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담보 중심으로 쏠린 은행권 자금흐름을 부가가치가 높은 생산적 부문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규제완화가 아닌, 금융안정성과 효율적 자본배분을 함께 고려한 자본규제 체계의 정교화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20일 한국금융연구원은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기관 건전성 규제와 생산적금융’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정부의 생산적금융 동참 요구에 대한 금융지주·은행들의 과제로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장을 열었다.
“바젤3 건전성 규제, 과할시 생산적금융 유인 약화”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김석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 건전성 규제가 반드시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설계 방식에 따라 생산적금융 유인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김 연구위원은 영국과 일본 등 선진 금융시장 사례를 소개하며 바젤 은행 건전성 규제가 여러 차례 논의와 개정을 거쳐 현재의 형태로 정교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젤3는 정교화된 표준방법을 주요 위험가중치 측정 방식으로 두고 있지만, 은행이 리스크를 스스로 평가하는 내부등급법, 자산 종류와 관계없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레버리지비율 등도 함께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개별 위험 통제에 치중된 위험가중치 설정은 환율 급등 등 외부 충격과 맞물릴 경우 금융의 생산적 역할과 충돌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글로벌 정합성을 유지하면서도 금융의 생산적 역할을 독려할 수 있도록 주요국 규제 개편 동향과 국내 경제여건 변화를 모니터링해 제도적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물경제 자본수요 포괄하는 배분체계 필요”
윤여준 PwC컨설팅 상무는 생산적금융을 실물경제의 다층적 자본수요를 포괄하는 통합적 자본배분 체계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윤 상무는 현재 신성장 부문 등 위험성이 높은 영역에 대한 은행권 RWA 배분이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생산적금융을 활성화하려면 자본규제 체계를 점검하되 잠재 리스크 요인을 사전에 식별하고 적절한 통제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금융안정성 영향을 살피기 위해 데이터 기반 영향분석과 스트레스 테스트 시나리오 반영이 필요하다고 봤다. 도덕적 해이 가능성에 대해서는 민간 자기책임 원칙 유지, 정기적 사후감독 및 공시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 정책금융 왜곡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시장 기반 원칙 아래 보완적 개입을 하고, 일몰조항이나 정기 재검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상무는 “현재 금융지주들은 안정성을 일정 부분 확보한 만큼 자본관리 체계의 적합성, 생산적·포용·상생금융 실행 체계와의 정합성, 글로벌 규제 정합성 등 세 축을 중심으로 정책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안정성 우선, 데이터 기반 검토, 단계적 추진, 사후 모니터링의 네 단계를 거쳐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며 “필요한 것은 규제완화가 아니라 자본흐름의 구조적 전환을 통한 규제체계 정교화”라고 덧붙였다.
신용평가모형 고도화·탄력적 자본관리 과제 부상
주제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생산적금융 확대와 자본규제의 실제 연결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강유석 딜로이트안진 전무는 바젤3 도입 이후 은행들의 건전성과 리스크 관리 능력이 크게 개선됐지만, 생산적금융이 도입된 뒤에도 금융지주와 은행이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강 전무는 “은행과 금융지주들이 관련 신용평가모형을 가지고는 있지만 더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는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만큼 지식재산권 평가나 신보·기보의 신설기업 보증과 연동해 역량을 함께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창욱 하나은행 CRO는 자본규제로 인해 은행권이 느끼는 RWA 부담을 언급했다. 생산적금융의 요소 중 대출 부분은 곧바로 집행이 가능하지만 투자 부분은 캐피탈콜 시점이 불규칙해 자본 투입 예측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배 CRO는 “하나은행은 이를 위해 탄력적인 자본관리로 매달 전략을 조절하고 있다”고 소개하는 한편, “비상장주식 위험가중치 조정, 구조적 외환포지션 승인 등 금융당국의 지원이 있는 만큼 당국과 협의해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호주·유럽 사례 언급한 금감원…부동산 쏠림 해소 연구
황준하 금융감독원 은행리스크감독국장은 지난해부터 추진된 주식특례, 정책목적펀드 관련 제도개선이 상당한 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황 국장은 “구조적 외환 포지션 승인대상 확대 문제도 곧 은행들에 승인이 날 예정”이라고 전하는 한편, “바젤3 기준과의 상충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은행의 자본여력을 생산적금융과 기업대출 확대에 활용할 수 있도록 논의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황 국장은 “생산적금융의 정의가 아직 명확하지 않고, 기업대출만 늘린다고 생산적금융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은 자산을 성장시켜야 이익도 늘어난다”며 “한편으로는 생산적금융을 무작정 확대하지 않더라도 비생산적으로 분류되는 부동산 등의 파이를 줄이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도 제시했다. 황 국장은 “호주는 주담대에 대해 위험가중치를 섹터별로 다양하게 마련하고 강화하고 있으며, 2주택자 주담대에는 더 높은 위험가중치를 적용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도 특정 부문의 거시 시스템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되면 추가 자본버퍼를 적용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주담대 비중이 높은 은행에 대해 추가 가중치를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부연했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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