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광우 초대 금융위원장이 한국금융신문과 2026년 신년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 한국금융신문
초대 금융위원회 위원장, 최장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낸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IGE) 이사장(사진)은 한국금융신문과 2026년 병오년(丙午年) 신년 인터뷰에서 올 한 해 한국 경제 도약을 위한 제언으로 구조개혁을 바탕으로 한 잠재성장률 제고에 초점을 맞췄다.
제4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AI(인공지능)가 경제와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 속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지만, 회임기간(투자 자본의 수익 창출에 걸리는 시간)이 긴 특성상 생산성 향상 같은 궁극적 목표에 이르는 시간은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전광우 전 위원장은 "생산적 금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지금과 같이 산업 대변혁이 일어날 때 신(新)산업에서 우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인 금융 투자의 리스크 테이킹(risk-taking)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국가 산업 발전에 핵심적인 기능을 은행 중심의 전통적인 금융사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중장기 도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당면한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의 반전이 시급하다"며 "구조개혁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지만, 일관된 방향성과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되면 중장기적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기사 모아보기 발(發) 고율 관세 충격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상당한 회복 탄력성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회복과 주식시장의 반등은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특히, 주요국 대비 높은 주가 상승률은 기업실적 개선과 자본시장 제도 개혁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했다. 다만 그는 "원화 약세와 환율 변동성 확대, 높은 가계부채 비율, 잠재성장률 둔화는 여전히 구조적 취약성으로 남아 있다"고 짚었다.부동산 자금 쏠림 해소와 ‘제2의 벤처 붐’ 등을 기대하고 있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 방향에 대해서 그는 "국제적으로도 보편적인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사례에서 보듯, 벤처 생태계는 단순한 자금 공급이 아니라 회수 시장과 민간 전문성이 함께 작동할 때 성장한다고 강조했다. ‘요즈마(Yozma) 프로그램’은 정부가 초기 위험을 분담하되, 운용은 민간에 맡겨 벤처투자를 활성화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전광우 전 위원장은 “회수 시장이 취약한 국가에서는 벤처투자가 일시적 정책성과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한국 역시 정책자금 확대와 함께 M&A(인수합병) 시장 활성화, 상장 규율의 신뢰성 제고 등이 병행돼야 지속 가능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 경제의 중장기 도약을 위한 과제로 전광우 전 위원장은 "잠재성장의 결정 요인인 노동 생산성, 기술 혁신, 그리고 생산적 금융투자 활성화가 기본"이라며 "나아가 자본시장 신뢰 회복, 연금제도·기금운용 체계 개선, 부채 관리도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는 대부분의 선진국이 이미 경험한 구조적 개혁 과제이고, 우리 정부의 규제·금융·공공·연금·교육·노동 등 6대 핵심 분야 구조개혁 목표도 맥을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책 목표는 단기 경기 부양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구축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우리뿐 아니라 선진국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구조적 도전이라고 짚었다. 전광우 전 위원장은 “금융의 궁극적 역할은 단기 대출 확대가 아니라 장기 자본을 생산성 향상과 혁신 분야에 제대로 배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2025년 10월 미국 JP모건이 '경제안보가 국가안보'라는 기치 아래 향후 10년 간 1조5000억 달러를 자국 첨단 산업 경쟁력 강화, 공급망 자립, 희토류 개발 등에 지원하겠다는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것에 대해 참고할 가치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AI 디지털 혁명 시대의 오늘날 한국 금융은 패러다임 변화에 국내 기업 경쟁력 및 국민적 적응 능력을 키우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전광우 전 위원장은 "주요 선진국들은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동조정장치와 규칙 기반 개혁을 채택해 왔다"며 "스웨덴은 연금 재정 악화 시 급여가 자동 조정되는 제도를 도입했고, 독일 역시 수급 연령을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사례를 들었다. 기금운용 측면에서 캐나다 연금(CPP)이 독립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장기투자 성공 사례로 자주 벤치마킹 대상이 된다는 점도 소개했다. 그는 "한국도 안정적 수익률 극대화라는 기본 목표 아래 해외투자 확대가 외환시장과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도 종합적으로 고려한 운용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증시 관련해서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 선진국지수 편입이 주요 과제로 지목된다. 한국은 다른 대표지수인 FTSE(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 지수의 경우, 전광우 전 위원장이 금융당국 수장이었던 지난 2009년 이미 선진국지수에 편입됐다.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단순한 경기 요인보다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는 평가가 많다고 전광우 전 위원장은 설명했다. 기업 지배구조, 시장 접근성, 규제의 예측 가능성이 해외 투자자들의 핵심 판단 기준으로 꼽혔다. 일본의 경우, 도쿄증권거래소 주도 지배구조 개혁과 자본효율성 제고 요구를 통해 우리와 유사한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예시했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역시 이러한 제도적 기반이 뒷받침될 때 자연스럽게 논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외환시장 자율화 진전과 공매도 제도 선진화 등이 선진국 지수 편입의 구체적 과제로 꼽힌다"며 "단기적 지수 편입에 서두르기보다 중장기적 자본시장 인프라 및 제도 개선으로 한국 증시에 대한 국제금융계의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외 통상 환경, 환율 변동성, 가계부채 조정 과정은 여전히 주요 리스크 요인"이라며 “저성장 국면에서 반복적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을 피해야 하고, 구조개혁 정책의 일관성과 제도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해는 구조개혁의 성과가 가시화될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광우 전 위원장은 "단기 성과보다 제도적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적 통합의 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며 "새해를 잠재성장 하락 반전의 원년(元年)으로 삼겠다는 정부의 구호가 첫발을 잘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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