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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판매량 39% 급감…기아 전기차에 무슨 일?

김재훈 기자

rlqm93@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1-19 05:00

북미 집중 현대차와 달리
기아는 유럽시장 공들여
유럽선 전기차 신기록 행진
미국시장 HEV 공략 강화

미국 판매량 39% 급감…기아 전기차에 무슨 일?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재훈 기자] 기아가 지난해 미국에서 역대급 판매 실적을 기록했지만, 전기차 판매는 오히려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형님 포지션인 현대차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영향 속에서도 역대 최다 전기차 판매를 기록한 것과 상반되는 수치다.

이런 결과를 놓고 업계는 북미 시장을 우선시하는 현대차와 달리 기아는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전기차 판매 전략을 펴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기아는 올해도 유럽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하는 한편, 미국에서는 하이브리드 신차를 통해 판매량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기아, 지난해 미국서 85만대 신기록…EV는 전년比 39%↓

지난해 기아는 글로벌 시장에서 313만5,803대를 판매했다. 1962년 자동차 판매를 시작한 이래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관세 영향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7% 증가한 85만2,331대를 판매하며 역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판매 수치만 놓고 보면 지난해 기아는 매우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다만 하나가 걸린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에서 기아는 지난해 3만4,164대 전기차를 팔아, 전년 대비 약 38.8% 급감한 성적표를 내놨다.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캐즘과 보조금 축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현대차는 같은 기간 미국에서 전기차 6만9,533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다를 경신했다.

기아의 미국 전기차 판매 부진 여파는 적지 않다. 현대차·기아 합한 미국 내 전기차 판매는 10만3,697대로, 전년 대비 약 16.3%나 대폭 감소했다.

기아, 진짜 전기차 텃밭은 유럽…지난해 첫 10만대 돌파

기아가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 없는 것도 아니다. 미국 시장 판매는 줄었지만, 또 다른 핵심 시장인 유럽에서는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아는 유럽에서 전기차 10만5,558대를 판매해 처음으로 10만 대를 넘어섰다. 이는 전년도 7만614대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미국 시장 실적보다 약 3배가량 많은 규모다.

기아의 유럽 강세는 라인업 차이에서도 드러난다. 기아는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EV4를 출시하는 등 EV3부터 EV9까지 전용 전기차 전 세그먼트를 완성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 첫 PBV(목적 기반 차량) ‘PV5’도 선보이며 상용 전기차 라인업까지 확대했다.

반면 기아가 미국에 판매하는 전기차는 EV6와 EV9 단 두 모델뿐이다. 2024년 EV9 미국 출시 이후 추가 신형 전기차를 미국에 투입하지 않은 상태다. 미국에서 기아 판매량을 끌어올린 것은 쏘렌토, 스포티지 등 하이브리드 사양 SUV였다.

미국은 현대차, 유럽은 기아…확실한 역할 분담

이 같은 전기차 판매 실적 차이는 현대차와 기아 역할 분담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할 것 같다.

현대차는 북미 시장에 중점 전략을, 기아는 유럽을 중심으로 성장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이런 전략은 두 회사 최고경영진 경력과 차량 디자인 등을 살펴봐도 바로 알 수 있다. 현대차 수장 호세 무뇨스 대표(사장)는 2019년 4월 글로벌 COO 겸 북미·중남미 총괄 미주권역 담당(사장)으로 합류했다. 두 직함은 현대차가 호세 무뇨스를 영입하기 위해 신설하거나 재정비한 핵심 포지션이다.

송호성닫기송호성기사 모아보기 기아 대표(사장)는 불문학도 출신 유럽 전문가다. 1988년 현대차에 입사한 뒤 2007년 기아로 이동했다. 그가 기아에서 처음 맡은 직책이 프랑스 법인장이었다. 이후 유럽 법인장까지 역임하며 기아의 유럽 판매 확대를 주도했다.

디자인 철학도 두 회사가 겨냥한 시장에 맞춰 달라졌다. 현대차는 미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중후하고 직선 위주 굵은 인상이 특징이다. 반면 기아는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볼 수 있는 스포티한 디자인 정체성을 강조해왔다.

두 회사 디자인을 완성한 인물들도 차이가 있다. 현대차는 미국 GM 출신 이상엽 부사장이다. 그는 미국 폭스바겐그룹 등 유럽 브랜드를 거치기도 했지만, GM에서 가장 많은 커리어를 보냈다. GM ‘쉐보레 카마로’ 디자인에 참여하기도 했다.

기아는 아우디, 폭스바겐을 거처 포르쉐 수석디자이너를 지낸 피터 슈라이어 사장이다. 피터 슈라이어는 ‘타이거 페이스’로 대표되는 ‘K 시리즈’ 디자인부터 기아 스포츠 세단 ‘스팅어’의 디자인을 담당했다.

기아, 올해도 유럽 집중…미국은 HEV로 공략

기아의 올해 전기차 전략도 유럽에 집중돼 있다. 올해 기아는 소형 전기차 ‘EV2’를 비롯해 지난해 출시한 EV4 등 유럽 현지 판매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기아가 지난 9일(현지 시각) ‘2026 브뤼셀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EV2는 기아의 여섯 번째 전용 전기차다. 소형차 수요가 높은 유럽 시장을 겨냥한 전략형 모델로 평가된다.

송호성 사장은 “EV2는 기아 전용 전기차 중 가장 컴팩트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실내 경험과 감성적 디자인을 갖춘 모델”이라며 “넓은 공간과 차별화한 사용자 경험으로 전기차 대중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브뤼셀 모터쇼에서 기아는 EV3 GT, EV4 5도어 GT, EV5 GT 등을 공개했고, EV3·EV4·EV5·EV9·PV5 등 다양한 전동화 모델을 포함해 총 19대를 전시하며 유럽 소비자들 관심을 끌었다.

또 기아는 슬로바키아 공장 전기차 생산 능력을 2027년까지 현재보다 3배로 확대하는 등 늘어나는 유럽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텔루라이드와 셀토스 등 인기 차종을 중심으로 판매 확대를 모색한다. 특히 텔루라이드는 2019년 1세대 출시 이후 약 6년 만에 풀체인지 모델을 선보인다.

올해 1분기부터 판매에 나설 신형 텔루라이드는 동급 최고 수준 공간 활용성, 첨단 편의·안전사양, 동력성능과 연비를 개선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해 상품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특히 북미 수요가 높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329마력, 최대토크 약 46.9kgf·m를 발휘한다. 기존 가솔린 3.8 GDI 엔진보다 배기량을 30% 이상 줄이면서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약 13%, 29%씩 높였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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