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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숨은 엔진’ 현대오토에버, 매출 4조 시대로 ‘질주’

정채윤 기자

cy@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1-30 14:00

매출 4조 첫 돌파, 그룹 디지털 전환의 중심으로
SDV·스마트팩토리·로보틱스 등 기술 영역 확장
높은 그룹 의존도 탈피・글로벌 도약이 핵심 과제

류석문 현대오토에버 대표. /사진=현대오토에버

류석문 현대오토에버 대표. /사진=현대오토에버

[한국금융신문 정채윤 기자] 현대차그룹의 보이지 않는 엔진 현대오토에버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4조원을 돌파했다. 회사는 단순 IT 서비스 기업을 넘어 그룹의 소프트웨어 중심차(SDV) 전환과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 부상하며, 자동차 제조를 디지털 산업으로 바꿔놓고 있다.

4조 첫 돌파…무엇이 실적 밀었나



30일 현대오토에버에 따르면 2025년 회사 매출은 4조2521억원, 영업이익은 255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14.5%, 13.8% 증가하며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내며 그룹 내 숨은 성장 엔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호실적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IT 운영 효율화가 아닌 사업 구조 자체의 변화에서 비롯됐다. 실적 호조의 배경에는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스마트팩토리(지능형 제조공장) 확대와 전 세계 완성차 업계의 핵심 전략이 된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이라는 두 가지 축이 자리한다.

이 과정을 통해 현대오토에버는 단순 IT 지원 조직을 넘어 그룹의 디지털 전환(DX) 인프라 허브로 자리 잡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현대오토에버 최근 5년간 실적 추이(단위: 억 원). /자료=현대오토에버

현대오토에버 최근 5년간 실적 추이(단위: 억 원). /자료=현대오토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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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컴퓨터’로 바뀐 자동차 산업



특히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현대오토에버의 성장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은 기계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SDV) 구조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SDV란 차량의 기능과 성능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정의되고 업데이트되는 개념으로, 운전자는 차량을 구입한 이후에도 무선(OTA) 방식으로 주행 보조나 편의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이 변화의 기반에는 차량 내 수십 개 전자제어장치(ECU)를 통합 관리하고, 클라우드와 실시간으로 연동하는 소프트웨어 아키텍처(Software Architecture)가 필요하다. 현대오토에버는 그룹 내에서 이 핵심 시스템의 설계와 구현을 담당한다.

현대오토에버는 과거 부품별 개별 프로그램을 하나의 디지털 시스템으로 묶는 역할을 수행하며, 자동차를 스마트폰처럼 업그레이드 가능한 플랫폼으로 바꾸는 핵심 조직이다.

현대차그룹도 자율주행·AI 기술 등 SDV 기반 강화를 위해 올해 17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현대오토에버는 그룹의 대규모 투자 아래 차량 운영체제(OS) 개발부터 데이터 연계, 서비스 운영까지 전 과정을 내재화하면서 현대차그룹의 디지털 전환을 실질적으로 견인하고 있다.

‘모빌진’, 현대차 SDV 전환의 핵심 플랫폼



사진=현대차그룹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SDV 전략의 구체적 실행 도구가 바로 현대오토에버의 차량용 플랫폼이다.

현대오토에버가 개발한 차량용 소프트웨어 플랫폼 ‘모빌진(MOBILGEN)’은 차량 내 ECU를 하나의 표준화된 소프트웨어 환경에서 통합 제어하는 플랫폼으로 설계됐다. 이를 통해 차량 설계 복잡도를 낮추고 소프트웨어 개발과 검증 과정을 단축할 수 있다.

특히 올해 취임한 류석문 현대오토에버 사장은 모빌진의 안정성과 OTA 업데이트 성능 고도화를 직접 담당하며, 차량용 OS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등 그룹의 모든 양산차에 모빌진이 적용돼 있다. OTA 업데이트와 커넥티드카 기능을 통합한 이 플랫폼은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표준을 사실상 완성했으며, 향후 글로벌 확장 기반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내부 시스템 제어를 위한 고유 OS ‘플레오스(PleOS)’도 병행 개발 중이다. 플레오스가 인포테인먼트·디스플레이·자율주행 등 차량 내 운행 환경을 직접 제어하는 차량 운영체제라면, 현대오토에버의 모빌진은 여러 전자제어장치와 소프트웨어를 연결·관리하는 통합 플랫폼 인프라에 가깝다.

두 시스템은 경쟁보다는 상호보완 관계로 작동한다. 플레오스가 차량 한 대를 움직이는 두뇌라면, 차량 간·시스템 간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그룹 전체 SDV 생태계를 지탱하는 신경망에 비유된다.

사실상 모빌진이 그룹의 SDV 아키텍처 전반을 총괄하며, 현대차가 지향하는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의 기반 구조를 완성하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팩토리로 확장되는 디지털 제조 플랫폼



사진=현대오토에버

사진=현대오토에버

현대오토에버는 차량 소프트웨어 역량을 기반으로 한 SDV 체계를 완성하면서 그 기술력을 제조 현장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다.

회사의 두 번째 성장축은 글로벌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구축이다. 인도네시아, 미국 조지아, 체코 등 현대차그룹의 주요 생산거점에는 모두 현대오토에버의 디지털 생산운영시스템(MES)과 AI 관제 플랫폼이 구축돼 있다.

이 시스템은 설비와 로봇, 품질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생산 효율을 자동으로 최적화하며 불량률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은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메타팩토리(Meta-Factory)’, 즉 디지털 트윈 기반의 가상 공장 모델과도 연계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6~2030년 국내 125조2000억원 투자 중 스마트팩토리 등 제조 DX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현대오토에버의 스마트팩토리 매출은 글로벌 28개 공장 전환 사업으로 지속 확대될 전망이다.

로보틱스·AI로 넓히는 기술 영토, 그룹 의존도 완화는 숙제



현대차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사진=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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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DX 성공을 바탕으로 현대오토에버는 차세대 로보틱스 분야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룹이 물류·서비스 로봇 사업을 확대하면서, 현대오토에버는 로봇을 제어하는 관제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의 메타플랜트(HMGMA) 현장 실증(PoC)이 올해 연말부터 시작된다. 부품 분류 등 안정성이 검증된 공정에 우선 배치되며, 2030년부터 부품 조립으로 활용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오토에버는 물류센터, 병원, 건설 현장에서 수십 대 로봇을 동시에 관리하는 통합 관제 솔루션을 실증 중이다. 로봇의 실시간 데이터 분석과 운영 효율화를 통해 그룹 로보틱스 사업의 두뇌 역할을 맡으며 산업 전반으로 기술을 확장할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 같은 기술 저변 확대는 현대오토에버가 ‘모빌리티 테크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되고 있다. 회사는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술기업과 협력해 차량용 AI 플랫폼과 자율주행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다만 급성장 속에서도 풀어야 할 숙제는 남아 있다. 전체 매출의 80~90%가 여전히 그룹 내부 거래에서 발생하고 있어 외부 고객 확보와 고마진 소프트웨어 매출 확대가 중장기 과제로 꼽힌다. 여전히 모빌리티 소프트웨어나 로보틱스 등 신사업 역시 대부분 그룹 사업과 직결돼 있어 의존도 완화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이미 검증된 플랫폼이 해외 시장 진출의 강력한 레퍼런스가 될 것”이라며 “현대오토에버가 그룹의 디지털 동력실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외부 매출 확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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