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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AI·머니무브 격랑…판을 바꾸는 혁신 없이는 생존 어렵다” [2026 신년사]

장호성 기자

hs6776@

기사입력 : 2026-01-02 16:22

생산적금융·디지털금융 대전환 강조…원화 스테이블코인 등 새 질서 선도 의지
“지난 성공이 내일 생존 보장하지 않아”…전 부문 대대적 혁신 필요성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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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함영주닫기함영주기사 모아보기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2026년 신년사를 통해 급격히 변화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미봉책이 아닌 판을 바꾸는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며 그룹 차원의 대전환을 공식화했다.

AI 기술 확산과 머니무브 가속화, 금융 신뢰 위기 등 복합적인 구조 변화 속에서 기존 성공 방식만으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AI 등 디지털금융, 참여자 아닌 설계자가 돼야”


함 회장은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2028년까지 빅테크 기업의 AI 투자 규모가 3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AI가 가져올 변화는 과거 산업혁명과는 차원이 다른, 매우 근본적인 전환”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세돌 9단의 사례를 언급하며 “바둑의 본질과 프로기사의 역할이 바뀌었듯, 금융 역시 시간의 문제일 뿐 동일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 회장은 디지털금융 영역에서는 ‘참여자’가 아닌 ‘설계자’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최근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대표적인 예로 들며, 단순한 코인 발행이나 준비금 관리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국내외 파트너십을 통한 사용처 확대, AI 기술 연계, 통화·외환 정책과의 공조를 통해 발행부터 유통·사용·환류로 이어지는 완결된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함 회장은 “우리는 변화의 방향성을 알고 있지만, 변화의 파고를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며 이탈리아 바이온트 댐 참사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변화를 감지하고도 수위를 20m만 낮춘 판단 착오가 2000여 명의 희생으로 이어졌다”며 “지금 금융 환경 역시 부분적 대응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생존 위한 변화, 가속화되는 머니무브 경계한 함영주


변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내부 역량 강화도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좋은 투자처를 선별할 수 있는 투자 역량, 가속화되는 머니무브에 대응할 자산관리 역량, 디지털금융과 보안을 책임질 기술 역량을 생존의 조건으로 규정했다. 체계적인 인재 육성과 외부 전문가 영입, 선도기관과의 협업을 병행해 내부 기본기와 외부 역량을 결합하겠다는 전략이다.

금융산업 내부 구조 변화에 대한 경고도 이어졌다. 은행 예금에서 자본시장 상품으로의 자금 이동이 가속화되고, 부동산 중심의 자산 운용에서 벗어나 실물경제와 혁신산업으로 자금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금융 접근성 격차 심화 등으로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 회복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고 짚었다.

함 회장은 특히 은행 부문의 각성을 촉구했다. 증권사의 수익성 확대, IRP 계좌의 증권사 이탈, IMA 등 신규 상품 등장, 가계대출 성장 한계 등으로 은행 중심의 그룹 구조가 도전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함 회장은 “지난날의 성과와 규모가 내일의 생존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자산관리 역량 강화, 생산적금융 중심 조직 전환, IB·기업금융 심사 및 리스크관리 체계의 전면 재설계를 주문했다.

비은행 부문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지속되고 있다”며 실행력 강화를 강하게 요구했다. 조직 전반에 만연한 무관심과 무사안일을 타파하고, 위기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절박함으로 변화 속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다.

올해 마무리되는 청라 그룹 헤드쿼터 이전에 대해서는 “단순한 사무실 이전이 아닌 일하는 방식과 문화의 대전환”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함 회장은 “열린 공간에서의 수평적 협업과 계열사 간 유기적 협력이 디지털금융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며 “청라 이전을 그룹 새로운 100년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하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신년사 전문

사랑하는 하나가족 여러분!

2026년 병오년(丙午年)의 활기찬 새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붉은 말처럼 열정적으로 달려가는 한 해, 하나가족 모두가 의미 있는 도약을 이뤄내고, 행복과 풍요로움이 가득하기를 소망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금융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2028년까지 빅테크기업의 AI 투자 규모가 3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자된 AI가 바꿀 세상을 상상해 본 적이 있습니까? ATM, 인터넷뱅킹 등 수많은 기술발전에도 우리는 늘 적응해 왔듯이 AI가 불러오는 파장은 그저 찻잔 속 태풍일까요?

AI의 충격을 가장 먼저 경험한 이세돌 9단은 이 변화의 규모는 매우 크고 근본적이며, 이전의 산업혁명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합니다. 바둑의 본질과 프로기사들의 역할 자체가 송두리째 바뀌었고, 이는 시간의 문제일 뿐 다른 업권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금융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AI를 비롯한 디지털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물론, 금융산업 내부에서도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은행 예금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자본시장 상품으로 옮겨가는 머니무브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등 안전자산 중심의 운용으로 이뤄낸 성과보다는, 실물경제와 혁신산업의 성장에 직접 기여할 수 있도록 금융이 좋은 자금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져가고 있습니다.

금융소비자 보호체계도 한층 엄격해지고 있습니다. 규정준수를 넘어 모든 업무를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재해석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소득, 정보, 자산, 디지털 격차가 금융접근성의 장벽으로 작용하면서 금융이 일부 계층만을 위한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 또한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신은 단발성 사회공헌 활동만으로는 해소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1963년 10월 9일, 이탈리아 북부의 바이온트 댐에서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관리자들은 산사태 경보에 따라 댐 수위를 20m 낮추고 상황을 관측했지만, 구조적으로 취약한 지반 위에 세워진 댐은 이미 반복적인 산사태 위험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여러 차례의 과학적 경고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산사태는 오히려 안일함을 불러왔고, 급기야 이를 구경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날 밤, 전례 없는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고, 막대한 토사가 저수지로 쏟아져 들어오며 높이 250m의 거대한 파도가 형성됐습니다. 불과 6분 만에 댐을 넘어 하류 마을을 덮치며 2천여 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생산적금융 전환, 디지털금융 주도, 소비자보호 혁신, 포용금융 확대. 우리는 변화의 방향성을 알고 있고, 그렇게 변해야 한다는 데에도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금융그룹을 향해 밀려오는 변화의 파고를 우리는 과연 제대로 측정하고 있는 것일까요?

은행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는 증권사가 등장하고, IRP 계좌의 증권사 이탈은 이미 일상화되었습니다. IMA 등 새로운 상품의 등장은 은행에 더 이상 우호적이지 않으며, 가계대출은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기업대출과 투자 부문에서는 옥석을 가려낼 혜안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그룹의 맏형으로서 제 역할을 해온 은행 역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과거의 성과와 규모가 내일의 생존을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자산관리 역량 확보와 생산적금융 추진을 위한 전문 조직으로의 전환, IB와 기업금융 부문의 심사·리스크관리 역량 강화, 프로세스 재설계 수준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불완전판매 근절과 보이스피싱 대응을 포함한 사전 예방적 소비자보호 체계 강화, 내부통제의 개혁적 고도화도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또한 ‘하나’만의 맞춤형 금융지원으로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확대하고,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해 사회의 균형성장에 기여해야 합니다. 증시 활황이라는 우호적 환경 속에서도 비은행 부문의 아쉬움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본업 경쟁력 강화와 리테일 확대 과제의 실행력을 한층 끌어올려야 합니다. 비은행 부문 역시 이대로는 안 됩니다.

체구가 작고 힘이 부족하다면 더욱 민첩하고 부지런해야 합니다. 조직 내 무관심과 무사안일을 타파하고, 위기 극복에 대한 절실함으로 변화 속 기회를 찾아야 합니다. 책임준공형 신탁이라는 단기적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전문성과 철저한 리스크관리로 안정적 포트폴리오를 유지해 온 하나자산신탁의 사례는 위기 극복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고 있습니다.

바이온트 댐의 비극은 구조적 결함이 아닌 판단 착오에서 비롯됐습니다. 변화의 징후를 감지하고도 그 규모와 파괴력을 과소평가한 결과였습니다. 오늘날 우리 역시 기술 혁신과 시장 재편, 사회구조 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 서 있습니다. 미봉책이 아니라, 어떤 격랑에도 견딜 수 있는 판을 바꾸는 근본적 혁신이 필요합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 역시 그러한 변화 중 하나입니다. 네트워크 효과로 승자독식이 예상되는 시장에서, 과거의 성공방정식만으로 충분할지 자문해야 합니다. 안정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발행과 관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사용처 확대와 생태계 구축을 주도해야 합니다.

AI 연계, 정부 정책 공조를 통해 발행·유통·사용·환류로 이어지는 완결된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우리는 참여자가 아니라 설계자가 되어야 하며, 이것이 바로 일하는 방식과 전략의 대전환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를 위해 투자 역량, 자산관리 역량, 디지털·보안 기술 역량 확보는 선택이 아닌 생존 과제입니다. 체계적인 인재 육성과 외부 전문가 영입, 선도기관과의 협업을 병행하며 내부의 기본기와 외부의 선진 역량을 결합해 하나만의 경쟁력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올해는 통합데이터센터와 하나글로벌캠퍼스에 이어 그룹 헤드쿼터 조성사업이 마무리되는 해입니다. 하반기부터 시작될 청라 이전을 철저히 준비해 영업 공백과 사고를 예방하고, 내부통제와 비용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청라의 새 사옥은 열린 공간으로, 디지털 인프라와 인력이 집적돼 협업과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입니다. 부서와 계열사 간 수평적 협업 문화를 정착시키고, 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서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청라 이전은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닌 일하는 방식과 문화의 대전환입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낡은 관행을 벗고 혁신된 조직문화를 만들어 간다면, 하나금융그룹은 디지털금융과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더 큰 도약을 이뤄낼 것입니다. 올 한 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이 대전환을 완수해 그룹의 새로운 100년을 힘차게 열어갑시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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