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업계에 따르면 지그재그는 지난 19일부터 입점 브랜드 '착한구두'의 오프라인 매장 오픈을 기념해 팝업 행사와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설치된 지그재그 현수막이 공교롭게도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점 바로 옆에 걸리면서 이번 '티키타카'의 발단이 됐다.
“지그재그 나와”…무신사의 유쾌한 응수
지그재그의 현수막을 본 무신사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지그재그 나와”라는 문구의 게시물을 공개했다. 게시물에는 ‘무신사는 똑바로 직진한다’는 문구와 함께 무신사 이용 시간이 지그재그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을 강조한 스마트폰 스크린타임 이미지가 담겼고, 지그재그 공식 계정도 함께 태그됐다.이에 지그재그는 해당 게시물 댓글에 “이거 때문에 야근합니다. 기다리세요”라고 답하며 맞불을 놨다.
이후 지그재그는 “숙녀들은 무신사 말고 다 지그재그랑 해”라는 문구와 함께 할인코드 ‘무쉰사’를 입력하면 추가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공개했다. 그러자 무신사는 “지그재그가 살짝 긁힌 것 같아 준비했습니다”라며 ‘지긁재긁’ 쿠폰 코드를 입력하면 선착순으로 2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로 대응했다.
양사의 유쾌한 공방에 다른 기업들도 잇달아 가세했다. 29CM는 “저는 잠시 29CM 물러나 있을게요”, 카카오페이는 “싸우지 마시고 결제는 카카오페이로”, 스파오는 “무진장도 직잭팟도 스파오와 함께”라는 댓글을 남겼다. 당근은 “사이즈 안 맞으면 당근하세요”, 오뚜기는 “진매 vs 진순급 싸움”, CJ제일제당은 “무진장 재밌네 ZgZg”, 삼성 라이온즈는 “나도 여기 좀 껴도 될란가”라고 반응하며 분위기를 한층 달궜다.
패션·뷰티 브랜드는 물론 대기업과 프로야구단까지 댓글 행렬에 동참하면서 이번 마케팅은 단순한 플랫폼 간 경쟁을 넘어 하나의 놀이문화로 확장됐다. 2023년 가수 이효리가 SNS에 "광고 다시 하고 싶다"는 글을 올리자 수많은 기업들이 댓글 경쟁에 나섰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당시가 스타 마케팅을 둘러싼 기업들의 구애 경쟁이었다면, 이번 사례는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서로를 활용해 화제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사뭇 다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빅세일 캠페인 중에 진행한 이색적인 마케팅은 주목할 만했다”며 “고객들이 신선하고 유쾌하게 바라본 만큼 마케팅, 브랜딩 효과가 컸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라진 경쟁…비방 아닌 유머로 ‘윈윈’
지금껏 기업 간 경쟁은 상대방을 직접 겨냥하거나 비교우위를 강조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실제로 경쟁사의 가격 정책이나 서비스 품질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으며, 일부는 법적 분쟁이나 규제 당국의 제재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이 노골적인 비방보다 재치 있는 유머와 브랜드 개성이 담긴 콘텐츠에 더 긍정적으로 반응하면서 경쟁 마케팅의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과거 사례를 보면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의 소주 ‘알칼리 환원수’ 비방 사건,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의 댓글 부대 동원 비방, SKT·KT·LG유플러스 등 불완전 5G 부당 비교 광고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모두 법적 분쟁으로 가거나 과징금 대상이 되면서 논란이 됐다.
반면 최근에는 SNS가 주요 마케팅 채널로 자리잡으면서 기업들은 경쟁사와의 관계마저 하나의 콘텐츠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상대를 공격하기보다 서로 주고받는 ‘티키타카’를 통해 화제성을 확보하고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경쟁 구도가 뚜렷할수록 소비자들의 관심도 커지는 만큼 이를 자연스럽게 콘텐츠화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유쾌한 신경전’ 마케팅이 하나의 성공 공식으로 자리잡았다. 대표적으로 버거킹과 맥도날드는 수년간 서로를 활용한 광고와 프로모션을 선보이며 경쟁구도를 콘텐츠로 만들어 왔다. 버거킹은 핼러윈 기간 맥도날드의 상징인 광대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분장을 하고 매장을 방문한 고객에게 무료 와퍼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경쟁사를 비난하기보다 유머로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낸 사례로 평가받는다.
BMW와 아우디의 옥외광고 경쟁도 빼놓을 수 없다. 아우디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산타모니카 지역에 신차 광고판을 설치하며 “체스? 아니 난 운전이나 할래. 자 네 차례다 BMW”라는 문구를 남기자 BMW는 맞은편에 더 큰 광고판을 세우고 “체크메이트(Checkmate)”라는 문구로 응수했다. 이후 두 브랜드의 광고 대결은 전 세계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브랜드 인지도와 호감도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무신사와 지그재그 사례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경쟁사를 깎아내리기보다 서로의 존재를 활용해 화제를 만들고, 소비자와 다른 기업들까지 참여하는 놀이문화로 확장시켰다는 점에서다. 실제 SNS 마케팅을 지켜본 소비자 김모(34) 씨는 “두 플랫폼 모두 이용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색다른 신경전이 오히려 재미있게 느껴졌다”며 “입점 브랜드들까지 댓글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브랜드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다. 앞으로 정기적인 이벤트처럼 이어져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사전에 기획된 캠페인이라기보다,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 앞에 걸린 지그재그 현수막을 계기로 양사가 위트 있게 반응하며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장면”이라며 “여름 빅세일 캠페인 가운데 신선하고 유쾌한 마케팅을 통해 긍정적인 브랜딩에도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지그재그 측도 이번 이벤트에 대해 “플랫폼 간 위트 있는 이벤트였다”고 평가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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