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91년생 / 2015년 서강대학교 컴퓨터공학과 / 2015년 두나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 2018년 수호아이오 CEO
수호아이오는 스마트컨트랙트 보안 회사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디파이, 브릿지, 목적연동화폐(PBM), 스테이블코인 기반 외환정산망, 외국인 결제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블록체인 금융 인프라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국금융신문이 강남에 위치한 수호아이오의 ‘수호라운지’에서 만난 박지수 대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본질을 단순한 ‘디지털 원화 토큰’이 아니라고 봤다. 그 본질을 돈의 이동 비용을 낮추고, 정산 속도를 높이며, 기관 간 유동성을 보다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금융 하부구조로 정의한 것이다.
그는 한국금융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금융의 본질은 돈을 벌게 하거나, 돈을 덜 쓰게 하는 것”이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가 제대로 확장된다면 금융의 본질을 다시 살리는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디지털자산 잇는 배관공 될 것”
박지수 대표가 블록체인과 핀테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서강대학교 재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강대학교에서 통합버스 플랫폼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이미 IT 분야에 조예가 깊었던 그는 졸업 이후 두나무에서 개발자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주식 서비스 ‘증권플러스’와 가상자산거래소 사업 확장 과정을 경험했고, 이때 핀테크와 보안 인프라의 중요성을 체감했다.박 대표는 페이팔의 원클릭 결제 성공 배경을 분석한 보고서를 접하며 “핀테크를 제대로 하려면 보안이 생명”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고, 이후 고려대학교 창업연구실에서 연구를 이어간 뒤 2019년 수호아이오를 창업했다.
수호아이오가 처음부터 스스로를 단순 보안회사가 아닌 핀테크 기업으로 정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부에서는 스마트컨트랙트 보안 기업으로 분류됐지만, 박 대표는 초기 투자자 대상 설명자료에도 ‘페이팔을 지향한다’는 방향성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보안은 최종 목표가 아니라 결제와 금융 인프라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얘기다.
그가 수호아이오를 ‘금융 배관공’에 비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화려한 애플리케이션 전면보다, 금융기관과 블록체인 네트워크, 핀테크 서비스 사이에서 돈과 데이터가 막힘없이 흐르도록 만드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를 깔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프로젝트 한강’ 기술파트너 참여
지난해 한국은행은 'CBDC 한강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IBK기업은행, 부산은행 등 7개 시중은행이 참여했던 이 사업은 각 은행의 앱에 디지털 지갑을 연동해, 사용자가 실제 은행 계좌를 기반으로 디지털 예금 토큰을 발행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였다.
수호아이오는 이 프로젝트에서 디지털 바우처에 대한 기술 회사로 참여하며 이름을 높였다. 수호아이오는 바우처의 조건에 해당하는 ‘누구에게, 언제, 어디서, 어떤 용도로만 사용 가능하다.’는 내용을 프로그래밍한 스마트계약을 자동으로 검증하고 배포하는 핵심 솔루션을 제공했다.
박지수 대표는 해당 프로젝트를 돌아보며 “성공적인 경험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 예금 토큰의 신뢰성이 향후 더 많은 지자체와 다양한 공공정책으로 확대될 수 있는 단초를 찾았다”고 전했다.
한국은행은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프로젝트 한강’의 2단계 사업을 준비 중에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수호아이오는 시중은행을 지원하는 역할을 계속할 예정이다. 2단계 사업에서는 기존 은행들에 더해 경남은행과 iM뱅크가 추가됐고, 보다 넓은 사업처와 결제 편의성이 담보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금융권 원화 스테이블코인 PoC
박지수 대표와 수호아이오의 인프라 전략은 최근 금융지주들과의 협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수호아이오는 KB금융그룹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온체인 제휴를 맺고 외환 거래 기술검증(PoC)을 진행한 바 있다.
해당 검증은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달러 자산 간 교환, 실시간 정산, 거래 조건 자동 실행 등이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KB금융은 수호아이오와의 협업을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해외송금·무역결제 등 실제 금융거래에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점검했다.
박 대표는 “국내 금융사들과의 논의가 과거에는 내부 세미나에 와서 강의를 해달라거나, 단순 컨설팅 또는 아이디어 검토 수준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실제 사업화 가능성을 두고 논의하는 단계로 넘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수호아이오는 KB금융 외에도 다른 주요 금융사들과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및 블록체인 결제·정산 인프라 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발행, 유통, 수탁, 결제, 환매, 외환정산 등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전반의 역할 분담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고, 수호아이오는 이들 기능을 실제 금융 시스템에 연결하는 하부 인프라를 제공하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려는 모습이다.
박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논의는 단순히 누가 코인을 발행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금융사, 핀테크, 가맹점, 지갑 사업자,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함께 움직이는 생태계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기관부터 국내 결제망 확장
박 대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초기 활용처로 개인 간 결제보다는 기업과 기관 간 거래를 꼽았다. 기존 금융시스템에서는 해외송금, 외환정산, 기업 간 결제 과정에서 중개기관과 프리펀딩 비용, 정산 지연이 발생한다. 스테이블코인 기반 정산망이 도입되면 이 같은 비용을 낮추고 자금 회전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그는 “처음에는 기업과 기관 중심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후 지역화폐 간 교류나 도메스틱 결제·정산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호아이오가 주력하는 외환정산 인프라 ‘이지스(Ezys)’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지스는 복수의 금융기관이 보유한 외환 유동성과 호가를 연결해 사용자의 거래 조건에 맞는 최적 경로를 찾아주는 정산 인프라다.
박 대표는 “돈의 흐름이 있는 곳에서는 어쩔 수 없이 정산 문제가 생긴다”며 “이지스는 금융뿐 아니라 물류, 의료, 게임, 관광 등 정산 구조가 복잡한 산업 전반에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호아이오의 인프라 실험은 외국인 관광객 결제 서비스 ‘티코페이(Tiko Pay)’로도 이어지고 있다.
‘티코페이’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환전소를 찾거나 국내 은행 계좌를 만들 필요 없이, 앱에서 디지털 바우처를 구매한 뒤 제휴 가맹점 QR코드로 결제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티코페이는 PBM 기술 기반 디지털 바우처를 활용하며, 한국 전화번호나 은행 계좌 없이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최근에는 글로벌 AI 결제 블록체인 기업인 ‘카이트’와도 손을 잡았다. 양사는 한국 사용자들이 AI 터미널을 통해 일반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한국 사용자가 AI 검색창에서 물건을 찾고 바로 결제할 때, 카이트는 ‘AI가 결제를 요청하는 부분’을 맡고, 수호아이오의 이지스는 원화 결제자금과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서로 바꿔주는 뒤쪽 정산 연결을 맡는 식이다.
글로벌 기준 ‘샌드박스’ 필요성
박 대표는 국내 시장이 규제 불확실성에 머뭇거리는 사이 동남아 금융·블록체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지난달 박 대표는 태국에서 개최된 ‘동남아시아 블록체인 위크 2026(SEABW 2026)’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동남아 핀테크, 특히 태국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그는 태국 시장을 두고 “우리나라 코앞에 와 있다”고 표현하며, 크로스보더 결제와 외환정산 분야에서 적극적인 샌드박스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안 되는 것을 먼저 따지기보다 장기적이고 전향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중요한 것은 유저, 즉 국민이 어떤 혜택을 누릴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단순히 가상자산 산업을 허용할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금융산업이 글로벌 디지털 결제·정산 인프라 경쟁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지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지엽적으로 하나의 서비스를 볼 것이 아니라 넓은 생태계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금융사와 핀테크, 블록체인 기업이 각자의 역할을 나눠 맡을 때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도 실사용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호아이오는 규제를 바꾸려 하기보다 규제 안에서 작동할 수 있는 인프라를 빠르게 고도화하는 팀”이라며 “돈의 흐름이 있는 모든 곳에서 자동 정산이 일어나는 프로그래머블 머니의 시대를 앞당기고 싶다”고 말했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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