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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수록 커지지 못한다…KCGI가 빠진 행동주의의 역설”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4-29 14:04 최종수정 : 2026-04-29 14:18

성과와 자금 유입이 엇갈리는 구조적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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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자산운용 목대균 대표이사(좌), 조원복 대표이사(우) (사진=KCGI자산운용 홈페이지 갈무리)

▲KCGI자산운용 목대균 대표이사(좌), 조원복 대표이사(우) (사진=KCGI자산운용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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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싸워서 이길수록 돈은 벌지만, 운용 규모는 줄어드는 자산운용사가 있다.

행동주의 투자로 존재감을 키워 온 KCGI자산운용이 ‘성장의 역설’에 갇혔다. 역설적이게도 행동주의는 돈을 버는 전략이지만, 자산운용은 돈을 모으는 산업이다.

29일 증권가에 따르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앞세운 행동주의 전략은 일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이를 지속 가능한 운용 비즈니스로 확장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시험대가 되고 있다.

행동주의의 본질적 구조: 갈등이 수익 창출

행동주의는 본질적으로 갈등을 전제로 한다.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진과 대립각을 세우고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지배구조 개선 등을 압박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단기적으로는 주가 상승과 이벤트 수익이 발생한다. 하지만 동시에 “대립형 투자자”라는 시장 인식도 함께 축적된다.

국내에선 KCGI가 이 전략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해왔다.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 요구, 주요 상장사에 대한 주주환원 압박 등을 통해 시장 존재감을 키우며 ‘행동주의의 상징’으로 불렸다.

성장의 구조는 정반대로 작동

문제는 이 전략이 자산운용 산업의 본질과 충돌한다는 점이다.

자산운용 산업의 핵심은 ‘수익률’이 아니라 ‘자금의 지속적 유입 구조’다. 즉, 한 번의 성과보다 장기간의 신뢰와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행동주의는 구조적으로 안정성과 거리가 있다.

기업과의 갈등, 공개 압박, 지배구조 개입은 수익 기회이면서 동시에 평판 리스크다.

때문에 기관투자가들의 태도는 여전히 신중하다.

연기금과 보험사 등 대형 자금은 수익률뿐 아니라 변동성, 운용 일관성, 평판 리스크까지 동시에 고려한다.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대규모 위탁은 아직 제한적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행동주의는 본질적으로 이벤트 드리븐 전략이라 트랙 레코드를 장기간 누적해도 변동성 프레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벤트 드리븐은 특정 기업 이벤트가 주가를 좌우하는 투자 구조다.

개인 자금과 기관 자금, 완전히 다른 평가 기준

흥미로운 지점은 개인 고액자산가 시장에선 정반대 반응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 시장에서는 KCGI의 전략이 오히려 강점이 된다. 단순한 종목 선별이 아니라 “기업을 바꾸는 투자”라는 서사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때문이다.

즉, 기관은 ‘예측 가능성’을 보지만 개인은 ‘서사와 공격성’을 본다. 같은 전략이지만 완전히 다른 시장 평가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한국 시장 구조가 만드는 추가적인 장벽

여기에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특성도 겹친다.

한국 시장은 여전히 대주주 중심 지배구조와 우호지분 확보 관행이 강하게 작동한다. 이 구조 속에선 행동주의가 성과를 내기 위해 시간, 자본, 그리고 사회적 명분까지 필요하다.

실제 KCGI의 과거 투자 사례에서도 일부 기업에서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확산됐지만, 시장 가격 반영까지 상당한 시차가 요구됐다. 이 간극은 수익 기회인 동시에 ‘과도한 개입’이라는 해석 리스크도 동반한다.

시장에서는 성과보다 해석이 먼저 형성되기 때문이다.

행동주의의 가장 큰 딜레마: “들어갈 때보다 나올 때”

운용 전략의 본질적 난제는 ‘진입’이 아니라 ‘청산’이다. 지배구조 개선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판단하는 시점과, 시장이 이를 주가에 완전히 반영하는 시점 사이에는 항상 시간 차가 존재한다.

이 간극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펀드의 성과를 좌우한다.

하지만 이 타이밍은 정량화하기 어렵고, 결국 운용사의 판단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규모의 역설: 커질수록 더 어려워지는 구조

또 하나의 구조적 제약은 시장 구조 자체다. 국내 자산운용 시장은 이미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등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돼 있다. 순수 운용 규모 경쟁에선 한계가 분명하다.

결국 KCGI는 차별화된 전략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자산 규모를 키워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공격성을 강화할수록 기관 자금은 멀어지고, 안정성을 택할수록 전략 정체성은 희석된다.

결론: 행동주의는 전략인가, 산업인가

행동주의는 돈을 버는 전략이다. 반면, 자산운용은 돈을 모으는 산업이다.

KCGI의 과제는 단순한 수익률이 아니다. 행동주의라는 ‘개입형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자산운용사로서의 ‘지속가능성’을 증명해야 한다.

공격성을 유지하면 자금이 제한되고, 안정성을 택하면 정체성이 흐려진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향후 KCGI의 행보가 국내 행동주의 투자 생태계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행동주의가 하나의 주류 전략으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이벤트성 투자로 머물지, 결국 KCGI 같은 플레이어가 결정할 것입니다.”

시장이 던지는 질문은 하나로 수렴된다.

행동주의는 산업이 될 수 있는가, 아니면 이벤트에 머무는 투자 방식인가.

KCGI는 그 경계선 위에서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올라 있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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