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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낚아채면 즉시 잠긴다"

장종회 기자

jhchang@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7-28 09:38

금융 새 리스크로 부상한 스마트폰 탈취
英 스탈링은행 스마트폰 보안 실험 주목

[한국금융신문 장종회 기자] 스마트폰이 지갑을 대신한 지 오래다. 온갖 페이시스템을 깔아 두고 카드도 들고 다니지 않는 이들이 적잖다. 문제는 폰을 통째로 낚아채 도난을 당하는 경우다. 계좌 접근권과 본인인증 수단이 다 들어간 기기가 사라지면 피해는 분실을 넘어 부정 송금으로 번져 금융생활이 망가진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금융권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면서 금융 보안의 판이 바뀌고 있다. 영국에서는 이미 스마트폰 날치기 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 스마트폰 낚아채기가 감지되면 폰을 잠그는 기능까지 도입했다. 국내 금융권도 이런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하나파이낸셜포커스 자료에서 영국 스탈링은행(Starling Bank)의 스마트폰 보안실험을 소개하고, 국내에서도 유사한 대응체계 도입을 주문했다.

급가속 감지되면 앱 잠금

스탈링은행 접근법은 단순하다. 스마트폰이 갑자기 낚아채이듯 움직이면 은행 앱을 그 즉시 잠그는 것이다. 동작 센서가 이상 움직임을 포착하는 순간, 잠금이 해제된 상태였어도 소용없다. 앱 접근이 곧바로 차단된다. 다시 쓰려면 얼굴 인증이나 비밀번호를 다시 입력해야 한다.

기존 보안은 사후 대응이었다. 도난 신고가 접수돼야 계좌를 막았다. 그 사이에 피해는 눈덩이가 될 수 있었다. 스탈링은행은 이런 구조를 뒤집었다. 탈취가 의심되는 순간 앱을 먼저 잠가 사전예방하는 방식이다.

왕다운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이번 조치가 비밀번호·생체 인증 중심의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단말기 탈취 같은 물리적 위험을 실시간으로 탐지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왕 수석연구원은 “국내 금융사도 악성 앱 탐지 등 소프트웨어 중심 보안체계를 보완해 물리적 금융안전망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사 밖에선 한 번 더 확인

스탈링은행은 'Safe Locations'라는 위치기반 기능도 함께 얹었다. 고객이 집이나 회사처럼 믿을 만한 장소를 최대 5곳까지 지정할 수 있다. 안전지역에서는 절차가 종전처럼 진행된다. 하지만 안전지역을 벗어난 곳에서 자금이 움직이면 추가 인증이 뜨도록 했다. 위험도가 높은 곳에서만 보안을 조여 편의성과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것이다.

이런 기술은 단순한 신원확인 이상이다. 이용자가 누구인지만을 보지 않고, 거래 위치, 유형, 기기 상태까지 함께 판단한다. 이상거래탐지(FDS)에 동작센서 기반의 실시간 탈취감지를 얹은 것. 금융보안의 무대가 하드웨어 영역까지 넓어진 셈이다.

"휴대폰 낚아채면 즉시 잠긴다"

휴대폰 도난 급증, 모바일뱅킹 사기로 이어져

런던광역경찰청(MPS)에 따르면 런던의 휴대폰 도난은 2020년 5만 5800대였던 게 2024년 11만 7200대로 4년만에 배 이상 늘었다. 올 1분기에만도 2만 7200대에 달했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탄 채 스마트폰을 낚아채는 범죄가 도심 곳곳에서 벌어지는 실정이다.

모바일뱅킹 사기 피해도 급증했다. 지난 2020년 1만155건 발생했던 게 2025년엔 2만5180건으로 뛰었다. 연평균 19.9% 증가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피해액도 연평균 15.2% 늘었다. 스마트폰이 사라지면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사건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금융권도 대응에 부심하지만 아직은 고객들에게 경고를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스탈링은행처럼 적극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휴대폰 낚아채면 즉시 잠긴다"

물리적 보안 강화 서둘러야

국내 금융 보안은 아직 소프트웨어에 쏠려 있다. 악성 앱 탐지, 비대면 보이스피싱 예방 등이 핵심이다. 단말기 탈취 같은 물리적 위험에 대한 대응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하나금융연구소는 고객이 지정한 안전지역 밖에서 고액이체나 예적금 해지 같은 중요 거래가 발생하면 추가 인증을 요구하는 방식 도입을 제안했다. 거래의 안정성을 높이면서도 일반 거래에 부담을 주지 않는 구조다.

해외여행 중 리스크도 보완이 가능하다. 출국이나 해외 로밍이 감지되면 여행 안전 모드를 자동으로 안내하면 된다. 이 모드가 켜지면 고액 이체를 제한하고, 추가 생체 인증을 요구하거나, 거래를 일부러 지연시킨다. 물리적 보안 체계를 기반으로 한 여행객 맞춤형 금융안전망이다.

'탐지 후'가 아닌 '탐지 즉시' 대응

금융권 한 관계자는 "그동안 보안은 사고가 난 다음을 대비하는 쪽에 가까웠다"며 "이제는 사고가 벌어지는 그 찰나를 잡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신분증이면서 지갑 역할까지 다 맡는 지금은 휴대폰이라는 기기 자체의 움직임을 읽어 금융 보안을 강화하는 게 시급해졌다.

스탈링은행의 보안 실험은 아직 초기단계다. 하지만 방향성은 확실하다. 비밀번호와 생체인증만으로 부족한 보안을 위치, 동작, 거래맥락까지 묶어 판단하는 보안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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