 공공임대주택에서 기존 입주자의 거주 기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새로운 입주자의 기회는 줄어든다. 정해진 자격과 순서에 따라 입주를 기다리는 다른 무주택 가구가 있는 만큼 특정 입주자에게 만기 이후까지 예외를 인정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이번 논란은 일부 단지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 장기전세주택의 20년 만기 물량은 2027년 310가구를 시작으로 2028년 682가구, 2029년 1747가구, 2030년 2452가구, 2031년 4170가구로 늘어날 예정이다. 첫 만기 물량의 처리 기준이 이후 장기전세주택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퇴거가 늦어지면 그 영향은 다음 입주자에게 이어진다. 계약이 끝난 임대주택은 청년과 신혼부부, 저소득 무주택 가구 등 새로운 수요자에게 다시 공급할 수 있는 만큼 신규 공급과 함께 기존 주택이 원활하게 순환하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계약이 끝났다는 이유로 입주자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퇴거만 요구하는 방식도 바람직하지 않다.

고령자나 저소득층처럼 새로운 거처를 마련하기 어려운 가구에는 다른 공공임대나 주거지원 제도를 연계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계약 원칙은 지키되 실제 주거 위기에 놓일 수 있는 가구는 별도의 지원 체계에서 보호해야 한다.

결국 필요한 것은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다. 개별 사정이나 집단 요구에 따라 계약 원칙이 달라지기 시작하면 공공임대 정책에 대한 신뢰도 흔들릴 수 있다.

공공임대는 한정된 주택을 필요한 사람에게 순서대로 제공하는 제도다. 들어갈 때 자격과 순서를 정하는 것처럼 나올 때도 기준이 분명해야 한다.

조범형 한국금융신문 기자 chobh0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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