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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승계 기대감에 주가 뛰는 역설…VIP운용 "저평가 구조 바꿔야"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7-23 11:45

김민국 대표 "주가 낮을수록 상속세 줄어드는 구조가 디스카운트 요인"
주가누르기방지법 도입 촉구…“행위 규제 아닌 경제적 유인 제거해야”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대주주의 건강 악화나 사망 소식이 주가 상승 재료가 되는 비극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며 “낮은 주가가 대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 자체를 바꾸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민국대표 모습. 사진=VIP자산운용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대주주의 건강 악화나 사망 소식이 주가 상승 재료가 되는 비극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며 “낮은 주가가 대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 자체를 바꾸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민국대표 모습. 사진=VIP자산운용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오너 일가의 건강 이상설이나 사망 소식이 기업가치 재평가가 아닌 '승계 기대감'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한국 증시의 역설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승계를 앞둔 대주주가 낮은 주가를 선호할 수 있는 상속·증여 제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주가누르기 방지법 입법과제 토론회’에서 “대주주의 건강 악화나 사망 소식이 주가 상승 재료가 되는 비극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며 “낮은 주가가 대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 자체를 바꾸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주가누르기방지법, 왜 지금 필요한가’를 주제로 발제하며 “이 법은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규제가 아니라, 주가를 낮게 유지할 경제적 유인을 제거하는 장치”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빼면 제자리…코스피 저평가 구조 여전

최근 코스피 지수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지만 국내 기업 가치 저평가 현상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김민국 대표는 “최근 증시 상승은 사실상 반도체 기업이 견인한 결과”라며 “반도체 주요 기업을 제외하면 코스피는 여전히 과거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스피 상장사의 약 73%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으로,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 전반의 재평가는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김 대표는 국내 증시 저평가를 만드는 여러 요인 가운데 상속·증여세 제도를 주요 변수로 지목했다. 현행 제도에선 상장주식 평가 시 기준일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간 평균 주가를 활용하기 때문에, 승계를 앞둔 대주주 입장에선 주가가 낮을수록 세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라는 것이다.

김민국 대표는 “오너 일가의 승계 시점마다 건강 이상설과 함께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은 현재 제도가 만든 시장 왜곡”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상속·증여세 부담만으로 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낮은 배당성향과 지배구조 문제, 기업 성장성, 투자자 신뢰 부족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VIP자산운용은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 가운데서도 상속·증여세 제도가 기업의 주가 관리 유인을 왜곡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보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불법 아닌 '경제적 유인'이 문제

김민국 대표는 기업들이 불법적인 시세조종이 아니더라도 경영상 판단만으로 주가 저평가 상태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당 축소, 과도한 현금 유보, 자사주 활용을 통한 우호지분 확보, 중복상장, 소극적인 기업설명(IR) 등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이 같은 행위는 각각 보면 경영상 판단의 영역이어서 자본시장법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이런 결정들이 누적되면 기업가치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주주환원도 위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위를 하나씩 규제하는 방식은 두더지 잡기에 불과하다”며 “근본적으로 낮은 주가를 유지해 얻는 경제적 이익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VIP운용 "주가 하한 평가제 도입해 승계 유인 차단해야"

VIP자산운용이 제안하는 주가누르기방지법의 핵심은 최대주주의 상속·증여 과정에서 주식 평가 기준을 바꾸는 것이다.

최대주주가 보유한 상장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주가가 세법상 순자산가치의 80%에 미치지 못하면, 비상장주식 평가 방식처럼 순자산가치의 80%를 하한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즉, 주가를 아무리 낮춰도 일정 수준 이하로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일 수 없도록 해 대주주가 주가 관리에 나설 유인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김민국 대표는 “비상장주식에는 이미 순자산가치 하한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며 “이를 상장주식에도 적용하면 제도적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 올리면 대주주·소액주주 함께 이익 보는 구조 만들어야"

VIP자산운용은 법안이 시행되면 대주주의 이해관계가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는 주가 하락이 승계 비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지만, 제도가 바뀌면 주가를 낮게 유지할 이유가 사라지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대주주에게도 유리해진다는 논리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현금과 유휴자산을 쌓아두는 것보다 투자와 배당, 자사주 소각 등 기업가치 제고 활동에 나서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주주와 소액주주는 같은 기업의 가치를 공유하는 관계지만 지금 제도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들고 있다”며 “주가누르기방지법의 핵심은 주가 부양 규제가 아니라 대주주와 일반 주주의 이해관계가 기업가치 제고라는 같은 방향을 향하도록 제도를 바꾸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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