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조원에 육박했던 투자자예탁금은 100조원 턱밑까지 밀렸지만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다시 30조원대로 올라섰다.
상반기 증시를 떠받쳤던 풍부한 대기자금이 줄어드는 가운데 일부 투자자금은 다시 레버리지에 의존하는 모습이다. 당장 증권사 위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증시 조정이 장기화될 경우 시장의 자금 구조가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음으로 읽힌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00조718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거래일보다 3조4883억원 줄었다. 100조원 선까지 불과 7180억원을 남겨둔 수준이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6월 4일 139조6947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약 두 달 동안 39조원 가까이 줄면서 고점 대비 27.9% 감소했다.
예탁금은 증권사 계좌에 들어와 있지만 아직 주식 등에 투자되지 않은 대기성 자금이다. 증시가 추가 상승할 경우 주식 매수로 유입될 수 있는 이른바 ‘증시의 실탄’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이 실탄이 빠지는 속도와 신용융자의 움직임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날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0조237억원으로 전날보다 7934억원 늘었다. 지난달 30일 이후 처음으로 다시 30조원대를 넘어섰다.
이달 3~4일 27조원대까지 떨어졌던 신용융자 잔고는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 6월 24일 38조6328억원보다는 22.2% 낮지만, 최근 조정장에서 레버리지 투자가 다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시장별로도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유가증권시장 신용융자 잔고는 23조8384억원으로 하루 만에 7385억원 늘었다. 코스닥시장 역시 6조1853억원으로 549억원 증가했다.
현금은 줄고 빚투는 반등…엇갈린 자금 흐름
예탁금 감소와 신용융자 증가는 단순히 증시 자금이 줄고 있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투자자들이 보유한 현금성 대기자금은 감소하는 반면, 주식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비중은 다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승장에서는 이런 구조가 큰 문제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주가가 오르면 신용융자를 활용한 투자자의 담보가치도 함께 높아져 자금 상환 부담을 상대적으로 덜 수 있어서다.
하지만 조정장이 길어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주가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떨어지면 증권사의 추가 담보 요구가 늘어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한 계좌에서는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 있다. 반대매매가 늘어나면 시장에 매물이 추가로 출회되면서 주가 하락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현재 상황을 곧바로 증권사 위기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투자자예탁금은 여전히 100조원 안팎의 대규모 자금이고, 신용융자 잔고도 지난 6월 사상 최고치인 38조6328억원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예탁금 감소 역시 주식 매수나 채권·MMF 등 다른 금융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한 결과일 수 있는 만큼, 현재 수치만으로 시장의 유동성이 고갈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결국 앞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예탁금의 절대 규모보다 자금의 이동 경로다. 예탁금 감소가 주식 매수나 채권·MMF 등으로의 자산 재배분인지, 은행권 등 증시 밖으로의 이탈인지에 따라 시장의 유동성 여건에 대한 해석은 달라진다.
동시에 신용융자가 계속 늘고 조정장이 길어져 반대매매까지 증가한다면 증권사와 시장의 변동성 관리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특히 현금성 대기자금이 줄어든 상황에서 레버리지 투자 비중이 높아질 경우 시장 충격에 대한 완충력도 그만큼 약해질 수 있다.
상반기 증시를 밀어 올렸던 풍부한 유동성이 하반기에도 버팀목으로 남을지는 결국 돈의 이동 방향에 달려 있다. 예탁금이 줄어드는 것 자체보다 현금성 자금이 빠진 자리를 레버리지 자금이 얼마나 메우느냐가 향후 증시의 변동성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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