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애경산업이 ‘생활용품 명가’에서 ‘글로벌 뷰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면서 기존 생활용품 중심 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애경산업이 스킨케어 브랜드 원씽(ONE THING)을 흡수합병하고, 미국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뷰티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8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애경산업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155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익에선 16억 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사업별로 보면 화장품사업의 1분기 매출액은 519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0% 늘었다. 하지만, 15억 원의 영업손실을 보며 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생활용품사업은 매출이 1037억 원, 영업이익은 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3%, 95.8% 줄었다.
사업구조 측면에서 봤을 때 생활용품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이 부담이다. 생활용품사업은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지만 1분기 영업이익은 2억 원에 그쳤다. 외형을 지탱하는 주력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낮아진 셈이다.
반면 화장품사업은 적자를 냈지만 매출 성장률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다만,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그나마 5억 원의 흑자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향후 수익성 회복을 기대할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실적에 비해 애경산업의 재무건전성은 우수한 수준이다. 한국금융신문이 자체 구축한 인공지능(AI) 데이터 플랫폼 ‘THE COMPASS’에 따르면 애경산업의 알트만 Z-스코어는 올해 1분기 기준 4.73을 기록했다. 알트만 Z-스코어는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3.0 이상이면 안전 구간으로 분류된다.
스테디셀러의 한계…흔들리는 본업 경쟁력
애경산업은 Z-스코어가 안전 구간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영업손익이 적자로 전환되는 등 수익성 지표는 악화되는 양상이다.케라시스, 2080, 리큐, 스파크, 순샘, 트리오 등 생활용품 브랜드와 에이지투웨니스(AGE20'S), 루나(LUNA) 등 화장품 브랜드를 앞세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운 애경산업은 생활용품과 화장품을 양축으로 성장하며 국내 대표 소비재 기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최근 생활용품시장 성장 정체와 화장품사업의 중국시장 둔화가 겹치면서 성장동력에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생활용품 부문은 쿠팡·다이소 등 유통채널 확대에 따른 가격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됐고, 화장품 부문 역시 중국시장 둔화와 현지 브랜드 약진으로 과거와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실적도 이를 보여준다. 애경산업의 매출액은 ▲2023년 6688억 원 ▲2024년 6790억 원 ▲2025년 6542억 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2023년 619억 원 ▲2024년 468억 원 ▲2025년 211억 원으로 감소했다. 2023년과 비교하면 2년 만에 66% 줄어든 수준이다.
외형은 유지하고 있지만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되면서 주력 사업의 수익 창출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1분기 기준 애경산업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1.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하지만 자산 매각과 단기대여금 500억 원 회수 효과로 현금 유동성은 크게 개선됐다.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614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186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영업적자 상태임에도 순이익은 크게 늘었다. 애경산업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7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3% 증가했다. 자산 매각 영향이 컸다. 올해 1분기 자산 처분으로 약 185억 원의 현금이 유입됐다.
자산 매각과 대여금 회수는 지속 가능한 수익원이 아니다. 본업 경쟁력 회복 없이 일회성 자금 확보에만 의존할 경우 성장 한계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애경산업이 재무안정성을 기반으로 생활용품 중심 구조에서 얼마나 빠르게 뷰티 중심 구조로 전환하느냐가 경쟁력 회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애경산업이 그리는 미래…‘글로벌 뷰티 기업’
애경산업은 글로벌 뷰티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32% 수준이었던 화장품사업 비중을 2028년까지 50%로 확대한다는 목표다.이를 위해 조직체계도 전면 개편했다. 기존 화장품사업과 생활용품사업 중심의 조직을 ▲메이크업 ▲스킨케어 ▲퍼스널뷰티 ▲홈케어·덴탈케어 등으로 세분화했다. 아울러 화장품과 생활용품사업의 마케팅 역량 강화를 위해 전문조직을 신설하고 디지털 마케팅을 중심으로 국가·채널별 맞춤 전략 수립에 나섰다.
성장동력으로는 스킨케어 브랜드 시그닉(signiq)과 원씽(ONE THING)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해 9월 미국시장 공략을 위해 론칭한 시그닉은 최근 국내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원씽 흡수합병을 완료, 스킨케어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실었다. 여기에 대표 브랜드인 에이지투웨니스와 루나를 더해 스킨케어와 색조를 아우르는 토탈 뷰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시장 공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원씽은 올해 3월 무신사 글로벌 도쿄 팝업스토어에 참여하며 일본시장 공략에 나섰고, 시그닉은 미국 아마존과 틱톡숍에 입점한 데 이어 중국 티몰과 도우인(중국판 틱톡)에도 진출했다. 에이지투웨니스는 최근 중국 일반무역 독점 총판을 넷탑스로 지정하며 현지 유통망을 재정비했고, 루나는 영국 시장에 진출하며 유럽 공략에 나섰다.
또한, 애경산업은 중국시장에서 사업구조 재편과 라이브커머스 채널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틱톡과 콰이쇼우(Kuaishou) 등 현지 플랫폼을 활용한 판매 확대와 전략 상품 육성을 통해 실적 반등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올해 애경산업은 태광그룹 편입 이후 ‘글로벌 토탈 뷰티 기업’으로의 도약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화장품사업 경쟁력 강화와 사업체계 고도화에 집중하는 한편, 에이지투웨니스, 루나, 시그닉, 원씽 등 주요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제품 포트폴리오와 유통 채널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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