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과거 백화점에서 길을 잃으면 가장 먼저 안내데스크를 찾았다. 원하는 브랜드 위치부터 할인 행사, 식당 안내까지 고객들이 궁금한 것이 생기면 으레 그리로 가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풍경이 달라졌다. 대형 터치스크린과 키오스크가 안내 업무를 대신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백화점 앱 속 인공지능(AI) 챗봇이 고객의 새로운 쇼핑 길잡이로 자리잡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안내데스크 역할이 AI로 옮겨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AI 쇼핑 챗봇 ‘더스틴(Dustin)’을 통해 고객 안내 서비스를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다. 더스틴은 백화점·아울렛·쇼핑몰의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장 위치와 영업 정보, 할인 쿠폰, 사은행사 등을 알려준다.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대화의 맥락을 이해해 후속 질문까지 예측하는 등 개인 맞춤형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AI 활용은 챗봇에만 그치지 않는다. 롯데백화점은 이미 2024년 4월 국내 백화점 최초로 AI 기반 실시간 번역 서비스를 도입, 외국인 고객과 직원 간 의사소통을 지원하고 있다.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를 비롯해 베트남어, 스페인어, 독일어, 태국어 등 총 13개 언어를 실시간으로 번역해 원활한 쇼핑 환경을 제공한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는 시행 첫 주말 3일간 외국인 이용 고객수 1000명을 돌파했다.
이 같은 서비스는 롯데그룹이 전사적으로 추진 중인 AI 전환(AX) 전략의 일환이다. 롯데그룹은 최고경영자(CEO)부터 일반 직원까지 AI를 업무 전반에 활용하는 조직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한편, 고객과 만나는 유통 현장에도 AI 기술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과거 안내데스크 직원이 맡았던 역할을 AI가 대신하고, 고객은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 하나로 필요한 정보를 얻는 시대가 왔다.
“키네틱 그라운드가 어디?” AI가 답하는 백화점 안내
기자가 직접 롯데백화점 앱 더스틴을 활용해봤다. “‘키네틱 그라운드’의 위치가 어디냐”고 묻자 곧바로 “9층”이라는 답이 나왔다. 키네틱 그라운드는 최근 롯데백화점 본점 내 핵심 공간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K-패션 전문관이다. 이때 등장한 위치 표식을 클릭하면 9층의 지도가 등장하고, 해당 층에 운영 중인 브랜드들의 상세 위치가 제공됐다.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앱에는 자체 길찾기 기능도 탑재돼 있었다.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입력하자 더스틴이 이동 경로를 안내했다. 안내데스크에서 직원에게 길을 물어야 했던 경험이 이제는 앱 속 AI 챗봇으로 옮겨온 것이다.
다만 답변 범위에 한계는 있었다. “3층에 있는 브랜드를 알려달라”고 질문하자 더스틴은 4개 브랜드와 그 공간만 소개했다. 실제 3층에는 약 18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어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브랜드명이나 카테고리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입력해야 했다.
더스틴은 길찾기 외에도 쇼핑 과정 전반을 지원했다. 방문 예정 점포를 설정한 뒤 주요 행사를 검색하면 브랜드별 할인 행사와 혜택을 한눈에 보여주고, 관심 있는 이벤트를 선택하면 참여 방법과 세부 내용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모바일 영수증을 통해 사은품을 신청하는 기능도 제공했다.
주차 정보도 앱에서 확인 가능했다. 실시간 주차 현황은 제공되지 않았지만 주차 가능 대수와 요금, 구매금액별 무료 주차 기준, 무료 주차권, 차량 등록 서비스 등을 한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식당과 카페 검색 기능도 눈에 띄었다. 점포 내 식음료(F&B) 매장의 위치와 전화번호는 물론 대표 메뉴와 매장 특징까지 함께 안내해 별도의 검색 없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더스틴은 단순히 매장 위치를 알려주는 수준을 넘어 행사, 주차, 식음료 정보까지 쇼핑 과정 전반을 하나의 플랫폼에 담아냈다. 고객이 스마트폰 하나로 필요한 정보를 대부분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안내데스크가 담당했던 반복적인 안내 기능도 점차 앱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고객 관점에서 더스틴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더욱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존 안내데스크는 고객이 직접 찾아가야 했고 운영 시간이나 인력에 따라 상담에 제약도 없지 않았다. 반면 AI 챗봇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한 정보를 구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백화점 입장에서도 단순 반복적인 안내 업무를 줄여 직원들이 고객 응대와 판매 상담 등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함으로써 운영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객 응대 넘어 MD·마케팅까지 AI 확산
AI 활용은 고객 서비스에만 머물지 않고 백화점 내부 업무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도 AI가 투입되면서, 직원들의 업무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롯데백화점은 지난해 5월 유통업계 최초로 글로벌 데이터 분석기업 스트래티지와 협업해 생성형 BI(Business Intelligence) 에이전트를 도입했다. BI 에이전트는 매출과 고객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직원들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기존에는 높은 전문성이 요구됐던 고객 분석 업무를 대화형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BI에이전트 운영에 힘입어 고객 관계 분석, 복합 분석 등 고객의 심층 이해가 필요한 영역에서 영업점포 및 본사의 마케터들 업무의 효율이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은 AI 활용 범위를 고객 분석에 그치지 않고 마케팅과 상품기획(MD) 분야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고객별 맞춤형 마케팅을 고도화하는 한편, 브랜드 특성과 시장 데이터를 분석해 신규 브랜드 발굴과 입점 전략 수립에도 AI를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AI가 고객에게 쇼핑 도우미 역할을 한다면, 직원들에게는 데이터 분석과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업무 파트너 역할을 맡는 셈이다. 고객 접점부터 내부 운영까지 AI 활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백화점의 업무방식도 그에 맞춰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과거에는 직원을 통해 이뤄지던 쇼핑 안내와 데이터 분석 업무가 AI로 옮겨가면서 백화점의 운영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그만큼 AI는 더이상 새로운 서비스가 아니라 고객 경험과 업무 효율을 동시에 높이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AI는 고객 응대뿐 아니라 MD와 마케팅, 점포 운영 등 의사결정 전반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며 “결국 AI를 얼마나 현장에 효과적으로 적용하느냐가 유통사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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